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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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호장룡'의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아니야!!!!!)



 - 옛날에 뱀파이어가 어쩌고 그걸 어떻게 하는 오래된 비밀 기관이 어쩌고 하는 아무 관심 안 가는 자막이 흘러간 후 지하철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전지현이 저~ 쪽에 앉은 아저씨랑 몇 번 눈빛 주고 받더니 갑자기 커다란 칼을 꺼내서 덤벼들고, 불쌍한 아저씨는 찹찹 썰려서 죽어요. 잠시 후 무슨 맨 인 블랙 같은 요원들이 우루루 와서 현장을 정리하네요. 듣자하니 방금 죽인 아저씨가 숨어 살던 뱀파이어였나 보구요. 전지현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쯤 되는 모양입니다. 나이는 수백살.


 장면이 바뀌면 미군 준장과 딸래미가 정겨운 부녀 대화를 나누며 일본에 있는 무슨 기지에 도착합니다. 아버지 따라서 함께 이사를 온 딸래미는 전학 온 학교에 첫 등교를 하는데, 시작부터 왕따를 아주 본격적으로 당하네요. 검도 수업 후에 연습장에 남기더니 진짜 칼을 들고 달려들어요. "니네 미쳤니?"라는 준장 딸래미의 대사가 어찌나 간절하게 들리던지. 암튼 그래서 꼼짝 없이 죽게 생겼는데, 문이 열리며 같은 날 전학 온 전지현이 짜라잔~ 등장해서는 준장 딸래미를 밖으로 밀어내고 나아쁜 학폭 범죄자들을 신나게 썰어줍니다. 


 ...아 뭐 됐구요. 전설의 괴물 '오니겐'이란 녀석이 전지현의 아빠를 죽였대요. 그래서 전지현은 그거 하나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고 있는 뱀파이어 혼혈이고. 뱀파이어들은 뭘 어쩌겠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암튼 인간들 다 밟아 버리고 자기들이 짱 먹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구요. 이 난리통에 어쩌다 말려든 준장 딸래미와 전지현이 함께 다니며 벌이는 칙칙한 모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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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제가 이걸 일본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어요. 배경은 계속 일본이고 일본인들이 많이 나오지만 모두가 사이 좋게 영어를 합니다. 미국 영화니까요.)



 - 역시나 숙제 리스트에 올라 있던 영화입니다. 장르 특성상 제 취향에 속하긴 하는데 그냥 딱 봐도 완성도가 난감해 보여서 안 보고 살았는데, 이러면 꼭 나중에 '그래도 볼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제 성향인지라.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봤어요. 그랬는데요.

 당황스러운 건 영화의 제작 연도였습니다. 2009년이라굽쇼?? 아니 왜 전 이걸 2000년 즈음에 나온 영화로 생각했죠. 고작(?) 14년 전이라니. ㄷㄷㄷ 그럼 전지현은 29세에 교복 입은 10대 소녀(아니 뭐 그 속은 수백살 뱀파이어라지만요) 역할을 했던 거잖아요. 근데 영화를 보면 위화감이 딱히 크지도 않고... 아니 뭐,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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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도, 적들도 모두 뱀파이어지만 뱀파이어의 특성 같은 건 거의 안 나옵니다. 걍 피 마시면 상처 회복하는 초능력자가 나오는 격투 영화랄까...)



 - 제가 할 얘기는 개봉 당시부터 다른 사람들이 많이들 했던 이야기들과 거의 동일합니다. 그래서 뭘 적어보자는 의욕도 별로 안 생기네요. ㅋㅋ


 일단 스토리가 매우 심각합니다. 제가 대충 알아 들은(?) 것들을 조합해서 정리를 해보자면 이래요. 사야(=전지현)는 아빠의 복수를 하고 싶어합니다. 근데 그 아빠는 회상으로라도 한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스토리상으로도 태어난지 며칠 안 돼서 죽었다니 사야가 아빠에게 큰 감정은 없었을 듯 한데... 암튼 수백년을 복수하려고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면서 뭘 하고 살았는진 몰라요. 암튼 기다렸습니다. 근데 일단은 사야와 준장님 딸을 죽이기 위해서 덤벼드는 뱀파이어들을 베어 죽이는 게 우선입니다. 왜 덤비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어쨌든 먼저 덤비니까 죽여야죠.

