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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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었네요. 아톰 에고이안! 계속 활동하고 있는 줄을 몰랐어요... 허허;)



 - 알람 소리에 방에서 잠을 깨는 노인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일어나서 아내 이름을 부르며 찾지만 아무도 답이 없구요. 방문을 열고 나가니... 집이 아니었네요. 방들을 마치 개인 집처럼 꾸며 놓은 양로원 비슷한 고급진 시설이었어요. 돈 많은 유태인들끼리 모여 사는 곳인 듯 하구요. 그리고 바로 직원에 의해 밝혀지는 사실, 아내는 이미 며칠 전에 죽었습니다. 주인공은 치매를 앓기 시작한 상태였던 거죠. 하이고...

 그런데 그런 주인공에게 양로원 절친이 다가와 소곤소곤 아주 수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바로 사람들에게 '난 피곤하니 방에서 쉬겠다'라고 말하고 들어가서 이 편지를 뜯어 봐. 더 늦기 전에 니가 반드시 하고 싶어했던 일이 있다고. 그건 마치고 죽어야지.

 그래서 시키는대로 해 보니... 거기엔 풍족한 현찰과 함께 '내 가족의 원쑤, 아우슈비츠에서 우릴 죽였던 나아쁜 놈을 죽여야 한다!' 라고 요약되는 편지가 들어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은 어익후 그랬구나! 하고 '루디 컬랜더'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노인 네 명을 만나기 위한 순례길을 떠납니다. 이 중 하나가 개명하고 미국으로 탈출한 나치래요. 하지만 이미 나이가 아흔에 가까운 우리의 주인공은 과연 임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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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 랜도 & 크리스토퍼 플러머. 두 분 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명복을...)



 - 제목이 좀 재밌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딱 봐도 '살인자의 기억법'의 카피 제목이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은 '리멤버'에요. 똑같은 제목의 이성민 나온 한국 영화가 떠오르실 텐데, 그 영화는 바로 이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ㅋㅋㅋ 전 그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제목과 배우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거 한국에서 리메이크 해도 잘 어울릴 스토리네' 라고 생각을 해놔서 영화를 본 후에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이미 리메이크 되었다는 걸 알고 피식 웃었죠. 뭐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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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노 간츠. 역시 세상을 떠나셨죠. 다시 한 번 명복을 빌구요.)



 - 내용만 놓고 봐선 스릴러가 되어야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복수자가 너무 늙었다는 겁니다. 극중에서 정확한 나이는 안 나옵니다만. 아우슈비츠 시절에 이미 성인이었던 생존자가 주인공이니 최소 90세라는 계산이 나오죠. 그래서 총을 꺼내 상대방에게 겨누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리는 느릿느릿 스릴러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이게 괜찮습니다. 주인공이 그렇게 노쇠하고 약하다 보니 별 거 아닌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발생하거든요. 가끔 (비교적) 젊은이를 상대하는 상황이 되면 더더욱 그렇구요. ㅋㅋ 게다가 어차피 이 양반이 만나야 할 사람들도 자기 또래들이니 대충 밸런스도 맞아요.




 - 그래도 어쨌든 보는 내내 긴장감이 넘치고 뭐 이런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치매라는 기본 설정 때문에 '메멘토'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기 쉬운데, 별로 그런 쪽으로 가지도 않구요. 아이고 저 할배 저러다 자빠져 고관절이라도 다치면 어떡하나... 하는 짠한 맘으로 90대 노인네의 고행을 바라보다 보면 루디 컬랜더 1호가 등장하고. 만나서 오랜 역사 속 비극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좀 가진 후에 또 고행을 바라보고. 루디 컬랜더 2호가 등장하고...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스릴러라기 보단 반전 테마를 가진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가 되죠.


 다행히도 그 이야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만나는 루디 컬랜더들이... 좀 도식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주 적절한 스펙과 성격들을 가지고 매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도 좋은 부분이었고. 또 당연히도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연기가 참 좋아요.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현실감이 살아 있으면서 계속 짠한 느낌이라 이야기의 끝에 대한 궁금증을 놓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비교적 평이하고 무난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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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킹 배드'보다 이 영화를 먼저 봤다면 이 장면이 그렇게 즐겁지(?) 않았겠죠. ㅋㅋ 이 영화의 주요 출연진 중엔 매우 젊으신 편...;)



 - 결말은 뭐... 스포일러니까 말은 못하겠지만, 사실 대충 예측 가능합니다. 크게 놀랍거나 신선할 건 없는데요. 그래도 어쨌거나 플롯상으로는 꽤 큰 임팩트를 의도한 결말이기도 하고. 또 그 장면을 나름 깔끔 신속하게 처리해서 임팩트를 충분히 주는 가운데 노장 배우님이 연기로 살려주시고... 해서 여운이 남아서 괜찮았습니다. 특별할 건 없지만, 관록의 명배우님을 캐스팅한 찬스를 허비하지 않고 충분히 잘 챙겨 먹은 성실한 엔딩이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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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상태 때문에 거의 매 순간 순간이 스릴러인 영화라고 우겨 볼 수도 있겠습니다. ㅋㅋ)



 - 암튼 그래서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대체로 평이한 톤의, 스릴러보단 사회성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괜찮았고. 배우님이 하드 캐리도 해주시고. 결말은 그동안의 평온 무난함에 살짝 보상을 주는 류의 임팩트 결말이었구요. 여러모로 요소요소 괜찮았습니다. 요즘 이스라엘의 패악질이 워낙 심하다 보니 살짝 거슬리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뭐... 그건 그거고 나치는 나치니까요. 이 영화에까지 트집을 잡을 필욘 없겠죠.

