1.옛날에는 이런 글을 쓰기도 했죠. 서울에는 사람이 천만명이나 있으니 마음에 안 드는 놈은 잘라 버리고 다시 새로운 놈들을 수급하면 된다고요. 좀 넓게 잡아서 경기권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면 2천만명이 있고요. 그까짓 인간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렇지가 않아요. 만남이나 모임 앱만 봐도 알수 있죠. 처음에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놈이 그놈이거든요. 아무리 사람들이 많은 앱이라도 서울권만 딱 떼어놓으면 늘 눈에 띄는 몇백명 정도가 그 안에서 유동하는 거예요. 나이대를 + - 15정도로 잡아도, 지역과 나이같은 조건이 맞는 사람이 그것밖에 없는 거죠. 거기서 여자는 3분의 1정도밖에 안 되고요.


 그래서 예전에는 조금만 삐져도 '니네들 안봐'라고 말하고 돌아서곤 했지만 요즘은 아니예요. 다시 보거나 돌아올 일을 생각해서 험한 소리를 하고 헤어지지는 않아요.



 2.모임앱 같은 경우는 그래요. 사실 내가 허세 모임에서 돈을 쓰는 이유는 그 모임만을 위해서는 아니예요. 사람들이 모임을 하나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력으로 삼는 모임과 그냥 눈팅만 하는 모임, 유령회원으로 있는 모임이 각각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런 효과가 있는 줄 몰랐지만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그 모임을 눈팅하는 사람에게서 초대 쪽지가 오거든요. 자기들 모임에도 와서 놀라고 말이죠. 그리고 초대된 모임에 가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겹치는데다가, 이쪽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그곳에서는 유령회원처럼 조용히 있기도 해요. 결국 그 물이 그 물인거죠.


 그래서 '아하, 열심히 활동하면 여기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눈여겨 보는구나.'라고 깨달았더랬죠. 내가 모임에서 열심히 프로모션을 하면 눈팅하는 다른 모임의 회원들에게 알아서 어필이 된다...는걸 알게 된거죠. 뭐 그런 경우에는 별 갈등은 없어요.


 

 3.다만 이런 경우가 있어요. 수백명 정도 활동하는 큰 모임이라면 반드시 파벌이 있거든요. 그리고 때로는 운영진 파벌과 모임 내의 다른 파벌 간에 사이가 안 좋기도 해요. 그러다가 어느날 그 갈등이 표면화될 만한 일이 일어나면? 운영진 파벌과 대립하는 다른 파벌은 자기네 친구들을 데리고 나가버리는 거죠. 이건 운영진 쪽에서도 피하고 싶을 일이예요. 그렇게 빠져나갈 때는 자기네 친구들만 빼가는 게 아니라, 모임의 예쁜 여자들도 몇명 포섭해서 빠져나가는 법이거든요. 그러면 또 그 예쁜 여자들을 따라가려고 기존의 남자 회원들이 더 따라나가곤 하죠. 그렇게 되면 기존의 잘 나가던 모임의 힘이 빠지게 되는 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빠져나간 사람들이 새 그룹을 만들고...하다보면 나에게도 쪽지가 오곤 해요. 새로 만든 모임에 놀러오라고요. 그런 일을 처음 겪을 때는 별생각 없이 가입했죠. 


 물론 나는 그런 경우에 굳이 따라나가지는 않아요. 와달라고 초대  쪽지가 오면 반드시 가지만요. 이유는 이거예요. 걔네들도 그동안 내가 하는 걸 봤으니, 내가 꽤나 나댄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내가 하는 걸 다 봤으면서도 굳이 초대쪽지를 보낸다? 그건 운영진 차원에서 '여기 와서 니 맘대로 날뛰어도 좋다. 대신 거기서 쓸돈을 여기 모임에 와서 써줘.'라고 패스를 시켜주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4.휴.



