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1 10:16
오늘부터 내일 (일) 아침 9시까지 영화 <그린 북>을 무료로 볼 수 있네요.
https://www.oksusu.com/v/%7B06D784E3-0EA7-4458-9EE4-213B34E5B392%7D
전에 인터넷에서 떠도는 걸로 30분 정도 보다가 별로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만 봤는데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수상작이고 남우주연상, 편집상 후보작이기도 했으니 한 번 끝까지 볼까 합니다.
보신 분도 많겠지만 안 보신 분은 이럴 때 한 번 보시는 것도 괜찮겠어요.
오늘 밤 10시 55분 EBS1 영화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입니다.
워낙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라 듀게분들 다들 보셨을 것 같고 저도 봤지만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사실 저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찍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약간 반칙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물론 그 외에도 훌륭한 점이 많은 영화이겠고 저도 재미있게 잘 봤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영화로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
그래서 다시 보려고 합니다.
시간 있으신 분, 같이 봐요.
2019.06.01 11:03
2019.06.01 11:14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네요. ^^ 흑인 영화인들의 환영을 못 받았던 영화인 것 같은데
이 영화 속에서 흑인 피아니스트에 대한 묘사는 어떤지 한 번 봐야겠습니다.
2019.06.01 11:54
12년이라는 제작과정 자체가 영화 본편이랑 따로 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반칙이라면 너무 오래 공들인 반칙이겠죠 ^^
2019.06.01 12:40
사실 성인 배우과 비슷하게 생긴 아역 배우를 써서 성장 영화를 만드는 기존의 극영화 제작 방식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아역 배우가 실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찍는 방식이 반칙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대역을 쓰는 방식은 실제 배우의 성장을 찍은 영화를 리얼리티 면에서는 이길 수 없어보이니까요.)
어쩌면 새로운 방식은 언제나 반칙처럼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걸 굳이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극영화 제작 기간을 몇 년 이내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
그런데 <보이후드>의 경우 유난히 그 시간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정작 결과물인 영화가 어떤 점에서 훌륭한지에 대한
얘기는 별로 못 들었던 것 같아요. (저만 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
그래서 이번에 다시 보면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의 리얼리티 외에 이 영화가 어떤 점에서 훌륭한지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9.06.01 13:05
그게 집중적으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결과물 자체도 명작이라는 평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여기 듀나님 리뷰도 그렇고 김혜리 기자가 사람의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포인트를 둬서 좋은 평론을 쓰셨더라구요. 씨네 21에서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2019.06.01 13:54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듀나 님 리뷰와 김혜리 기자의 글 다 잘 읽었어요.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8295
영화가 보여주는 건 시간이라는 글에는... 12년 동안 조금씩 찍었으니 주인공의 성장과 주변 사람들의 나이듦이
자연스럽게 담길 수 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시간이 담기는 건 당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
12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찍어서 보여줄 수 있는 시간, 그 이상의 시간을, 혹은 그와 다른 의미에서의 시간을
이런 방식으로 찍은 극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가가 궁금해집니다.
김혜리 기자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감독이 영화를 구성한 것 같다는 글을 썼는데 그런 해석도
염두에 두면서 오늘 영화를 봐야겠네요.
2019.06.01 18:38
2019.06.01 20:27
이마트 cm송이 뭔지 몰라서 그린 북과 함께 검색하니 이 곡이라고 나오네요. ^^
Kris Bowers - Happy Talk
방금 <그린 북> 다 봤는데 예상대로의 스토리긴 하지만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두 남자 캐릭터가 다 마음에 안 들어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좀 낫네요. ^^)
2019.06.01 19:07
2019.06.01 21:04
이 영화가 2시간 45분이라는 걸 잊고 있었네요.
EBS는 광고도 안 하는데 미리 밥도 많이 먹고 화장실도 가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어요. ^^
갑자기 이 영화가 제가 생각하는 성장 영화의 공식(?)과 일치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성장 영화는.. 불안한 존재가 낯선 사람과 만나 모험을 하면서 진실을 맞닥뜨리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 혹은 타자와 화해하는 뭐 그런 스토리죠. ^^)
그런데 이 영화는 딱히 주인공 소년을 중심으로 그런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주인공의
성장이 눈에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 소년이 주인공인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이 영화에서 봤던 건 무엇이었나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었나... ^^) 싶기도 한 게...
오늘 열심히 봐야겠네요.
2019.06.02 02:33
2019.06.02 10:04
그런 것 같아요. ^^ 그냥 흘러가는 삶을 지켜보게 만들죠.
어제 영화 보는 내내 이 영화는 관객을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르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메이슨이 주인공인 건 맞지만 관객이 이 소년의 마음에 이입해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등장인물의 한 사람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12년의 시간을 영화 속에 골고루 담는다는 방식 자체가 어쩌면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2~3시간으로 정해진 영화 러닝타임 동안
그 세월이 조금씩 다 드러나게 하려면 어떤 순간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춰 인물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건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건 마치 부피가 제한되어 있을 때 너비를 택하느냐
깊이를 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처럼 너비를 택할 때는 수박 겉핥기로 일상의 단면만을
담게 될 위험도 존재하는데 감독은 감정적 깊이를 희생하더라도 12년이라는 시간을 다 담기를 원한 것 같고요.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순간이 우리를 사로잡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오히려 이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주인공을 사로잡은 순간을 보여주려는 영화가 아닌 것 같거든요.
<보이후드>를 보고 나서 또 다른 성장 영화인 <문라이트>가 갑자기 생각났는데 주인공의 성장을 3명의
배우로 표현하는 이 영화에는 각 시기에 주인공이 사로잡힌 순간들이 있었고 그 순간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주었죠. 그것이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요. 그렇지만 그런 깊이를 획득하기 위해 이 영화는
시간을 건너뛰어 약골인 10대 배우에서 근육질인 20배 배우로 순식간에 바뀌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죠.
두 영화는 보여주고 싶은 게 달랐으니 일정 기간을 통과해온 삶에 대해 보여주는 방식도 달랐겠지만
제 취향은 <문라이트>인 것 같아요. 저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영화보다는 한 사람의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영화가 좋아요. ^^
(다 쓰고나니 <보이후드> 마지막 장면의 대사를 통해 감독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는 순간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야 말이 되는데... it's constant (그 순간은 영원해) 어쩌구 하는 메이슨의
대사를 보면 또 그게 아닌 것 같고... 헷갈리네요. ^^)
2019.06.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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