 그러다 그 원수가 영화 중반쯤에 잠깐 등장합니다. 나와서 엑스트라 한 명을 별 이유도 없이 죽이고는 안 나와요. 그 동안 사야는 준장님 딸을 데리고 원수의 오른팔 상대하느라 바쁘구요. 그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나면 클라이막스에 툭 튀어나와서 싸움 한 번 하고 죽습니다. 근데 이 원수는 사야 아빠의 원수이자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나쁜 놈이긴 한데, 출신이 뭔지 계획이 뭔지 지난 수백년 동안 뭘 어떻게하고 지냈는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요. 그냥 나쁜 놈이고 원수입니다. 그리고 싸우다가 죽어요. 그냥 그것 뿐.


 그러니까 이야기가 설정은 있는데 디테일이 아예 없습니다. 설명이 하도 없어서 지금 이 장면이 그냥 개연성이 없는 장면인지 아님 설명 안 된 디테일이 있는 장면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데 이런 식의 장면이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논스톱으로 이어져요. '이야기'에는 정말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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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그냥 예쁜 전지현 사진이나 보시죠.)



 - 그럼 이제 액션인데요.

 아마도 2009년의 전지현이 그렇게 훌륭한 액션 배우였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전지현의 인생을 생각해봐도, 필모그래피를 생각해봐도 완전 그렇죠. 근데 주인공 사야의 액션을 보면 전지현의 얼굴이 그냥 보이는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일단 이게 문제입니다. 계속해서 화면을 흔들고 컷을 극단적으로 짧게 나누며 화면이 어둡거나 조명이 극단적이거나 그래요. 전지현이 펼치는 거의 모든 액션 장면들이 이렇습니다. 눈이 아파요. 이거 말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간혹 눈이 안 아프면서 전지현도 보이는 씬들이 있는데, 그럴 땐 웃겨요. (쿨럭;)


 전지현이 안 나오는 장면들은 어떠냐면... 일단 그런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 ㅋㅋㅋ 다만 과거 회상씬에서 전지현의 보호자가 펼치는 기나긴 액션씬이 있는데. 이 장면은 좋습니다. 특출날 것 까진 없지만 대충 일본풍 환타지 무협 액션으로 평타 정도는 해요. 다만 이 장면은 그렇게 길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이구요. 이 장면의 마무리를 전지현이 하는데 결국 그래서 또... ㅋㅋㅋㅋㅋ


 특수 효과는 대체로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그건 제가 이 영화를 2000년 즈음에 나온 일본 영화일 거라 생각하고 봐서 그런 거구요. 알고 보니 원작 판권을 가진 일본 회사와 합작해서 헐리웃에서 만든 2009년 영화였네요? 아, 그럼 나쁩니다. 아주 나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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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접한 특수 효과를 보여주는 짤을 찾다가 그냥 그림이 맘에 드는 짤을 올립니다. 상대적으로 매우 멀쩡한 장면!!!)



 - 그럼 대체 우리(?)에게 남는 게 뭘까요?

 전지현이 남습니다. 정확히는 전지현의 비주얼이 남지요. 우리가 20대의 전지현이 교복을 입고 칼춤 추며 뱀파이어들을 마구 절단 내는 영화를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습니까?

 다들 아시다시피 전지현은 2000년에도 아름다웠고 2023년에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2009년의 전지현도 아름답겠죠. 

 게다가 이 영화는 스토리가 워낙 헬이기 때문에 배우들 연기에 전혀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그 덕택에 영화 내내 일본어와 영어 대사에 짓눌린 전지현의 연기마저도 거슬리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구요. 주연 배우가 내내 표정 하나로만 승부하고 있다는 점도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그 표정이 간지가 나고 예쁘니 그냥 그걸로 된 거죠. 아마 감독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정말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전지현 얼굴 클로즈업이 많거든요. 에... 암튼 애초에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도 아니고 그런 영화도 아니고... ㅋㅋㅋㅋ


 아. 덧붙여서 나름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 셋을 맡은 배우들이 다들 예쁘십니다. 준장 따님도 뭐 귀엽고 예쁘신 편이고. 고급진 인상의 미인이지만 뭔가 음험하고 요망한 느낌이 서려 있던 시절의 코유키도 사야의 원쑤인 카리스마 대괴수 역할에 아주 잘 어울려요. 저렴한 특수 효과와 허망한 이야기 전개만 아니었다면 꽤 인상적이었을 텐데. 배우 낭비란 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아름다우셨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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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에 가깝게 지냈던 일드 매니아 후배가 유난히 싫어했던 배우 코유키씨입니다. 전 그 때도 그냥 예쁜데 왜... 라고만 생각했어요. ㅋㅋㅋ)



