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1분이고 장르는 호러 같기도 하고 서부극 같기도 한 액션 스릴러. 스포일러는 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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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비싼 배우가 안 나오면 포스터도 이렇게 맘대로 만들고 좋습니다... 만. 주연 배우님은 많이 아쉬우셨을. ㅋㅋ)



 - 영화가 시작되면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무장을 하고 도주하고 있어요. 그러다 경찰에게 포위되어 순식간에 전원 사살. 

 그 다음 장면부턴 이제 다양한 무리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1) 오늘 막 이전을 시작해서 텅 비게 된 경찰서를 밤새 지키게 된 흑인 형사와 경찰서 여직원 둘 2) 오늘 다른 감옥으로 이송 중인 죄수들과 교도관들 3) 도입부에서 몰살당한 애들의 복수를 다짐하는 갱들 4) 좋은 일 있어서 룰루랄라 어딘가로 가고 있는 부녀.

 무심 시크하게 자막으로 시간 띄워가며 이 무리, 저 무리를 보여주다가... 당연한 수순으로 이들은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접점을 만들기 시작하고, 결국 이야기는 빈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한밤의 공성전으로 귀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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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당찬 소녀입니다만...)



 - 그러니까 일단은 서부극입니다. 뭐 새삼스런 얘기죠. 이 영화가 '리오 브라보'에서 설정을 복붙해왔다는 건 영화는 못 보고 죽어라고 영화 잡지만 읽던 90년대 씨네필 워너비들에겐 교양 상식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어쨌든 본의 아니게 빈 경찰서를 지키게 된 흑인 형사가 정의로운 보안관이구요. 그곳을 습격하는 갱들은 옛날 서부극 속의 '인디언'들인 거죠. 도입부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피를 흘려 나누는 의식 비슷한 걸 하는 모습이라든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 밀 듯이 밀려오는 모습들도 영락 없이 그렇구요. 이송 되다 말고 졸지에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는 죄수들이 형사 팀과 유대감을 나누게 되는 전개도 그렇고. 또 이 모든 사단의 발단이 되는 애 아빠도 딱 서부극의 테마를 구현하기 위한 캐릭터입니다. (형사 입장에서) 이 놈이 뭐 하는 놈인지, 선인인지 악인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나의 직업 윤리와 양심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겠다! 라는 형사님의 고귀함(?)을 부각시켜 주는 역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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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야 정의의 보안관!!!)



 - 근데 재밌는 건 이 갱단의 행태입니다. 이 인간들은 대사가 거의 없어요. 극초반에 몇 마디 나누는 걸 제외하면 아무 말 없이 그저 유령들처럼 어둠 속을 거닐다가 쿨타임이 차면 미칠 듯한 기세로, 총알이 날아오든 말든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 닥칩니다. 그러니까 하는 짓이 딱 좀비 영화 속 좀비들인데. 이게 또 미국 원주민들을 가차 없이 이해와 교류가 불가능한 악마들로 다루던 시절의 서부 영화 속 '인디언'들 같은 거죠. 미국인들이 좀비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에 이런 맥락도 있었던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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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물을 찍고 싶었는데 제작비가 모자라니 '그럼 그냥 좀비인데, 인간인 걸로 하지 뭐!' 라고 만든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 앞서 말 했듯 이 영화의 인물들은 기본적으로는 고전적인 서부극의 전형적 인물들 역할을 하나씩 나눠 맡고 있는데요. 그게 살짝 특이한 구석이 있어요.

 일단 이게 1976년 영화인데 정의의 경찰 역을 맡고 원탑 주인공 자리를 시종일관 지키는 게 흑인입니다. 그리고 정말 듬직하고 멋진 주인공이에요. 직업 의식 투철하며 언제나 당당하고, 뭣보다도 유능합니다. 또 이런 주인공 편에서 듬직하게 맞서 싸우는 캐릭터 하나는 여성이에요. 계속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침착하고 용감한, 심지어 아주 쿨한 성격까지 풍기며 본인 몫을 단단히 합니다. 그리고 주역들 중 유일한 백인 남성은... 살인죄를 저지른 죄수네요. ㅋㅋ 그러니까 말하자면 의외로 영화가 시대를 초월하게 PC합니다. 요즘 관객들 보기에도 거슬릴 구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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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영웅 3인방!!)



