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조사)

2017.05.08 19:40

여은성 조회 수:637


 1.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괜찮은 안타를 몇 개 쳤어도 '오늘은 안타를 세개나 친 날이야!'라며 기뻐하지 않는거예요. 안타 세개에 기뻐하는 대신 '젠장, 오늘은 홈런을 하나도 못 친 날이야.'이라고 투덜거리는 거죠. 


 하긴 언제나 그렇듯이 이미 일어난 좋은 일은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이미 일어난 좋은 일은 당연한 일일 뿐이거든요.

 


 2.어딘가에 가면 그곳의 초역세권은 아닌, 역에서 약간 떨어진 큰 건물들의 지하에 가서 한바퀴 빙 돌아요. 왜냐면 큰 건물의 지하에는 술집이 하나쯤 입점해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괜찮은 가게가 있나 궁금해서요. 


 지난 주 오늘에 광화문에 갔다가 새로운 가게를 찾았어요. 직원을 붙잡고 이것저것 자세하게 물어봤어요. 사장은 여자인지, 여자라면 이곳의 오너인건지 아니면 따로 있는 오너의 월급사장 노릇을 하는 건지...직접 접대를 하는지, 이곳의 local인지 다른 어딘가에서 여기로 온건지...이것저것요. 그야 사장이 나와 있었다면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겠죠. 


 이런저런 질문을 다 마치자 직원은 몇 년을 일했지만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어요. 질문의 의도가 뭔지...왜 사장의 그런 점들을 그렇게 궁금해하는 건지 되물어와었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을 바꾸는데, 그 날의 대답은 이거였어요.


 '알파니까.'


 말해놓고 보니 지금까지 해본 대답들 중 가장 정답에 가까운 대답 같았어요.



 3.그리고 마지막으로 뻔한 질문을 했어요. '사장은 예쁜가요?'라고 물어보려다가 이건 너무 뻔한 질문 같아서 '사장은 예쁘겠지?'라고 물었어요.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였죠.


 그래서 다음날 다시 그곳에 갔는데 사장은 나와 있지 않았어요. 왜냐면 거긴 광화문이니까요. 강남 같은 곳은 연휴에도 당연히 문을 열지만 중구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광화문의 가게들은 연휴에는 아예 닫아 버리는 게 이익이거든요. 그 가게도 수요일부터 문을 닫고 사장은 다음 주 월요일에 제대로 출근할 거라고 들어서 오늘을 기다렸어요. 


 그래서 오늘 가볼 예정인데 벌써부터 궁금해요. 사장은 예쁠까요? 아니 뭐 그야 예쁘겠지만...흠...............내가 느끼기에 예쁘게 느껴질까요? 



 4.휴.



 5.가게 하나를 고를 때 모든 걸 보는 건 당연해요. 가게의 인테리어도 보고 가게의 연식도 보고 어떤 술이 구비되어있는지도 보죠. 최상급의 술이 말만 하면 바로 준비되는 곳은 매상의 평균치를 높게 잡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드나드는 사람들의 면면도 보고 요즘은 어느 주류업체에서 술을 사입해오는지도 봐요. 그야 내가 가는 술집이 가짜술이나 면세점의 술을 사입할 리는 없을 거라고 믿지만...그래도 뭔가를 의심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니까요.


 

 6.하지만 술집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예요. 그중에서 사장에 대해선 가능한 많이 조사해 봐요. 지나치게 사람을 재는 것 같게 느껴질까봐 직원에겐 대답을 안 했지만 사장이 오너가 아니라면 그 자는 어차피 누군가의 졸개라는 뜻이거든요. 사업의 규모와는 관계없이, 자신만의 왕국을 가진 사람이 아닌 거예요. 누군가의 졸개일 뿐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곳에서 꾸준히 장사를 한 사람인지를 물어보는 건 원래 이곳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여기에서 장사를 하는 건지, 치열한 격전지(예를 들면 강남)에서 나와 덜 치열한 곳으로 왔을 뿐인 사장인지도 중요하니까요. 내게는요. 그야 어떤 것이든 지역색이나 특징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개성이 아닌 체급의 경쟁력으로 따지면 이곳은 경쟁이 가장 심한 곳은 아니니까요. 맛집을 가든 술집을 가든 피씨방을 가든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가게를 가고 싶어요. 피씨방은 안가지만요.

 

 

 7.뭘 입어야 할지 고민이예요. 연휴 기간에 기자를 만났는데 기자가 내 옷을 보더니 이상하다고 평했거든요. 


 '조폭이 누군가를 죽일 때 옆에 서서 지켜보는 사람 같아요.'


 라고요. 기자와 가오갤을 봤는데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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