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언제나 그렇듯 싹 다 게임패스 게임들입니다만.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게임은 4일 뒤에 게임패스에서 내려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먼저 플레이해서 엔딩을 봤죠.



1. 순무 소년의 탈세 모험(엑박플스PC스위치 전기종 다 가능합니다.)



보시다시피 '저 인디에요!' 라고 외치는 듯한 참으로 소탈한 게임입니다.

게임 플레이로 말하자면 아주아주 작고 소박한 규모와 퀄리티로 옛날 젤다를 흉내낸 게임이다... 라고 말하면 최대한 간단하겠네요.


일단 장점은 '채소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의인화된 귀여운 채소들이 나와서 게임 내내 뻘한 개그를 쳐댄다는 것? 그러니까 귀엽고 웃깁니다.

스토리부터가 뭐, 제목 그대로 순무 소년이 어느 날 억울한 탈세 혐의를 받고선 오해를 풀기 위해 애를 쓰다가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식의 개그물이구요.

자꾸만 납세 관련 서류들을 손에 넣게 되는데, 포인트는 서류 하나를 발견하면 선택지가 둘만 뜬다는 겁니다. '읽는다'와 '찢는다'. 안 읽을 수는 있지만 안 찢고는 진행을 못해요. 그래서 게임 내내 주인공은 공문서부터 시작해서 마을 사람... 아니 채소들 러브레터까지 손에 들어오는 족족 다 찢고 다니고 그럴 때마다 주변 채소들이 벙찐 반응을 하죠. 뭐 이런 식입니다. ㅋㅋ


소박한 젤다 흉내도 나쁘지 않습니다. 액션은 보스전을 제외하곤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제한되어 있고, 거의 대부분이 맵상에 배치된 지형지물들을 그때까지 습득한 스킬을 활용해서 배치하고 파괴하는 퍼즐 풀이인데요. 나름 합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운데... 쉽습니다. ㅋㅋㅋ 


플레이타임도 짧습니다. 2시간이면 일반 엔딩을 보고, 진짜 엔딩을 보겠다고 다시 컨티뉴를 해도 한 시간 안에 다 해결하고 진짜 엔딩까지 클리어 가능해요.

이렇게 짧고, 쉬운 게임에다가 귀여운 캐릭터들과 소소하게 웃기는 개그를 얹어서 마치 그 짧고 쉬움까지도 의도한 것처럼 잘 치장한 게 참 현명했네요.


결국 걍 스트레스 없이 가볍게 시간 보내기 좋은 소탈한 인디 게임입니다.

특별히 칭찬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플레이하는 3시간은 즐거웠고 제 자식놈들도 마찬가지로 즐겁게 하고 있으니 굿잡! 이라고 해두겠어요.



2. 티안딩의 전설(엑박플스PC스위치 전기종 다 가능합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2차대전 시절에 일본에게 개고생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닐 텐데 왜 한국만 유독 한 맺힌 것처럼 보이는 걸까. 다른 나라들은 다 기분 털었나?

당연히 실제로 그런 건 아닙니다만. 문화 상품 측면에서 그런 느낌이 좀 들었다는 얘깁니다. 한국처럼 일제 강점기 배경으로 뭘 열심히 만드는 나라가 별로 없어 보여서요.


그런데 짜잔~ 하고 이렇게, 대만제 액션 게임이 그 시절을 다루면서 일본의 압제에서 민중들을 지켜내는 의적!!! 을 소재로 삼았네요. 허허.

하지만 런칭 당시엔 한글 자막이 없어서 관심 밖으로 뒀다가, 최근에 한글 자막이 생겼고, 또 게임패스에서 곧 나갈 예정이라길래 플레이해봤지요.


장르를 말하자면 뭐드라... 이런 걸 '빗뎀업!' 이라고 하든가요. 암튼 횡스크롤 마구 쥐어패기 게임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과카밀리' 시리즈를 좀 많이 따라한 게임이구요. '파이널 파이트' 마냥 걍 우측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메트로바니아스럽게 구성된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쥐어 패고, 아이템 먹고, 게임 진행하면서 스킬 익혀서 콤보도 넣고... 심지어 서브퀘스트도 조금 있어요. 뭐 그런 식으로 진행합니다만. 메트로바니아 요소나 서브 퀘스트 같으 건 정말 살짝 양념만 친 느낌으로 얹혀 있고 기본적으론 걍 '마구 쥐어패기 게임' 맞습니다. ㅋㅋ


3D로 모델링해서 2D로 보여주는 식인데. 비주얼 자체는 걍 준수한 정도지만 중간중간 들어가는 중국 만화풍 컷씬과 어울리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보기는 좋구요.

스킬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쾌 시원하게 두들겨 패는 느낌은 잘 살아 있어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입니다.

다만 일반 필드몹들과 다르게 보스들은 꽤 난이도가 있어서 기본 난이도로 하다 보면 후반이 좀 힘든데요. 뭐 언제나 맘대로 난이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괜찮은 걸로.


이 정도면 횡스크롤 난투 게임들 중에서, 그것도 인디 제작사 게임들 중에선 상위권에 넣어 줄만한 수작인 듯 했습니다. 

컷씬과 스토리도 아주 단순 명쾌한 소년 만화 스타일로서 나쁘지 않았구요.

플레이 타임도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게임패스 나가기 전에 해보고픈 분들은 지금 달려 보심 되겠습니다.


 + 근데 이게 주인공이 실존 인물이거든요. 호기심에 검색을 해 보니 떠오르는 그 이름은 바로 김두한... ㅋㅋㅋ 그러니까 대만의 일제 치하 시절에 활동했던 도둑이었고, 친일파와 일본인들을 많이 턴 건 사실이지만 '그거야 갸들이 부자니까 그랬던 거고 딱히 정의감이니 민족이니 관심 없는 단순한 강도였다' 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나 봐요. 뭐 세상 다 그렇죠...