 크게 훌륭한 것까진 아니어도 나름 존재 가치는 보여주는 소소하게 볼만한 스릴러... 라고 생각하고 보신다면 실망은 안 하실 겁니다. 끄읕.




 + 하지만 역시나 '이 시국!'을 무시할 순 없는지라. 다 보고 나서는 언젠가 팔레스타인 노인이 나와서 자기 가족들을 살해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양로원 절친(마틴 랜도가 연기합니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임무를 수행하는데요. 


 일단 첫 번째 루디 컬랜더는 나치 출신이지만 아우슈비츠나 여타의 절멸 수용소에는 근처도 못 가 본 사람이었어요. 반성 따윈 개뿔도 없고 자기가 직접 유태인들을 못 죽인 게 아쉽다느니 하는 소릴 하는 쓰레기지만 어쨌든 주인공이 죽여야 할 대상은 아니어서 그냥 겁만 주고 퇴각.

 두 번째 루디 컬랜더는 병원에서 다 죽어가는 상태였는데... 이 놈인가! 하고 총으로 쏘려는 순간 팔뚝에 새겨진 아우슈비츠 수감 번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 양반에게 들은 말은, 유태인은 아니지만 동성애자라서 아우슈비츠에 갔었다는군요. 주인공은 통곡하며 오히려 자기가 사과를 하고 돌아서 나옵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루디 컬랜더는... 최근에 이미 죽어 버렸어요. 그래서 되돌아 나오려다가 그 집에 살고 있던 아들놈이 나타나서 '아버지 친구라굽쇼??' 라며 막 친한 척을 하고, 유태인들 죽인 얘기 좀 해달라고 조르네요. 아버지 영향으로 아들은 현대의 미국 나치가 되어 버렸던 거죠. 근데 그 아들놈은 그러다 주인공 팔뚝의 수감 번호를 발견하고는 상황을 눈치 채 버립니다. 마구 화를 내며 유태인 놈이 내 집에서 내 술을 얻어 마셔!!? 라며 개까지 끌고 와서 위협을 하는데, 끙끙대며 간신히 꺼내 드는 데 성공한 권총님의 활약으로 개도, 나치 아들놈도 죽습니다. 얼떨결에 타겟이 아닌 사람을 죽여 버린 주인공은 거의 기력이 탈진해버리지만 그래도 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친구의 격려를 받으며 마지막 루디 컬랜더를 만나러 가요.


 그래서 마지막 루디 컬랜더는... 숲속 근사한 별장처럼 생긴 집에서 딸과 손녀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요. 복수를 위해 잠시 기다리다 그 집 거실에 있는 피아노로 바그너의 곡을 연주하는 주인공... 의 뒤로 루디 컬랜더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바그너를 좋아해? 그것 참 이상하군.

 어쨌든 이번엔 바로 총을 꺼내들고 그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는 주인공. 그리고 루디 컬랜더는 '언젠간 니가 날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며 순순히 응합니다만... 잠시 후 대화가 이상하게 꼬입니다. 주인공이 말하는 루디 컬랜더의 본명을 듣고는 그쪽이 이상하게 반응을 하는 거죠. 너 지금 뭔소린데? 미쳤니? 난 그 사람이 아니야!!? 그러자 주인공은 화를 내며 몰아붙이고, 이 소동을 듣고 달려온 그쪽 가족에게 총을 겨누며 협박을 해요. 당장 여기에서 니 자손들에게 정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니 자식들을 죽여 버릴 거야!!! 그러자 루디 컬랜더는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데... 다만 끝까지 자기는 주인공이 찾아 온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다시 주인공은 길길이 뛰다가, 루디 컬랜더의 이 한 마디를 듣고 멍해지죠.


 그건 니 이름이었잖아.


 사연인 즉, 우리의 주인공은 마지막 루디 컬랜더와 함께 아우슈비츠에서 간수로 일했던 놈들이었습니다. 그러다 소련군이 들어오고, 아우슈비츠가 폐쇄되자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 팔뚝에 유태인들처럼 수감 번호를 새기고서는 이름을 바꾸고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척하며 미국으로 도주했던 것. 그리고 일생동안 아우슈비츠의 피해자 행세를 하며 유태인들과 어울려 살았는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며 연기한 세월이 70년이 넘다 보니 스스로도 뭐가 사실인지, 자기가 누구인지 헷갈리게 되었던 거죠. 거기에다가 치매까지 겹쳤고. 근데 그 때 즈음에 양로원 베프 할배가 주인공의 진짜 과거를 알게된 후 주인공의 치매 증상을 이용해서 셀프 복수를 계획했던 겁니다. 사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계획이고 상황 같지만 일단 대충 넘어갑시다


 이 모든 걸 깨달은 주인공은 아들 앞에서 '나는 나치였어. 내가 유태인들을 죽였다.' 라고 고백하고는 바로 들고 있던 권총으로 자살해 버립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 이 소동을 뉴스로 보고 있는 양로원 노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친구가 저기까지 아우슈비츠의 일을 복수하러 갔나봐! 라는 사람들에게 주인공의 절친이 싸늘하게 한 마디 합니다. 아니야. 저 녀석이 바로 나치였고 저 녀석이 바로 내 가족을 죽인 원수였다. 이걸로 엔딩이에요.


 덤으로. 주인공의 음악 취향이 몇 번 언급이 되는데 그게 복선이었습니다. 바그너는 생전에 반유대주의자였고 히틀러는 이 양반 음악의 열렬한 팬이었다죠. 그런데 아우슈비츠 생존 유태인이라는 양반이 계속 나는 바그너가 좋아~ 라고 하고 있으니 그게 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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