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월드투어 콘서트 HER 후기

2024.03.11 16:50

칼리토 조회 수:396

어이없게도 시작 시간을 착각해 버린데다가 장소도 헷갈려서 시작 3분전에 뛰어서 입장했네요. 올림픽 주경기장 콘서트가 재작년 9월이었으니 아직 2년이 안됐습니다. 그때는 저녁 시간에 쩌렁 쩌렁 울리던 "에잇"의 무반주 도입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올 해는 홀씨였어요. 하늘에서 아이유가 내려 옵니다. 


이번에 발표한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은 홀씨하고 쇼퍼였습니다. 홀씨로 열고 다시 홀씨로 닫았죠. 수미쌍관인가요? 


아이유 팬클럽의 이름은 유애나입니다. 이 번 공연까지 6기였구요. 아직 7기 모집은 안하고 있는데 입장할 때 나눠주던 부채 같은 게 뭔가 하고 나중에 보니 아이유를 응원하는 깜짝 이벤트가 적혀 있더군요. 공연 다 끝나고 알았다는. 아이유 팬덤은 참 대단합니다. 


지난 공연에서 이제 그만 부르겠다고 했던 노래들하고 인상이 강렬했던 노래들은 거의 다 빠지고 이번에는 새로운 색깔로 단장하듯이 셋리스트가 구성되었습니다. 발표곡이 워낙 많으니 그중에서 고르는 것도 일이겠어요. 혹시 셋리스트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유튜브 플리 





체조 경기장(K 스포돔)은 음향이나 시설이 확실히 잠실 주경기장보다 더 낫더군요. 수용인원이 작다는 거 빼고는 훨씬 훌륭합니다.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더 라이브가 감동이 있었어요. 아이유 컨디션도 괜찮은지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 공연 내내 힘들거나 버거운 분위기 없이 거의 완벅하게 공연을 소화했습니다. 


게스트로는 르세라핌이 왔습니다. 현 시점에서 제일 핫한 걸그룹중 하나지만 아이유의 존재감에는 확실히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유애나의 절제된, 하지만 환영은 한다는 반응 때문이 아닌가 싶었어요. 우리 애가 제일 예쁘지만 같이 놀자고 부른 옆집 애도 대견하다.. 같은 느낌? 르 세라핌의 리더인 김채원은 유애나라고 하더군요. 굉장히 상기된 반응으로 무대를 즐겁게 했습니다. 레알 성덕. 


전체 공연은 3부로 나뉘고 앵콜로 세곡 부른 후에 앵앵콜이 이어졌습니다. 막곡은 "푸르던" 이었어요. 그 전에 분홍신도 부르고 블랙아웃도 부르고.. 정작 가수는 기억 못하는 안무와 연주를 밴드와 댄싱팀이 다 기억하고 있어서 웃음이 이어졌구요. 푸르던의 가사를 개사해서 불러주는 아이유가 몹시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공연을 볼때마다 울컥하는 지점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셀러브리티를 부를 때 그랬어요.뭔가 눈물이 펑펑 까지는 아닌데.. 눈가에 습기가 맺힌다고 할까요. 슬프지도 않고 가슴이 먹먹한데 그게 굉장히 따뜻한 그런 감정을 한참 느끼게 됐어요. 공연 내내 잔잔한 여운이 이어졌습니다. 


옆자리에는 굉장히 조용한 중학생 혹은 고등학교 남학생이 앉았는데 그 옆자리에는 공연 내내 괴성을 질러대며 아이유를 응원하는 청년이 앉았어요.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저것도 콘서트를 즐기는 방식이죠. 다 같은 유애나고 저런 응원이 가수에게는 힘이 될수도 있을 겁니다. 유애나는 다양해요. 나이도 성별도 성향도.. 가수 하나를 보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랑하는 눈길로 무대를 쳐다보는 광경은 흡사 제례 같기도 합니다. 공연이 절정으로 다가갈수록 가수는 신관이고 성녀이고 신탁을 읊조리는 사제가 됩니다. 


시원시원한 가창,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무대 매너, 하울링이 몇번 있기는 했지만 전달력이 좋은 음향과 현장의 열기를 함께 느끼면서 어느덧 4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지난 번 골든 아워처럼 웅장하고 신기하고 열기구나 드론이 등장하는 것 같은 와우 포인트는 없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손글씨라던가 영화처럼 촬영된 뮤비의 한부분이 콘서트에 녹아 들었고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아이유의 꿈은 70세까지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가수가 되는 거래요. 팬으로써 응원하고.. 그 공연을 보려면 건강 관리를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때면 내나이가 몇인가.. 흠.. 제대로 걷기만 해도 성공인 나이인데요. ㅎ 대부분의 공연도 버츄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고 말이죠. 집에서 VR로 감상을 하게 되려나? 음.


아이유 팬들의 떼창은 유명합니다. 이 번에는 잔소리를 불렀는데.. 남여가 파트를 나눠서 부르는 떼창은 세계 최초가 아니냐고 가수마저 흥분을 해서.. 그후에 열창을 하느라 목이 맛이 가더라는. ㅋㅋ 지난 번에는 밤편지를 무반주로 불렀는데 이번에도 재미있었습니다. 


밤편지 하니.. 아이유 피셜, 밤편지가 최애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의 공연에서도 밤편지는 게속 들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곡을 썼을 때의 마음과 감정이 굉장히 소중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번 공연에서의 밤편지도 좋았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다정히 속삭이는 사랑 노래는 죽어있던 내면의 감정을 뭉클하게 하는 효과가 있네요. 


공연이 마침내 끝났습니다. 엉덩이를 감싸주던 방석까지 야무지게 챙기고(아이유 콘서트에서는 방석이 무료) 귀갓길에 올라요. 대중교통으로 집에 돌아오는 내내 행복했던 4시간을 곱씹습니다. 올해의 콘서트도 너무 좋았고 언젠가 다시 열릴 그 시간도 기대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이어지는 월드투어도 모두 매진이라고 하니 건강하게 마치고 또 행복하게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젠가의 월드 투어에는 다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몇개국 정도라도 따라가서 그 나라 사람들과 아이유 콘서트를 같이 보고 싶다는 그런 꿈도 가지게 되네요. 덕질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진짜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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