3. 코쿤(역시나 콘솔 전 기종, PC 다 가능합니다.)



'림보'와 '인사이드'를 내놓은 언데드랩이란 회사... 는 인디 제작사들 바닥에서 거의 전설급이라 그런지 거기서 일하다 독립한 사람이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화제가 되는데요.

전에는 무려 공동 대표였던 양반이 나와서 만든 '서머빌'이라는 게임이 참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줬구요.

이번에 '수석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였다는 양반이 만들어 내놓은 게 바로 이 '코쿤'입니다만. 


오. 이거슨 대박입니다.


원래 언데드랩 게임들도 그랬듯이 딱히 스토리랄 게 없습니다. 뭔가 이야기의 흐름이 있긴 한데 디테일 따위 전혀 보여주지 않고 걍 다짜고짜 처음부터 게임 플레이로 시작해서 끝까지 그렇게 가구요. 대사도 없구요. 역시나 대충 신비로운 분위기 깔아가며 무마하는... 뭐 그런 식인데요.


됐고 게임 플레이가 정말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게, 그 게임 플레이를 설명하기가 참 난감해요. 그러니까 영상에 나오는 저 바퀴벌레처럼 생긴 외계인을 조종해서 움직이며 처음엔 하나로 시작해서 나중엔 셋 + 알파까지 늘어나는 '세계의 알'을 활용해서 퍼즐을 푸는 게임인데요. 보통 이런 류의 퍼즐 게임들은 근본이 되는 기본 공식 같은 게 있고 그걸 점점 더 복잡하게, 스케일 크게 해나가는 식이잖아요. 근데 이 게임은 그 기본 공식이라는 게 참 애매합니다. 말하자면 단순 반복이 별로 없어요. 비슷한 퍼즐 두어개 풀어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변형 문제가, 그 다음엔 심화 변형 문제가, 그 다음엔 아예 그냥 새로운 문제가... 이런 식이라서 말입니다.


근데 그렇게 게임 플레이가 달라지고, 새로운 퍼즐이 계속 등장하는데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구요. 아무런 설명 한 마디도 안 나오는 게임인데도 계속 그런 새로운 퍼즐들이 어떻게 하다 보면 다 풀립니다. 심지어 퍼즐이 좀 어려운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하다 보면 결국 다 풀 수 있도록 게임 설계를 참 잘 해놨어요. 


퍼즐 위주의 게임을 싫어하신다면야 뭐 다 쓸 데 없는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특별히 퍼즐 위주 인디 게임들을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정가로 사든 세일로 사든 게임패스로 하든 꼭 한 번은 건드려 보시라고 강력 추천하고픈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최근에는 게임 하다가 막히면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대충 공략 찾아보는 게으른 게이머가 되고 있었는데요. 이건 다 스스로 풀어야겠다는 의욕이 뻗치게 하는 신묘한 매력이 있어서 개고생을 하며 결국 다 해결하고 끝냈어요. ㅋㅋ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4. 는 없구요.



일년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이게 점점 소멸 되는 느낌이라 아쉬웠거든요.

근데 올해는 그래도 가을 같구나! 싶은 날씨가 조금은 유지되는 것 같아서 좋네요.

그래서 센티멘털 휴머니스트가 된 기분(...)으로 이런 노래나 뒤적거리고 있고 그럽니다. ㅋㅋㅋ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77
124710 마징가 제트 주제가 [4] 돌도끼 2023.11.11 165
124709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좀 더 유리한 상황(현장발권없어서 못보시는 어르신들 외) 상수 2023.11.11 151
124708 어떤 해후(질풍가도, 출사표, 잘 있어요) 상수 2023.11.11 154
124707 넷플 계정 공유 잘 아시는 분 계세요?(기가 지니와 크롬캐스트) [4] 쏘맥 2023.11.11 402
124706 우승이 이렇게 힘든 건가요 [4] daviddain 2023.11.11 298
124705 일론 머스크 전기영화 제작소식 [5] LadyBird 2023.11.10 300
124704 드라마의 장점 [2] catgotmy 2023.11.10 174
124703 오겹살 첨 먹어본거 같은데 가끔영화 2023.11.10 128
124702 알고리즘의 폐해/KS 3차전 [37] daviddain 2023.11.10 199
124701 최근 읽은 책과 산 책.(무서운 눈이 나오니 주의하시길) [4] thoma 2023.11.10 302
124700 프레임드 #609 [2] Lunagazer 2023.11.10 69
124699 나이들어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 [3] ally 2023.11.10 385
124698 [잡담] 데블스 플랜. [6] 잔인한오후 2023.11.10 327
124697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울트라맨 라이징 티저 [2] DAIN 2023.11.10 167
124696 인사이드 아웃 2(새로운 감정들), 빔 벤더스 야쿠쇼 코지 신작 퍼펙트 데이즈 예고편 상수 2023.11.10 183
124695 [왓챠바낭] 이 정도면 창의력 대장, '지옥의 모텔'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1.10 306
124694 모기가 무서운 것 같습니다 [4] catgotmy 2023.11.09 214
124693 더 마블스를 보고: 더 잘 될 수 있었던 여성영웅 팀서사의 아쉬움(약 스포, 다른 영화 명대사 추가) [2] 상수 2023.11.09 321
124692 더 마블스~를 보고 (스포일러 있음) [2] DAIN 2023.11.09 370
124691 프레임드 #608 [2] Lunagazer 2023.11.09 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