 5.어쨌든 그렇거든요. 어디서든, 좀 나대기 시작하면 반드시 나를 고깝게 보는 사람이 생겨요. 괜히 시비걸려는 수컷들도 생기고요. 그리고 그게 운영진들 중 하나일 수도 있는데...그땐 매우 피곤해지죠. 그런데 새로 만든 모임에서 굳이 나에게 초대 쪽지를 보내는 건 운영진이 내 편을 들어주겠다...는 뜻이 있는거거든요. 누가 나에게 시비걸면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고 나에게 시비건 놈은 강퇴시키고 하는 식으로 편의를 봐 주겠다는 뜻인 거죠. 귓속말 권한도 주고, 마음대로 번개 개설할 권한도 주고요. 그래서 더 눈치 안보고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초대가 온 모임쪽으로 가는 게 좋아요.



 6.놀라운 건, 서로간에 신경전이나 정치질이 늘 있는건지...내가 상대편 모임에 가입하자마자 원래 모임에서 곧바로 귓속말이 오는 거예요. '은성아, 그 사람들 모임에 들어갔더라?'라고 말이죠. 그런 귓속말을 받으면 '이 녀석들은 하루종일 라이벌 모임의 명단을 체크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죠. 대체 어떻게 모임가입을 누르자마자 아는 건지. 그건 하루종일 상대편 모임을 훔쳐보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거니까요.


 어쨌든 운영진 쪽에서는 상대편 모임이 원수나 마찬가지니...그 모임에 있을거라면 자기네 모임에선 나가달라고 말을 해요. 처음에는 '아아 그래? 저쪽에 예쁜 여자가 더 많으니 나는 여기서 나가도록 하죠.'라고 말하고 가버리곤 했어요. 


 그리고 알게된거죠. 그런식으로 말하고 가버리면 원래 사람들은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걸 말이죠.



 7.그래서 그후엔 그런 갈등이 일어나면 이렇게 했어요. '아아 이봐, 누군진 말할 수 없지만 이번에 저쪽에 간 여자들 중에서 내가 잘해 보고 싶은 여자가 있거든. 그래서 그 여자랑 잘 되어 보려고 따라간 건데, 그 여자랑 개인적으로 친해질 때까지만 저쪽에 있다가 나중에 돌아가면 안 될까?'라고 말하는거죠.


 이러면 상대도 할 말이 없거든요. 관심있는 여자가 있어서 따라간 거라는데 그걸 딴지걸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쪽에서도 '그, 그래? 그러면 일단 나갔다가 그쪽 모임에서 탈퇴하면 다시 우리한테로 와.'정도의 대답이 돌아오는 거죠. 그럼 저쪽 모임에서 빨 꿀을 다 빨면 다시 원래 모임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어쨌든 떨어져 나간 쪽보다는 원래 모임의 규모가 더 크니까요. 


 예전같으면 조금만 고까워도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말하고 끊어버렸지만...그렇게 살다 보니 우울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을 날려버린 적도 많고요. 



 8.술집도 마찬가지예요. 예전 같으면 와달라고 성가시게 하면 '이봐, 귀찮게 하지 마. 이제 너희 가게 안 가.'라고 말하고 끊어버렸지만 요즘은 그러진 않아요. '하하 이봐, 너희 가게보다 더 장사가 안 되는 가게가 많아. 걔네들 좀 도와주다가 걔네가 자리잡으면 그땐 너희 가게에 꼭 갈께.'정도로 말하죠.


 왜냐면 아무리 손님이더라도 그렇게 싸가지없이 말을 하면, 그동안 그들에게 부었던 돈이 모조리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좀 성가시게 굴거나 도발을 해와도, 그동안 그들에게 부었던 돈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냉담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아무리 손님이더라도요. 어쨌든 두루두루 알고 지내면 좋은 일은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그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뿐이죠.


 어쨌든 인간들이 그 순간 귀찮다고 해서 끊어버리는 건 좋지 않아요. 한 며칠 지나면 다시 그들을 보고 싶어지곤 하니까요. 그리고 서울에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사람이 천만명이나 있지 않아요. 그건 그냥 허수죠. 실제로는 내가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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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위에 쓴 내용은 돈을 쓰거나 사람을 잃거나 하며 깨우칠 만한 것들은 아니예요. 이 일기를 읽는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시행착오를 거칠 일도 없이...자연스럽게 알고 있을 것들이죠. 태어났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말이죠. 그래서 기분이 좀 꿀꿀하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아는 건데 나는 그냥 알지 못한다는 걸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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