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국공 얘기를 해볼까...하다가 방탄소년단 얘기를 해 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방탄소년단이 군대를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글쎄요. 


 내가 보기에 방탄소년단이 군대를 가는 건 말도 안 돼요. 대체 얼마나 더, 무엇을 더 해야 군대면제가 가능한 거죠? 대한민국의 군대 면제가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 일인가요? 좋은 군대도 명예로운 군대도 아니잖아요. 다짜고짜 사람을 데려가서 건강검진도 안 시키고 최저시급도 안 주면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 하는 군대인데 왜 방탄소년단 정도의 금자탑을 세운 사람들이 군대에 가야 하는 건지 어이가 없어요. 방탄소년단보다 훨씬 하찮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람들도 군대를 빼주는데 말이죠.

 


 2.그런데 놀라운 점이 하나 있어요. 방탄소년단 군대면제 이야기가 나오면 제일 경기를 일으키는 게 바로 방탄소년단 팬들이라는 점이예요. 생각해 보세요. 그들은 2년 동안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를 못 보게 되는 거잖아요? 게다가 방탄소년단은 휴가를 떠나는 게 아니예요. 그 2년동안 강제로 머리를 깎고 힘든 생활을 보내야만 해요. 그런데도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런단 말이죠.


 "씨발 우리 오빠들 군대 갈거야! 군대 갈거니까 면제 얘긴 감히 꺼내지도 마! 어딜 군대면제랑 엮는 거야!"라고요. 왜 그럴까요? 방탄소년단이 2년동안 힘들게 뺑이치는 걸 보고 싶어서? 아니죠. 군대라는 곳을 안 가면 몇년, 몇십년 동안이나 온갖 욕을 들어먹어야 한다는 걸 방탄 팬들도 아는 거예요. 그 오랜 세월 동안 욕을 먹느니 그냥 군대에 가서 2년 동안 고생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일이라는 걸 팬들도 알기 때문에 그러는 거죠.


 누구보다도 방탄을 사랑하는 아미들이 누구보다도 방탄 군대면제 논의에 대해선 반대하는 나라...이상한 나라인 거죠. 우리나라는.



 3.그러나 어쩔 수 없어요. 정부도 젊은 청년들이 미워서 군대에 보내고 싼값에 부려먹는 건 아니예요. 그냥 그럴 예산이 없기 때문이죠. 아니 그럴 예산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순재 같은 사람들이 매니저를 싼값에 부려먹을 수 있으면 그냥 부려먹게 되듯이, 만만한 젊은이들의 젊음을 착취하고 있는 거죠.


 어쩔 수 없어요. 우리 나라는 원래 좆같은 나라예요. 자살율을 높고 출산율은 낮은, 살아가기 힘들고 좆같은 사회죠. 하지만 어쩔 거예요? 도망갈건가? 아니면 뒤집어 엎을건가? 글쎄요. 다같이 도망가거나 다같이 뒤집어 엎으려면 모두가 빡칠만한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거예요. 그냥 오늘도 어제만큼 좆같고 내일도 오늘만큼만 좆같다면 사람들은 그냥 참으며 살아가죠.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걸 잘 알겠죠. 모두에게 똑같이 좋은 걸 베푸는 것보다는 모두에게 똑같이 좆같은 걸 줘버리는 게 편하다는 거요.



 4.휴.



 5.사람들은 그래요. 모두가 똑같이 행복하거나, 아예 모두가 똑같이 좆같다면 참으며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들과 비슷한 누군가가 아주 약간 더 행복하거나, 자신들과 비슷한 누군가가 아주 약간 덜 좆같다면 화를 내죠. 왜냐면 내가 사람들을 관찰하니까 그렇더라고요. 사람들은 좆같은 거는 참으며 살 수 있지만 꼬운 건 못 참아요.


