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3 06:04
1. 중병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가 한국에서 수술하고, 중병이 아닌 걸로 밝혀지고,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상당히 다이내믹한 일들이 있었어요. 미주알 고주알 숫자와 날짜를 박아가며 털어놓고 싶은데 개인정보 흘리는 게 두려워서 그만 두기로 했어요. 몇가지 느낀 건 있어요.
- 야채와 두부 위주로 먹고, 지방 없는 고기 조금과 잡곡 조금을 먹으니 얼굴이 갸름해지더군요. 이렇게 먹고 산다면 다이어트도 충분히 가능하겠어요. 이게 마음 고생 때문인지 아니면 식이요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 응급시에 쓸 돈을 많이 모아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 주변 사람을 위해서요. 제 주변 사람들이 아플 때 "돈 걱정은 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요리 솜씨를 늘리기로 했어요. 음식을 만들어다 준 분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웠어요. 요리는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내가 친구가 아플 때 너무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즉각 해줄 수 있어야 겠다, 고 생각했어요.
-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는데, 그 중에서도 판단력이 빠르고 실행력이 좋은 사람들이 특히나 큰 도움이 되었어요. 착한 걸로만은 안되고, 어쨌든 능력 있고 행동력 있는 사람들이 위기에서 도움이 되더군요.
- 앞으로 십 년은 건강관리 잘해서, 제 주변사람들이 아플 때 기민하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 한국에 있는 동안 '소공녀'를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질 않아서 결국 '램페이지'를 봤습니다. 시카고를 잘 알고 시카고의 건축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겠더군요. 시카고의 아름다운 건물을 턱턱 쓰러뜨려요. 사실 그렇게 큰 재미는 없고 그냥 시간이 맞아서 봤어요. 네... 돈이 아까웠어요.
3. 넷플릭스에서 볼 프로그램 추천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시카 존스 시리즈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4. 요즘 유튜브에서 멍하니 요리 동영상을 봐요. 그 중의 하나가 Grandpa Kitchen이지요. 인도인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많은 요리를 해요. 그리고 영상 마지막에는 누군가에게 음식을 나눠주죠. 뭐 하는 사람인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름은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하지만 깡마른 할아버지가 능숙하게 요리하는 걸 보는 건 상당히 즐겁더군요. 상수도도 없고, 하수도도 없고, 오븐도 가스도 없어요. 그냥 들판에서 물 떠오고 불피워서 요리해요. 그런데 솜씨를 보면 한두번 요리해본 솜씨가 아니예요. 요리 순서가 딱 잡혀있고, 자기가 뭘 하는지 정확히 알고 움직입니다. 보니까 이 할아버지는 기름을 충분히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런 면이 좀 한식과 다르더군요. 도넛이나 케익을 만들 때가 아니라면, 되도록 향신료를 고루고루 넣고, 양파/토마토/피망/고추 같은 기본 야채를 넣어서 야채도 충분히 섭취하게끔 해요. 기름, 불, 물, 소금 쓰는 데 과감해요. 어떤 사연을 가진 뭐하던 분이라 이런 스킬이 몸에 배었는지 모르겠네요.
2018.04.23 08:41
2018.04.23 14:01
의사 선생님 솜씨가 어찌나 좋았는지, 흉터도 거의 없이 잘 아물었답니다. 감사합니다.
2018.04.23 11:42
내가 친구가 아플 때 너무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즉각 해줄 수 있어야 겠다, 고 생각했어요.
아름다운 맘씨가 읽히는 문장이네요.
2018.04.23 14:00
이번에 한 친구가 한식을 배워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을 만들어주고 갔거든요. 저도 이제 그 친구 나라 음식을 몇 가지 배우려구요.
2018.04.23 13:50
“착한 걸로만은 안되고, 어쨌든 능력 있고 행동력 있는 사람들이 위기에서 도움이 되더군요. ” 이거 핵공감
착한건 소용 없다거나 능력과 행동력만이 짱이다라는게 아니라 ‘위기’ 상황에는 매우 합리적이거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설적으로 ‘위기’가 없는 평온한 일상이라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구요
2018.04.23 14:03
네... 판단력 좋은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니까 설명 많이 안해도 되서 좋더군요.
2018.04.23 14:50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도움을 받으셨나보네요. 그걸 또 어떻게든 갚아주려고 생각하는 겨자님도 좋은 사람이라 유유상종인 거겠지요.
그랜파 키친이랑 비슷한 컨셉으로 아주 나이가 많은 인도 할머니가 요리하는 유튜브는 본 적 있어요. 실외에서 대충 벽돌 쌓아 만든 부뚜막에 철판 올려놓고 밥도 볶고 고기도 굽고 심지어 베이킹도 하더라고요 ㅋㅋㅋ 그리고 만든 대량의 요리는 동네 청년들 불러서 먹이는 것까지! 한쪽이 다른 쪽의 모방이거나 요즘 인도에서 유행하는 컨텐츠인가보네요.
2018.04.23 15:03
미국은 지금 베이비부머들이 노동시장에서 빠지는 중이라 해마다 장례식도 많고 여기저기 아픈 사람도 꽤 되거든요. 타국 어르신들 장례식, 병문안 다닌다, 생각했는데 젊은 제가 외려 도움을 받았어요. 여기저기 효도하고 살려구요.
2018.04.23 15:38
2018.04.23 19:45
소공녀 굿 다운로드로 풀렸습니다. 다운받아 감상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2018.05.06 23:42
오 감사합니다!
1번 내용은 진짜 공감 100이에요. 저도 저지만 멍이씨를 위해 돈을 많이 모아야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합니다. 회복 잘하시고 건강하세요
그랜파 키친은 저도 한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