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리플리]

2024.04.13 10:57

thoma 조회 수:376

며칠 걸려서 봤습니다.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는 특별한 개성이 없고 그냥 미국영화의 평범함을 느껴서인지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알랭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는 최근에 본 건 아니지만 몇 번 봤고 어릴 때 처음 보고 넘 좋아한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좋았습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마음 속의 추억의 영화 리스트에 들어가는 영화네요. [태양은 가득히]는 음악, 장소들, 인물 형상화, 배우 이 모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리플리의 젊음과 가난과 저질스러움까지 뒤로 가면서 연민으로 이입하게 하는 면이 있었어요. 이상 심리의 소유자가 이십 대 알랭 드롱의 외모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이외의 영화의 요소들도 태양처럼 반짝반짝. 

저는 하이스미스라는 작가를 모를 때 이 영화의 원작이라서 동서에서 나온 소설을 읽었고 시간이 지나 원작자를 알게 된 후 그책 출판사 리플리 시리즈를 구매해 읽었지요. 이 시리즈는 번역에 문제가 많아 말이 있었고 저도 읽으면서 오탈자가 심해서 어이없어 했었어요. 을유로 출판사를 옮겨 작년에 시리즈가 새옷을 입고 나왔는데 이번 번역자도 좀 안 좋은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번역 자체는 안 읽어서 모르겠네요.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가 이야기 진행상 이전 작품들과 눈에 띄게 차이나는 점은 다른 분들 글에도 나오지만 리플리의 나이가 많다는 것이네요. 그래서 드라마의 성격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플리는 이탈리아에 오기 전부터 완성형 범죄자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진작부터 시도했을 것입니다. 디키의 리플리에 대한 경계나 차별이 두드러지지 않아요. 물론 처음에 경계하지만 사람이 좀 무릅니다. 욕망에 비해 능력은 없어서 자신감이 없고 칭찬에 목마른 평범한 인물입니다. 리플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자극하게 되는 심리적 원인이 디키라고 보여지지 않아요. [태양은 가득히]의 그 디키만큼의 재수없음이 없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리플리 경우, 그 나이에 차별 좀 당하고 소외시킨다고 상처받는 내용이 두드러지면 더 이상하겠죠. 이미 많은 일을 겪었을 나이 같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선량한 디키가 사이코 범죄자에게 희생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 점은 아쉬웠어요. 비행기와 기차와 배를 타고 달려온 미국인 범죄자에게 다만 아버지 덕에 놀고 먹는다는 이유로 단죄되네요? 하지만.


나이가 있는 리플리는 디키에 의해 상처를 받지 않는 대신 문화적인 여유와 문화적인 충격에 지배당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해안 마을, 예술품으로 도배된 건물들과 산재한 유적지, 액자에도 안 넣고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피카소의 그림. 그렇습니다, 리플리 씨는 범죄자이면서 예술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던 것이죠. 이걸 누리고 싶은 겁니다. 어찌 좀 수중에 넣고 싶은 것입니다. 재능도 없으면서 허접한 그림과 허접한 글쓰기에 매달려 무슨 큰 일이라도 하는 양 시간을 죽이는 디키와 마지 대신 자신이 좀 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7세기 초의 화가 카라바조에 이입합니다. 이 화가는 지인을 죽이고 도망자로 다니며 여기저기에 위대한 그림들을 남겼다고요. 위대한 인물은, 예술가는 친구를 죽이는 것 쯤은 문제가 안 된다,라고 카라바조의 그림을 찾아가 바라보는 리플리의 얼굴에 자기식으로 흡수하는 게 보입니다. 자신을 예술가로 여깁니다. 재능있는 리플리 씨입니다. 우리는 마지의 수준 이하 글을 참고 읽으며 더 낫게 교정하는 것을 보며 확인할 수 있어요. 재털이 하나도 얼마나 아름답고 견고한 걸 고르던지. 하여튼 보트에서의 살인 장면에서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기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추구하는 것은 60년대 초반의 발에 차이는 게 예술품인 이탈리아 곳곳의 수려함을 흑백의 예술적 화면으로 제공하겠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을 즐겼습니다. 리플리가 자기 범죄 행위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고 성공적인 신분 세탁을 한다는 결말은 알고 있는 것이니까요. 거의 그림 같은 구도의 장면들의 향연이 펼쳐지니 느릿느릿 이런 것을 구경할 마음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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