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씨가 아무리 군인권센터 이력이 있어도 공천에서 탈락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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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를 했다는 이유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사람을 병역 기피를 했다고 해석을 하다니요?

이 건은 여러모로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먼저 임태훈씨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해석을 얼룩소의 글에서 인용해봅니다.


https://alook.so/posts/3wtk0lP


즉, 임태훈 소장이 집총거부를 해서 받은 1년 6개월이라는 징역은 사법부가 그가 집총거부를 하는 의사를 듣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을 인정했기에 내린 형벌이지, 병역기피를 위한 행동이라고 내린 판결이 아니다. 병역기피로 판단했다면 1년 6개월보다 더 강한 가중처벌, 혹은 재 징집이 가능한 1년 6개월 이하의 약한 징역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임태훈씨의 병역거부는 병역기피가 아닙니다.


민주연합(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임태훈씨를 병역기피자로 보기로 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민주연합의 공천 시스템은 너무나 허술합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이회창씨가 아들의 군복무 문제로 대권도전에 실패한 뒤 정치권에서는 본인 혹은 자녀의 군복무 문제가 굉장한 리스크가 되었습니다.

고 박원순씨의 아들 병역 문제를 가지고 강ㅇ석과 극우보수가 얼마나 걸고 넘어졌는지요.

내규에 따른 판단이 정확하다면, 민주연합은 애초에 공천에서 걸러질 사람을 괜히 영입한 셈이 됩니다.

그것도 미리 걸러내지 못하나요? 뭐하러 여러 사람 물먹이나요?


이 문제는 민주연합의 정치적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도 큰 리스크가 됩니다.

안그래도 지금 한ㄷㅎ이 "운동권"이라는 민주당의 정치적 정체성을 계속 공격하고 있잖아요. 

사실 국민들이 딱히 떠올릴 일도 없는 정체성인데 괜히 적대감을 심으려는 선전 때문에 다시 부각된 것이긴 합니다.

거기에 민주당 인사들은 늘 그렇게 이야기했죠. 운동권들의 저항 덕분에 한국 사회는 더 살기 좋아지고 자유로워졌다고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투옥되거나 빨간 줄이 그은 사람들을 저희는 범죄자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 당시 형사처벌의 야만적인 인용 때문이지 그 사람들이 정말로 반사회적이고 불의하다는 뜻이 아니죠.

그런데 민주연합 공천권자들은 극우보수들의 전과자 타령을 임태훈씨를 판단하는데 그대로 인용한 셈입니다.

'당신이 왜 1년 6개월 형을 살았든 그건 알 바 아니고 어쨌든 병역기피 아님?'

의도적으로 사회운동의 맥락을 빠트리고 그저 사법적 결과로만 인물의 도덕성을 판단한거죠.

(저는 이번에 민주당의 이광재가 무슨 이유로 손가락을 잘랐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ㅎ)


이 들불은 당연히 현재 당대표인 이재명에게로 옮겨붙습니다.

그 사람의 사회적 맥락이 어떠하든, 그 사람에게 내려진 사법적 판단을 중시한다는 거죠?

그럼 이재명은요? 하하하하 이재명의 전과 한번 따져볼까요? 

안그래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나날이 높아져가는데 이재명의 사법적 흔적은 뭐 얼마나 깨끗하다고요?

이거야말로 진짜 내로남불이죠...


임태훈씨는 이번 국민투표의 문자투표항목에서 압도적 1위를 한 사람이에요.

이 사람을 뽑아주십시오!! 하고 국민들이 열렬히 성원을 보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또 깡그리 무시한거죠. 공천권자들이. 

이게 뭡니까....?????? 국민투표는 왜 한거에요? 

본인들이 스스로 제시한 기준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다 뒤엎는 거지 않습니까?



https://m.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3131722011/amp


임 전 소장이 탈락한 데는 종교계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소장이 후보로 지목됐다는 얘기에 종교계에서 반발이 매우 거셌다”고 말했다.


물론 열성 지지자들이나 뱃지달고 있는 분들은 다 변명을 하겠죠. 

성소수자에 대한 개신교계의 표이탈과 반발이 너무 심해서 어쩌구 저쩌구...

저는 그런 논리에 크게 항의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논리로 그렇게 계산을 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면 될 문제니까요.

저는 민주당이란 정당에 도덕적 기대가 크게 없기 때문에 갑자기 실망하거나 그걸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동력을 저의 개인적 운동과 다른 사회운동가나 정치인들에게 쏟고 싶죠.


제가 이 사태에서 제일 화가 나는 건 민주당이란 정당의 아마츄어리즘입니다. 

선거공학적으로 따져볼까요?

                                             

                                                    더민주 지지              더민주 이탈     


임태훈 공천 및 입당                               + / -                        + / -  


임태훈 컷오프 및 배제                            + / -                        + / -


누군가의 성적 지향을 근거로 표를 안주는 개신교계가, 이번 임태훈씨 컷오프로 더민주에 새로 표를 줍니까?

임태훈씨가 입당하게 되면 기존 더민주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탈자들이 대거 생기나요? 

