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에 나왔습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24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그냥 막 적습니다. 어차피 '보지 마세요'라는 글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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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허접한 건 그러려니 하는데 뭔가 성의가 없어서 불쾌해 보인달까... 그렇지 않습니까. ㅋㅋㅋ 영화 본편도 그러합니다.)



 - 애니메이션으로 배경 설명을 하며 시작합니다. 우리의 크리스토퍼 로빈은 집 근처 숲에서 혼자 놀다가 '반인반수의 혐오스러운 괴물'들(...)을 만나요. 영화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그대로 옮기자면 부엉이, 토끼, 이요르, 피글렛, 곰돌이 푸우요. 하지만 순수한 소년 로빈은 이들에게 음식을 갖다 주며 친구가 되어 행복하게 살구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결국 숲을 떠나게 되죠. 버려진 반인반수의 혐오스런 괴물들은 배를 쫄쫄 굶다가 결국 자기들끼리 뽑기를 해서 이요르를 잡아 먹고. 지들이 그래 놓고선 '이게 다 크리스토퍼 로빈의 배신과 인간들 때문이다!'라고 우기면서 흑화됩니다.

 여기까지 설명이 끝나면 이제 실사로 크리스토퍼 로빈이 숲에 돌아오는 장면입니다. 의사가 됐고, 결혼도 해서 와이프를 데리고 왔네요. 숲속 친구들을 만나서 사과하고 즐겁게 지내자! 라고 주장하는 남편을 아이고 이 양반이 알고 보니 상태가 중증이었네...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와이프입니다만. 잠시 후 푸우와 피글렛이 나타나 아내를 죽여 버리고 크리스토퍼 로빈도...


 이제사 타이틀이 뜨구요. 본편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신과 상담도 받고 있는데. 의사의 조언대로 스트레스 적은 곳에 친구들과 놀러가 속 이야기 털어 놓으며 좋은 시간 보내겠다고 한적한 곳의 펜션을 찾죠. 그 이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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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은 대략 이런 그림으로 때웁니다. 반인반수의 괴물들이라는 설정에서 이미 원작은 신경 안 쓴다는 게 팍팍 티가 나구요. 심지어 저 중 둘은 아무 설명 없이 걍 안 나와요.)



 - 길게 적을 생각은 없으니 최대한 간단하게... 적고 싶지만 그래도 꼭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네요.

 때깔 같은 부분에선 의외로 그렇게 구리진 않습니다. 근래에 나오는 영화들 보면 극저예산에 아마추어에 가까운 스탭들이 만든 인디 영화라고 해도 때깔 자체가 허접하고 구린 경우는 정말 보기 힘들어요. 디지털 시대의 장점인 걸까요. 아님 그냥 영상 산업이 그만큼 규모가 커진 덕일까요. 암튼 그러한데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쪽으론 거의 총체적으로 구립니다. 그것도 범상치 않은 수준으로 구려요. 예를 들어 전 정말 살면서 이렇게 허술한 포박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 봤습니다. 재갈이 물려 있는 장면이 한 번 나오는데 그 재갈이 너무 얇고 느슨해서 그냥 입술 위에 간신히 얹혀 있어요. 그 와중에 배우는 재갈 물린 채로 비명 지르는 연기를 하는데 얼굴 클로즈업이 자꾸 나오네요. 저 분 뭐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겠죠. 또 나중엔 양팔이 쇠사슬로, 그리고 목이 밧줄로 묶여 있는 사람이 나오거든요. 근데 '자, 풀어주자!' 하니까 무슨 마술 하듯이 얍! 하고 세 곳의 포박이 단번에 풀립니다. 아브라 카다브라!!! 