 방탄소년단 팬들...아미도 그걸 아는 거겠죠. 저 수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꼽게 만드는 순간 방탄소년단에게 미칠듯한 폭격이 쏟아질 거란 걸요. 그래서 아미들이 앞장서서 방탄소년단은 아미(army)에 갈 거라고 외치는 거고요.



 6.나는 인간은 좋아해요. 그래서 인간을 보면 슬프곤 하죠. 인간은 고귀해지려면 한없이 고귀해질 수도 있지만 처절해지려면 한없이 처절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김두관은 '연봉 3500만원짜리 직업이 그렇게 대단한 거냐.'라는 식으로 말했는데...김두관에겐 맞는 말이긴 해요. 그는 성공했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하고,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식사로 배를 채우고, 밤 늦게 돌아오면서 인형뽑기를 한 번 하는 걸로 위안을 삼는 인생을 살기도 하죠. 사회에 자원이 적으면 인간은 그 적은 자원을 쟁취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거예요.



 7.인국공 정규직들을 '기득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아니죠. 그들은 그냥 직장인일 뿐이예요.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높은 연봉이나 권력같은 것과는 무관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들에겐 자부심이 있죠. 남들이 보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사람들은 아파트 얘기만 해도 그게 브랜드 아파트인지 아닌지, 브랜드 아파트라면 몇 평인지 몇 층인지 몇 동인지 몇 호인지 역과는 가까운지를 세세히 따지죠. 제삼자의 눈으로 보기엔 웃겨 보일 수도 있겠지만 비웃으면 안 돼요. 그 작은 차이 하나하나가, 개인이 달성하려면 매우 힘든 것이고 한국 사람들은 그 작은 차이를 자부심으로 여기고 사니까요.


 내가 보기엔 인국공 같은 공기업에 빡센 경쟁을 치르고 들어간 사람들도 그래요. 그 사람들에게 높은 연봉이나 권력같은 건 없어요.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자부심으로 살아요. 어쨌든 자신이 힘들게 노력해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자부심으로요.



 8.어떤 사람들은 자꾸만 공자님 소리 해가면서 뭐가 옳고 뭐가 그르고를 논하지만 글쎄요.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힘든 방법으로 들어간 사람들에겐,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태운 거예요. 


 그리고 사실 이 세상에 좆같지 않은 직장이란 건 없어요.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이란 건 사실 '덜 좆같은 직장'인 거지 좋은 직장이란 건 없다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좆같음을 참으며 살아가요. 그 사람들이 좆같은 걸 잘 참다가 들고 일어나는 건 무언가 꼬운 일이 일어났을 때죠. 


 그 사람들의 꼬운 기분을 어떻게 다스리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지불하고 거기 들어온 거니까요.



 9.나는 뭐 정부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를 논하려는 건 아니예요. 그냥 본사 정규직화를 접고 자회사 정규직으로 바꾸던가, 아니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던가 둘 중 하나라는 거죠. 다만 기분이 꼬운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이미 좆같음을 참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꼬운 것까지 참으며 살라고 하는 건 미친 거니까요.



 10.방탄 얘기를 했으니 방탄 얘기로 마무리하죠. 어쨌든 방탄은 아마 군대를 가야만 하겠죠. 방탄도 팬들도 알거니까요. 이 좆같은 나라에서는 국가 단위로 저질러지는 인신매매-군대에 한번씩 갔다와야 욕을 먹지 않는다는 걸요.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금자탑을 쌓든간에 그건 상관없어요. 그들은 군대에 가야만 욕을 먹지 않으니까요.


 군대란 곳은 돈과 빽이 없거나, 돈과 빽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만 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니까요. 정말 좆같은 나라예요. 가끔 생각하는 건데 이 나라를 위해서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해요. 탈세를 말하는 건 아니예요. 다만 피할 수 있는 세금도 피하지 않고 내는 건 존나 바보같은 짓거리 같아서 부아가 치밀 때가 있어요. 내야 하는 세금을 '안 내는'게 아니라 피할 수 있는 세금을 '피하는' 건 불법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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