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그의 아들 안톤

2018.06.11 02:33

Kaffesaurus 조회 수:993

그 전에 이미 나에게 한 질문을 선물이는 다시 그에게 했다. 안톤은 아이인가요 아니면 어른 인가요? 우리는 다시 아이는 아니지만 완전히 어른도 아니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을 반복할 뿐이었다. 잠시 아이의 얼굴을 보던 그는, 선물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이란다라도 덧붙였는데 아이는 그 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의 아이를 빨리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선물이를 내가 생각하기에 좀 이른 시기에 만나고 싶어할 떄, 선물이한테는 이 사람은 그냥 저녁먹으러 오는 엄마 친구들 중 하나일테고 (그날 저녁 심각하게 나 자러가니 아저씨 집에 가요 라는 말을 해서 우리를 얼마나 깜짝 놀라게 했던지), 무엇보다 선물이가 이 사람을 싫어하거나, 이 사람이 선물이 다른 점을 힘들어 한다면 지금 더 심각하기 전에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 성인에 가까운 안톤을 만나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궁금은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대만 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아이가, 나는 언제 커피공룡만나나요? 라고 물어왔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아이한테 나중에란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무장하지 않은 마음이 나의 작은 무장을 해채시켰다.

아이를 만나기로 한날 무슨 옷을 입을까요 란 질문에, 모든 다 예뻐요란 전혀 도움 안되는 답을 하던 그가 웃으면서, 안톤도 뭘 입을까요 라고 물었다고 했을 때, 아 이 아이도 나 처럼 긴장하고 있구나, 우리는 둘다 서로한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구나 싶었다. 레스토랑에서 웃으면서 우리 셋이 모두 짙은 파랑색 옷을 입고 있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선물이랑 내가 노르쇠핑 그의 집에 다음날이었다. , 노르쇠핑에서의 만남이 우리 넷이 모두 모인 두번째로 여전히 넷의 조합이 나와 그에게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넷이 함께 선물이에 맞추어 수족관을 선물이는 한시간 만에 보고 집에 간다고 조르고, 보슬비 오는 4월의 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 지금 당장 사달라고 조르고, 노르쇠핑 그의 집에 들어와 피까하고 게임하고 저녁먹고 나서 집에 가야한다고 하자 화를 냈다. 이건 엄마 잘못, 미리 기차 시간표를 보고 알려주었으면 아이도 준비를 했을 , 저녁먹고 게임할 있다고 믿는 아이에게 지금 당장 가야한다고 재촉한 엄마.

다음날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순간, 오늘 장보는 안톤이 다음에 선물이 올데를 생각해서 사프트 (보통 베리를 설탕과 끓여서 만든 농축물. 물에 타서 마신다) 놓자고 했단다. 아이 착해라 라고 답을 보내 다음 메시지가 온다. 안톤이 선물이는 라즈베리 안좋아한다고, 딸기로 샀다고. 순간 나는 ,, 라고 소리를 낸다. 가슴이 벅차다. 어제 피까하는 짧은 순간,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내가 먹고 있는 라즈베리 무스 케익 조각 맛을 보더니 라즈베리 싫어 라고 선물이가 한말을 안톤은 기억하고 있다. 원래 기억을 하고 디테일에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억 속에는 그의 선물이를 위한 선한 마음과 애정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안톤의 고등학교 졸업이 다가온다. 무언가 특별한 케익을 굽고자 이것 저것 고민하던 나는 그의 곁에서 장난삼아 메시지를 보낸다. 안톤, 내가 massive chocolate cake 을 하나 구울려고 하는데 살구와 카다몸이 섞인 배중 어떤게 더 좋을까? 조금 있으니 답이 온다. 둘중에 하나를 답으로 기대한 나에게 그는  massive 란 크기가 말하는 건가요 초컬렛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인가요? 라는 질문을 보내왔다. 우리는 대화를 시작한다.


그가 선물이 한테 한 답을 생각한다. 우리는 다 누군가의 아이란다. 나는 어쩌면 아이인 그에게 말하지 않고 약속을 한다. 그는 어쩌면 내 약속을 듣고 있는 지 모르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5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74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9] 쏘맥 2024.04.28 291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90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253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392
126089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65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314
126087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497
126086 민희진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10] woxn3 2024.04.27 1200
126085 레트로튠 - Hey Deanie [4] theforce 2024.04.27 88
12608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상수 2024.04.27 291
126083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조성용 2024.04.27 127
126082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감동 2024.04.27 810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상수 2024.04.27 314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10] 메피스토 2024.04.27 692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1] catgotmy 2024.04.26 125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underground 2024.04.26 156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76
126076 프레임드 #777 [4] Lunagazer 2024.04.26 59
126075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2] 산호초2010 2024.04.26 287
126074 한화 이글스는/류현진선수의 스트판정 논란에대한 크보 입장입니다 [4] daviddain 2024.04.26 1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