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까 말까 하다가 올립니다)

그는 지나간 과거의 틈새를 비춰본다... 라고 화양연화가 끝나던가요. 듀나게시판 하면 한겨례신문에 전면광고 실었던 2009년이 기억나는 해인 것 같고요. 아마 다시 봄날이 온 건 2017년 경? 그것도 지나갔죠.

듀나 게시판은 확실히 트위터와 다릅니다. 비슷한 건 정치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도 개별적인 분파가 달라서 싸웠죠. 성향은 그렇다치고 (저라고 예외는 아닌데) 개개인이 내세우는 도덕성이나 정치적 올바름 이슈는 좀 이상했던 거 같아요. 우선 지지정당이 다른 것부터 이슈되기 쉽상이죠. 다른 유저의 발언을 문제삼거나 독선도 부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이슈가 커서 피로감을 느끼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트위터도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곳이지만 트윗을 무시하거나 블락하거나 뮤트하면 그만이고, 트위터는 전체적으로 진보성향을 띄게 된 곳이지요. 반면 듀게는 듀나라는 주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보적인 걸 지향하시는 분들도 정의당계와 민주당계가 갈라져서 싸우고 민주당계 내에서도 대선후보별로 싸우고... 그만 하는 게 낫겠어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트위터는 마음에 들어요나 리트윗으로 인기가 척도 되는 곳이죠. 그래서 트위터에서는 인기가 없으면 쩌리로 남게 되지만, 듀나게시판에서는 어느 일반 유저라도 다른 유저에게 공평하면서도 공평하지 않을 정도로 깊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 듀나 게시판에 쓰면 더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영향력을 느낀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아직까지 게시판에 붙어있는 이유라고 생각되는 군요. 고민이나 자기 생각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요. 그래서 알게 모르게 친목도 있지요. 사실 그 유대감이나 자존감이 트위터보다 듀나게시판을 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되네요. 익명의 온라인이란 한계가 있지만 그... 틱톡 광고처럼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거죠.

아래글에도 썼지만 예전에 게시판 망조든다는 이야기를 싫어하신 분도 있었는데요. 사실 흥망성쇠는 커뮤니티의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사람들에게 의지를 북돋아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 게시판의 시스템 적인 문제도 있고. 대안을 찾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는 거겠죠. 누구나 먼저 개인 사정으로 관둘 수도 있고요.

나이가 들고 모든 게 변한다는 점과 더불어 주인장분이 관리를 안하는 시점에서(흥행몰이같은 걸 안하니) 현상유지는 모르겠고 재유행은 확실히 어렵겠지요. 또한 여기서 말못하는 실제 삶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죠. 온라인 커뮤니티가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더라도 밥먹여주진 않으니까요.

끝마치면서... 저는 요즘 오프라인 모임 플랫폼을 통하여 모임에 나가면서 느낀 게, 나이들었다는 것과 듀나게시판을 비롯해서 트위터나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이 거대한 심연이랄까 자의식적인 탐구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느낍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서 반응 좋게 들어줄 사람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긴 한데... 서로에게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해야 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9
124677 1980년대 최고의 공포영화 20편 [4] ND 2023.11.07 410
124676 어그로의 트롤링이 먹히지않는 게시판 [4] ND 2023.11.07 491
124675 6시 반 KS 1차전이군요 [5] daviddain 2023.11.07 135
124674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4) catgotmy 2023.11.07 113
124673 플라워 킬링 문 - 아카데미 대상 예정? [3] 애니하우 2023.11.07 413
12467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11.07 462
124671 (사무실에서 놀면서 써보는) 요즘 일상입니다 [10] 쏘맥 2023.11.07 279
124670 [왓챠바낭] 보는 김에 몰아서 본 '캐리'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3.11.06 378
124669 혼례대첩 [1] 잡채밥 2023.11.06 310
124668 가을비, 한신 타이거즈, 다시 뉴스레터 상수 2023.11.06 127
124667 미역 [9] thoma 2023.11.06 244
124666 프레임드 #605 [6] Lunagazer 2023.11.06 72
124665 김혜수가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2023 청룡영화상 후보 [8] 상수 2023.11.06 541
124664 양파 [15] thoma 2023.11.06 340
124663 [왓챠바낭] 변태 감독님이 막 만든 영화 하나 더, '카인의 두 얼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11.05 361
124662 케이팝 아이돌을 넘어서 인터넷이 만들어낸 상황극앞에서, 자기편의적 생각을 멋대로 합리화하는 인간의 원죄를 생각하다 상수 2023.11.05 287
124661 프레임드 #604 [6] Lunagazer 2023.11.05 77
124660 국립국어원에 대해 [1] catgotmy 2023.11.05 279
124659 왜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꿨느냐는 건 핑계고 [8] Sonny 2023.11.05 709
124658 이 단편 소설이 뭔지 아시는 분? [4] PeaEye 2023.11.05 2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