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불만스런 부분들이 참 많았고요.


저녁식사 장면에서, (꼭 성폭력 얘기는 아니지만)
겨자 님이 이전에 쓰셨던 '인식 불평등' 개념이 확 떠올랐어요


알마가 느끼기엔 이 집안의 분위기도, 이 관계도 참 이상하고 이상하고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되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는 우드콕의 다그침에, 뭐라고 설명하기가 참 힘들어요. (당연히 이상한 건데 굳이 설명하라고 하니 턱 막히기도 하고요)

이 집안에서 우드콕의 선택은 곧 질서가 되고, 세계의 주인 격인 우드콕에겐 모든 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겠죠. 그렇게 맞춰진 세계니까.

그래서 우드콕은 참으로 당당하게 화를 내는데,
알마 입장에선 기존 언어에서 이 상황을 설명할 단어들이 없으니, 기껏 발발한 언쟁은 엉뚱한 말꼬리 잡기가 되고 이 언어의 세계에서 알마는 질 수밖에 없어요.



2. (이건 제 얘기)
이게 뭐지, 벙벙하게 잘 몰랐던 것들을 '성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 새로운 언어를 알게 된 느낌이었어요.
침묵하지 말고 당당히 말하자! 라는 슬로건들은 나도,우리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고,
하지만 용기 내어 연 입으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을 땐 다시 모국어없는 나라의 난민이 된 느낌이었어요.


3.
이해될 수 없는 일들을, 기존의 구차한 언어들 속을 헤집으며 어떻게든 (살고자) 이해해보려고 열심히 열심히 애쓰다보면 정신병에 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0
125951 간지라는 말 [7] 돌도끼 2024.04.10 362
125950 우리말에 완전히 정착한 일본식 영어? [5] 돌도끼 2024.04.10 379
125949 메이헴 (2017) catgotmy 2024.04.10 95
125948 아일릿, 정병기, 김사월 [1] 부치빅 2024.04.10 222
125947 '브레이크 댄스' 돌도끼 2024.04.10 88
125946 위화감 1도 없는 시구자들 daviddain 2024.04.10 188
125945 민주진영은 200석을 넘을수 있을까 분홍돼지 2024.04.10 292
125944 조커: 폴리 아 되 예고편 [1] 상수 2024.04.10 157
125943 [넷플릭스] '리플리', 인상적인 장면 몇 개 (스포일러 포함되었을지도) S.S.S. 2024.04.10 215
125942 [넷플릭스바낭] 고지라 말고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봤어요 [15] 로이배티 2024.04.09 245
125941 넷플릭스 찜한 리스트에 대해 catgotmy 2024.04.09 144
125940 스즈키 세이준의 3부작 보고 왔습니다. [6] Sonny 2024.04.09 260
125939 에피소드 #84 [2] Lunagazer 2024.04.09 41
125938 프레임드 #760 [4] Lunagazer 2024.04.09 189
125937 Roger Daltrey - Heaven on their minds daviddain 2024.04.09 59
125936 곰돌이 푸의 모험 (1977) catgotmy 2024.04.09 109
125935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4.04.09 343
125934 2024 백상 예술대상 후보 [1] 상수 2024.04.08 372
125933 프레임드 #759 [4] Lunagazer 2024.04.08 48
125932 사전투표하면... 민주당 지지자로 의심받습니다(??), 제 22대 투표용지 길이 상수 2024.04.08 31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