임태훈씨가 정당하게 공천을 받고 비례대표로 마침내 국회입성하게 되면 그 사람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새로운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생길까요?

까놓고 말해서 중도층은 임태훈이 게이이든 말든 신경도 안씁니다. 뭔 상관입니까? 

어차피 더민주의 지지자들은 '거악 척결'이라는 프레임을 중요시여기기 때문에 군인권센터에서 활동한 이력을 강조하고 당이 이 사람을 뒷받침해주면 내분이 생길 일이 없습니다.

윤석열 탄핵시켜야 하는데 지금 쓸데없는 소리는 뭐하러 하냐고 꼽주기도 쉽구요.


이 부분에서 더민주는 계산을 완전 잘못합니다. 진짜 개멍청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좀 냉정한 말이지만 정의당도 개박살이 나고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윤씨 때문에 더민주를 지지해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때에 한명이라도 더 많은 새로운 지지자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 계기로 여러 사람들을 영입할 수 있습니다. 

방황 중인 지지자들을 주우면 됩니다. 주워가면 된다니까요? 

그런데 그걸 못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꾸 그놈이나 저놈이나의 양비론 이미지만 쌓여갑니다. 구태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합니다.


이번 임태훈 컷오프로 인해서 민주당이 무슨 이득을 얻었습니까? 

이걸로 개신교계 표가 확보되었나요? 혹은 지켜졌나요? 

괜히 공천한다고 나대다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컷오프 시키는 바람에 진보층 불신만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비열정적 지지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거이탈할 것입니다. 

선거 한달 전에 괜히 일만 키워서 표만 잃었습니다.  아무 것도 득을 본 게 없습니다.

그냥 표만 잃었습니다. 얻은 게 없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냐면, 잃을 걸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뭘 얻는 것보다 갖고 있는 걸 지키는데 급급하니까요.


그냥 아주아주 태평한 소리로, 어차피 성소수자 및 진보 표는 별로 안되니까 그냥 버린 셈 치고 선거한다고 합시다. (단순한 예시인데도 제 손가락을 때리고 싶군요)

정당의 브랜드 이미지라는 게 엄청나게 실추되었습니다. 

일단 원칙주의 부숴졌구요. 개혁의 이미지에 금이 갔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이 "쫄보"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당장 개신교 눈치보느라 궁색한 이유로 멀쩡한 후보를 컷오프시켰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 탄핵을 하고 영부인 특검을 합니까? 대체 어떻게? 무슨 힘으로? 

그 때는 개신교계만이 아니라 언론 재벌 검찰 권력 종합세트와 총전력으로 부딪혀야 하는데 그 싸움은 어떻게 할 거냐는 거에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거악과의 싸움을 선포하면서 개신교 세력 하나도 어쩌질 못하는데 대체 무슨 개혁을 하고 승리를 합니까? 


이 건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현재 이재명 대표의 선거전략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저라고 그 동안 그 뻘스러운 공천에 할 말이 없었던 거 아닙니다. 

그저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민주당만 비판하는 게 우스꽝스러우니까 별 말을 안하고 있었던거죠.

이를테면 국힘당 당사 앞에서 공천에 불만품고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람까지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건 이야기를 안하니까요.

이제 저도 심히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언주는 대체 공천을 왜 한 겁니까? 필요하면 공천을 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그 사람은 "밥하는 아줌마" 따위의 막말을 내뱉고 문재인을 개껌씹듯 씹은 사람입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느라 철새의 이미지도 심하고요.

이 사람이 뭘 할 수 있습니까? 당장 민주당 내의 친문 세력들과 문재인 지지자들이 또 어수선해졌잖아요? 

정봉주를 공천한 건 어떻습니까? 이 사람은 박원순 정도를 제외하면 미투 파문으로 민주당 인사 중 가장 유명세를 치뤘던 사람입니다.

김어준까지 동원해서 그 날 동선이 어쨌고 저쨌고 자기는 무고하다고 에스비에스에서 방송까지 대대로 틀었다가 그 날 호텔 결제내역이 나오니까 슬그머니 꼬리말고 도망쳤던 사람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컷오프된 신용우는 어떻습니까? 안희정을 비판하고 피해자와 연대했던 사람이 이상한 과정으로 컷오프당했습니다.

이 사람 지금 민주당 탈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용우를 비판하면서 강준현이란 인간은 안희정을 친구로서 좋아한다 이따위 말이나 뱉고 있습니다.

선거공학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짓을 선택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러면 당연히 이 집단에 대한 기대를 점점 버릴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 동안 이재명을 진영론에 구애를 받지 않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오해했습니다.

이 사람은 그냥 기회주의자입니다. 사리분별을 못하면서도 잃는 건 두려워하는 사람이죠.

칼침 맞은 거 하나로 총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진짜 큰 오판입니다. 

개신교 세력을 너무나 두려워하는 이 정세판단으로 다른 싸움을 잘 할까요? 글쎄요.


지금 이재명과 민주당 전체가 하나의 사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힘당이랑 싸워는 보겠지만 무서운 세력들은 다 피하겠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당에서는 뱃지 못단다, 우리 전체가 피해보니까...


저도 이제 슬슬 고려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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