 - 뭐 더 말해서 뭐하겠어요. 전지현의 팬이시거나, 팬까진 아니어도 전지현이 젊은 시절의 비주얼로 액션 펼치는 건 보고 싶다는 분들은 보셔도 됩니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도둑들'을 한 번 더 보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이건 종류가 다르긴 하니까요. ㅋㅋ

 그 외엔 그냥 다 잊으세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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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디로 전지현은 소중합니다. 다른 이야긴 다 사족이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할 얘기가 없어서 좀 짧을 거에요.


 그래서 학교 체육관에서 사야가 준장 딸을 구해주고요. 전지현에게 일을 주던 비밀 조직 '협회'가 자꾸 준장 근처에서 껄떡거리는데 이유는 모르겠구요. 그러다 준장 딸이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가 검도 선생이 있는 술집에 가서 신세 한탄을 하는데 선생이 갑자기 '니네 종족은 그렇게 니들 생각만 하지? 이제 다 파멸시켜 주마!' 라더니 흡혈귀로 변하고, 술집의 모든 손님이 흡혈귀로 변해서 덤벼요. 당연히 곧 사야가 나타나고 준장 딸을 짐짝 삼아 기나긴 눈 아픈 액션을 펼칩니다. 암튼 대충 상황 정리하고 딸을 집에 들여보내고 사야는 자기 숙소로 가요. 대략 이 때쯤에 코유키의 빌런이 일본에 와서 호텔 객실로 가는데, 그 길에 바닥에 있던 거미를 밟아 죽인 직원을 터뜨려 죽여 버리네요. 코유키가 거미 괴물이거든요.


 이때 준장님은 '협회' 애들을 털어서 요상한 장비들이 담긴 가방을 들고 이게 뭐꼬... 하고 있는데요. 그때 협회 애들이 나타나서 준장과 부하를 죽이고 그걸 목격한 딸도 죽이려는데, 준장 딸의 어처구니 없는 반짝 활약으로 여기 요원은 두들겨 맞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준장 딸은 도망쳐서 사야에게로. 하지만 맞고 쓰러졌던 요원이 바로 달려가서 저격을 지시하고, 다시 또 액션이 좀 벌어진 후 사야와 짐짝은 사야의 옛날 집에 가 숨어서 상처를 치료합니다. 이 와중에 사야는 갑자기 말문이 미칠 듯이 트여서 자기 과거지사를 줄줄이 읊고 이에 따라 기나긴 하나도 안 중요한 플래시백이 연출되구요. 뭐 대충 아빠가 죽은 후 아빠 오른팔이 자길 돌봐줬는데 빌런들이 찾아와서 오른팔은 죽고 빌런 하나를 거의 죽였는데 놓쳤다. 이런 이야기구요.


 잠시 후 그 다 죽였다가 놓친 애가 사야와 짐짝을 찾아 오고, 또 기나긴 액션이 펼쳐지고. 이게 끝나자마자 끝판왕이 등장해서 또 싸우고. 근데 이 분이 갑자기 "내가 이 애미다!"를 시전하네요? 껄껄껄. 하지만 빡친 사야는 "애미 노릇도 한 번 안 한 주제에!!!" 비슷한 소리를 외치고 걍 마저 죽여요. 


 장면이 바뀌면 짐짝님이 경찰들에 둘러 싸여서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데 사실 그대로 말하니 당연히 아무도 안 믿겠죠. 그러다 경찰들이 "그래서 대체 사야는 어디있는데?"라고 물으니 그동안 땀 뻘뻘 억울 긴장 모드였던 짐짝님이 갑자기 무슨 '비밀을 알고 있는 카리스마 조연' 같은 표정으로 변해서는 "거울 건너 편 세상에서 여기로 돌아올 길을 찾고 있겠지이~!?" 라며 씨익 웃네요. 그리고 이 세상은 아닌 듯한 어떤 세상에서 쌩뚱맞게 홀로 카리스마 미소를 짓고 있는 사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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