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올라온 글을 보고.....

저도 서울 와서 정말 깜짝 놀란 게 뭐냐면, 대형 서점에서 '대놓고 퍼질러 앉아서' 읽고 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아예 읽지 마란 말이냐? 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책의 비닐포장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서점은 문화의 전달 터미널이죠. 일단 훑어보며 아 어떤 내용이구나, 이런 게 있네, 혹은 저 책과 비교하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미리 그 내용을 살펴보거나 견주어 보는 건 책을 사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능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재밌게 잘 읽고 나서 그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일 텐데...


까놓고 말해서 저도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서점에서 많은 책을 읽었었습니다. 

동네에 있던 세화당서점 (교보문고에 비해 거의 삼십분지 일 수준이지만 마산에서는 그래도 큰 축이었습니다)의 주인이 

제 얼굴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저는 세화당에서 책을 그만큼 많이 샀고, 특히 재미있게 읽은 책들은 나중에 용돈을 모아서라도 구매했었습니다.

가끔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나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큰 책 시리즈 - 상식의 허실, 인류가 겪은 대재앙 등 - 들은 하드커버에다가

가격도 거의 대학 전공책 수준이라 사람 환장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중학생 용돈 수준이야 뻔했고, 알바도 못 하던 시절.

특히 이 RD콜렉션 때문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95년 실황 비디오를 포기했던 건 지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희귀판이라 구하기도 힘든데 쩝) 

그래도 그렇게 한두 개 사서 모은 책들이 모두 제 양식이 되고 물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아무래도 읽고 나서 재밌다고 생각한 책은 반드시 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게 아니면 적어도 책 제목 기억해뒀다가 정독은 정독도서관.. 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찬찬히 읽든가, 하는 식으로.

서점에서 퍼질러 앉아가지고 꼼꼼하게 읽는 건 뭐랄까 좀. 아닐 거 같은데. 하는 의견이 있었더랬지요.


그런데 서울 올라와서 대형서점에 가 보니 아예 퍼질러 앉아서 마치 도서관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더라... 라는 거였습니다.

제 경우는 눈치 봐 가며 읽고, 주머니 사정 되면 사 놓고, 또 그거 때문에 집구석하고 진짜 학을 떼도록 싸워대고 했는데

뭐랄까 참 신선(?)한 풍경이더군요. 

-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근데 다들 하고 있네. 나도 하면 되는 거였나? 근데 그러면 안될 거 같은데. 아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특히나 정말 놀라운 건, 초중고 학습지 코너에 앉아서 문제지 한 권 혹은 한 단락을 다 풀고 (물론 연습장에 풀기는 합니다) 그냥 꽂아놓고 가는 행태.

이건 당시 크게 문제가 되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과 지적 재산권 문제... 그거랑 대체 다른 게 뭔가... 싶었습니다.

읽고 나서 사면 아무 문제 없는데, 대부분 그렇게 한 번 풀었던 문제지를 다시 돈 주고 구매하지는 않을 것 같고 말입니다.

(이건 뭐 제 주변에서 실력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안 팔려 펜 꺾은 작가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서점은 문화의 터미널이라는 사회적 의의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을 팔아서 생존하는 곳입니다.

대형 서점의 경우 앉을 곳과 테이블을 구비하여 책을 읽을 수 있게도 해 놓았지만,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해서' 

그렇게 구비해 놓은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마트의 시식 코너처럼 인구의 접근성을 높여 자연스레 매출 상승 효과를 노리는

일종의 마케팅적 측면이 크다고 생각이 됩니다.

서점으로서는 '꼭 지금 사지 않아도 좋으니, 나중에라도 들러서 재밌다면 사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서점에서 책을 재밌게 읽고 나서, 정작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것도 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거기서 봤다면 그 서점에서 반드시 사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터넷으로 사면 싸기야 하겠지만...



원래는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굴진 않았는데, 2002년이던가 3년이던가에 종로서적 망하는 거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었죠.

동네 서점 망하는 건 많이 봤지만 대한민국에서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던 커다란 서점 - 빌딩 한 개가 몽땅 서점인 걸 보고

교보문고 처음 갔을 때만큼이나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 이 어느날 갑자기 홰까닥 망해버리는 걸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도 망할라면 얼마든지 망하는 곳인데... 

백 보 양보해서 책을 사고 말고는 개인의 의사에 달린 문제니까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책을 사지 않고 그냥 보는 것이 적어도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고 

아무런 "스스럼없는" 행동이 아닌 것을 "자각' 하고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게 그렇게까지 개념없는 일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뭐... 기성세대의 자녀교육상 위장전입 같은 정도의 감각이죠?" 

라고 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

엊그제 부산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보서적이 문을 닫았더군요. 

한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 나우누리-아이즈 PC통신망에 온라인 점포를 갖고 있을 만큼 큰 곳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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