 그러니까 이것 하나하나가 무슨 심대한 의미가 있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구요. 기본적으로 만든 사람들이 되게 대충 만든 티가 난다는 얘깁니다. 성의가 없어요. 전반적으로 영화가 그런 느낌이 넘칩니다. 마치 글 못 쓰는 학생이 자기도 글 못 쓴다는 거 알고서 점수 잘 받을 의욕도 내던지고 준비도 하나도 안 해 온 채로 대충 분량이나 채워보자고 끄적거리다 일찍 엎어져 잔 논술 답안지를 읽는 기분이랄까요. 망한 작품이라 해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망한 거랑 애초부터 그냥 대충 만들어서 망한 거랑은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세상에 후자에 속하는 영화가 많이 존재하긴 힘들잖아요. 그래도 자기 작품이고, 그래도 남의 돈 끌어다 만드는 거니까요. 근데 암튼 이 영화는 후자입니다. 그렇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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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 남자가 크리스토퍼 로빈입니다만. 역시 별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 그렇게 성의도 없고 열의도 없었다... 라는 걸 확신하게 되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곰돌이 푸우'의 저작권이 만료되는 타이밍을 노려서 만든 영화잖아요. 세계적으로 오랜 세월 사랑 받는 인기 캐릭터들 데리고 엽기 호러를 만들면 대박나겠지! 라는 생각을 떠올린 건 사실 오히려 칭찬 받을만한, 참 예리하면서 빠른 판단에 실행력도 쩔었던 훌륭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 결과가 제작비 10만 달러로 510만 달러 흥행 아니겠습니까. 이게 순수 극장 수입만이니 vod 서비스로 벌어들인 것까지 생각하면 아마 제작자님은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편안하게 사실 수 있겠죠. 게다가 이거 당연히 속편도 만들 거고, 그것도 얼마가 됐든 돈은 남길 거잖아요! 부럽습니다!! 멋져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확실한 돈벌이가 될 수퍼 인기 아이템을 갖고 만든 영화인데. 그 원작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이해 같은 게 정말 0.1도 안 보인다는 겁니다. 뭐 대단한 걸 바라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원작이 있고 오리지널 캐릭터가 베이스가 되는 이야기이니 그 요소들을 조금이라도 활용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푸우와 피글렛이 원작에서 보이는 성격이라든가, 캐릭터들간의 관계성이라든가. 이런 걸 피칠갑 호러에 때려 박아 놓고 활용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 것 같지도 않은데 그게 전혀, 아예 없습니다. 다 보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이 이거에요. 혹시 걍 아무도 안 사가는 망한 슬래셔 각본 하나 사다가 거기에다가 푸우와 피글렛만 집어 넣고 만든 영화가 아닐까. 정말 그런 수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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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게 푸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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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피글렛이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깁니다. 저언혀 없어요.)



 -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하다가 꼭 욕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어서 그 얘기까지만 해 보겠습니다. ㅋㅋㅋ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토킹에 시달리다 트라우마가 생긴 젊은 여성이에요. 그리고 동성 친구들 여럿과 함께 시골에 놀러갔다가 푸우와 피글렛에게 습격 당하는 거죠. 근데 굳이 도입부에 저런 범죄 피해, 트라우마 설정을 넣어뒀는데. 이후에 그걸 아예 안 써먹습니다. 대사로 한 번 언급되긴 하는데 그냥 흘러가구요. 결국 끝까지 주인공이 하는 일은 꺄악꺄악하며 아주 멍청하게 도망다니는 것 뿐이고.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푸우에게 붙들려 목이 베어 죽어요. 이럴 거면 그런 설정은 왜 넣었습니까? 


 아. 왜 넣었냐면요. 그래서 남자들에게 공포감도 있고 하니 동성 친구들이랑 숲에 놀러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피해자를 몽땅 여성으로 넣을 수 있는 거죠. 야한 수영복 입고 물놀이하다 죽고. 아무 의미 없이 걍 상반신 누드 상태로 죽고. 별 맥락 없이 속옷 차림으로 있다가 쫓기고. 영화가 이런 쪽으로 아주 성실합니다. 그나마 푸우가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는 게 제작진의 마지막 양심이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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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장면에 묶여 있는 역할로는 건장한 아저씨보단 섹시한 아가씨가 어울리겠지? 와 같은 논리로 만들어지고 굴러가는 영화 되겠습니다.)



 - 그래서 결론적으로는요.

 무슨 독특한 재미를 주기 위해 일부러 못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애초에 잘 만들 생각 없이 대충 런닝 타임만 채워보자는 식으로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렇다보니 영화 자체적인 재미가 없는 건 당연하고, 못 만든 걸 놀려대며 보는 재미 조차도 없어요. 아무런 개연성 없이 의무방어식으로 튀어나오는 격한 고어와 젊은 여성들의 누드 몇 번으로 자기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류의 영화구요. 오직 '저작권 만료되는 인기 캐릭터 가져다 막 굴려서 화제 끌고 돈 벌어보자!'는 제작진의 의도만이 선명하게 부각되는지라 다 보고난 후의 기분도 매우 좋지 않읍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실 생각이셨겠지만, 보지 마세요. ㅋㅋㅋㅋ 그럴 시간에 '솔라리스'를 절반쯤 보다가 포기하는 게 훨씬 건설적이고 유익한 시간 활용이 아닌가.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끄읕.




 + 이 영화 감독님은 감독은 가끔만 하고 주로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분이더군요. 벌써 28편이나 제작을 하셨고 지금도 세 편이 진행 중인데요. 그 세 편이 영화가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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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앗... 아아..... ㅋㅋㅋㅋㅋㅋㅋ 

 뭐 암튼 사업 감각 하나는 확실한 분이신 듯. 푸우만큼 히트는 못 치겠지만 이것 저것 주섬주섬 모아서 평생 넉넉하고 행복하게 잘 사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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