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읽기 좋은 소설들.

2018.09.17 12:48

이레와율 조회 수:3207

추천합니다. 추천해주셔도 됩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이 실패 없이 다 알뜰하게 재미있어서 영업글 한 번 써봅니다.



1.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 추리소설입니다. 코델리아라는 여성 탐정이 주인공이에요.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여성 캐릭터가 섬세하고 여성스럽지만 강인합니다.

소설 속 여성 인물들이 하나 같이 매력적이에요. 번역이 잘 되어 실제 그 장소에 가 있는 느낌도 듭니다. 무자비한 폭력을 헤집어가면서도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내일을 위해 잘 챙겨 자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악착같이 살아야한다고, 생존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사는 코델리아. 좋습니다.

무엇보다 소설이 재미있어요. 한 번 잡으면 끝까지 갑니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 위 책을 읽으며 많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이 책도 너무 흥미진진 유쾌 통쾌하고 발랄하면서도 세 자매 이야기가 끝까지 가는 흡입력이 대단한데(무슨소린지) 여튼지요

어쨌든 이 책도 권합니다. 번역이 잘된 외국 소설은 확실히 좋더군요!


2.다이어트 랜드

: 이 책 너무 재밌습니다. 그저 그렇게 외모 코르셋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뚱뚱한 여자가 겪는 좌충우돌, 그런 내용일 줄 알고 구매했으나!

개인적으로 감정 이입도 너무 잘 되었어요. 비만 여성이 겪는 혐오와 차별이 내용의 전부는 아니고, 내용은 훨씬 과격합니다.

반다이어트 혁명 단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이 다이어트를 강요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추천사처럼 맹렬하게 재밌어요^^



3.해가 지는 곳으로.

: 한국 소설입니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하나에요. 더 로드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입니다. 오래 전에 구매했다가 두어달 전에 읽었던 것 같아요.

쉽고 잘 읽힙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요. 퀴어 소설이에요. 배경이 워낙 험하고 처절하니 여자 아이 두 사람의 애정이 더 돋보이긴 해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드러납니다. 안타깝고 애절해서 다소 감정적이고 격정적이더라도(...) '젊은 작가'라는 취지에 잘 맞는 소설 같습니다. 앞으로 책 더 많이 파시라 응원하게 되는 작가님입니다.



4.미스 플라이트

: 이 소설 역시, 젊은 작가 시리즈입니다. 어제 읽었어요. 

주인공 유나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할 수밖에 없는 소설인데, 유나를 둘러싼 많은 환경들이 사람을 참 먹먹하게 합니다.

유나가 국군 장교의 딸로 크거든요. 그러다가 항공사에 입사하고요. 최근에 불거졌던 사회 문제들이 유나의 성장 과정에서 천천히 다루어집니다.

유나와, 유나가 만난 사람들이 다정하고 상식적이고 예의바르고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노력할 때, 그런 모습들이 추억처럼, 유나의 말로 기억될 때

마음이 아팠어요.

유나 아버지의 사병이었던 영훈과 그의 아내 혜진, 유나의 연하 남자 친구, 그 남자 친구의 (잘 우는) 아버지. 섬세하고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람들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유나 아버지 정근이 싫... 싫다기 보다 먼 사람이에요.

작가의 말에

"끝내 포기할 수 없던 것들을 포기하지 못한 채, 이 이야기를 세상에 던져 놓는다."

하셨더군요. 응원합니다. 



5.체공녀 강주룡

: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서사성이 강해요.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했고요.

을밀대에서 자기 몸을 묶고 임금 농성하던 낡은 사진으로 기억하는 인물인데 첫 시작은 발칙(?)하게도 5살 연하 신랑과 결혼하는 장면이고 초반부는 그 신랑과 알콩달콩 아기

자기 친해지는 내용인데 너무 좋아서 몸을 좀 꼬면서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서북 방언을 괜히 쓰고 싶어지는 후유증이 있습니다.(사나들이래 우에 그 모양입네까)

독립운동군 기지를 따라가는 장면도, 돌아와서 노동 운동을 하게 되는 2부도 다 강주룡을 응원하게 됩니다.

매력적인 여자분이에요. 자기뜻대로 사랑하고, 자기뜻대로 삶을 살아간 씩씩한 여성이요.



6.같이 걸어도 나 혼자

: 마흔 살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 잘 없죠.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고(혹은 별거, 이혼 직전), 모든 것이 불안정한 두 여자분. 두 여성간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라기에, 정세랑님이 추천사를

쓰셨기에! 주저 없이 구매했는데 상황만 같고 아주 다른 두 여자의 목소리가 교차할 때마다 짜릿하고 재밌습니다.

이거 왜 우리 나라에서 영화로 안 만들까요?

한 사람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후회하고, 시원시원해 보이지만 또 속은 그게 아니고. 석달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지난 사랑이 진짜였다는 걸 천천히 깨닫고.

다른 한 사람은, 이혼하려고 별거 중인 남편 찾아가는, 소심해 보이지만 사실 생각 많고 속에 쌓인 상처가 많은 한 분.


이혼하기 위해, 별거 중에 숨어버린 남편을 찾아가는 두 여자의 로드무비...ㅎㅎ


죽는 것보단 헤어지는 게 낫다, 라고 말해주는 같은 배우 덕질하는 쿨한 시어머니.

(아 그리고 직장 상사의 성추행, 스토킹... 그리고 아이 없고 혼자 늙어가는 여자에 대한 주변의 오지랖.. 이런 게 너무 그냥 그냥 딱입니다.)

일본 이름 한국이름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끝에 섬 마을에 풍습만 좀 다른 걸로 바꿔주면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나름 긴장, 위기의 순간도 있어서 영상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지요.




쓰고나니 구구절절...감상글입니다.

연휴엔 뭘 읽으면서 뒹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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