 - 그리고 덧붙여서 그 캐릭터들이 다 조금씩 재밌습니다.

 처음부터 사소해 보이는 잡담 장면들로 슬쩍슬쩍 빌드업을 해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응원해주고플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 형사 나으리도 멋지구요. 앞서 말했듯 쏘쿨, 당당, 단호박에 전투력까지 갖춘 여성 캐릭터도 좋구요. 마지막으로 살인범 아자씨도 참 멋집니다. 되게 고풍스러운 똥폼 캐릭터인데, 그 똥폼이 촌스럽고 유치함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적당선에 딱 머물고 있어요.

 또한 이 셋의 관계 설정도 좋습니다. 사실 너무 급속도로 똘똘 뭉치기도 하고, 현실에서라면 절대 그럴 리 없을만큼 호흡이 잘 맞고 뭐 그렇습니다만. 어차피 현대판 서부극 컨셉이라는 걸 대놓고 드러내니 그런 나이브함은 그냥 익스큐즈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뭣보다 보기가 좋으니까요. 이 셋은 참 죽이 잘 맞는 환상의 콤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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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똥폼을 잡아도 상대방이 그걸 이런 표정으로 받아 버리면 느끼하지 않습니다.)



 - 어차피 초저예산으로 후딱 찍어 버린 게 다 티가 나는 영화다... 라는 걸 감안해도, 혹은 감안하지 않더라도 액션도 상당히 좋습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요즘 식의 액션 논리 같은 건 기대하면 안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적들을 무찌르는 통쾌함이 상당히 잘 살아 있어요. 또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명장면' 비슷한 걸 한 번씩 넣어주는 센스도 좋구요. 그게 주인공 캐릭터들의 관계와 결합돼서 어떤 장면들은 심지어 홍콩 느와르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게 되는데요. 홍콩 느와르의 탄생보다 10년은 앞선 영화였고,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또한 서부극의 액션들이 원조였으니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오우삼이 이걸 보고 따라 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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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강한 장면은 이건데... 모르시는 분들은 직접 확인하시라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 후딱 결론을 내자면 참 재밌습니다.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잘, 그리고 재밌게 잘 만든 영화에요.

 이렇게 초저예산으로 좀비, 서부극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측면에서부터 캐릭터 형성과 표현, 적절한 페이스의 이야기 전개까지 참으로 훌륭한 시나리오의 승리이기도 하고. 또 그걸 이렇게 매끈하게 만들어낸 연출력도 뛰어나고, 심지어 단순 반복으로 긴장감을 조성해내는 음악까지도 적절한데 그 세 가지를 혼자 다 해낸 이 시절의 카펜터 아저씨는 정말 위대한 분이셨던... ㅋㅋㅋ

 암튼 그렇습니다. 소박하고 가난하지만 트집 잡을 곳이 없을만큼 잘 만든 오락물이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이라면 볼 거 없으실 때 한 번 틀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론 '할로윈'보다 남긴 족적은 작을지언정 오히려 더 재밌게 만든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네요.




 + 근데 갱단 두목 아저씨는 왜 때문에 체 게바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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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왜!!!)



 ++ 2015년에 로렌스 피쉬번, 에단 호크 주연으로 리메이크판이 나온 게 있었죠. 그건 안 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대략 10~20년쯤 전에 한국이나 홍콩 쪽에서 끈적끈적한 분위기로 리메이크 해볼만한 이야기인데요... 까지 적다가 듀나님 리뷰를 찾아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리메이크인 것 같은데 평은 좋군요. 뜻밖이네요.



 +++ 쿨싴 여캐 역할을 맡으신 배우분, 로리 짐머님이 상당히 매력적이신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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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작을 찾아보니 이 영화가 연기 데뷔작이고, 고작 3년 뒤에 은퇴하셨더군요. 아쉬워라...

 ...그런데 '두 유 리멤버 로리 짐머?' 라는 영화가 있네요? 이건 뭐야 하고 검색해보니 이 배우의 흔적 없는 사라짐이 너무나 아쉬웠던 프랑스의 팬이 이 배우가 사라진 행적을 추적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무려 2003년작!! ㅋㅋㅋ 유튜브에 풀버전도 올라와 있는데 프랑스 영화라서 건드릴 수가 없군요.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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