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 미투운동이 아주 활발하네요.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건 피해자들이 아니예요. 피해자들과 함께, 또는 대신 분노해주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들죠.


 '저런 사람들은 내가 나쁜 일을 겪었을 때는 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내가 겪은 나쁜 일들은 저들에겐 별로 화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었던 걸까? 저 수많은 사람들 중 단 한명에게도?'


 ...라는 생각이요. 하하, 하지만 괜찮아요. 사람들은 원래 선택적으로 분노하거나 슬퍼한다는 걸 잘 이해하거든요. 사람들이 날 위해 분노해 주지 않아도, 날 위해 슬퍼해주지 않아도 내 기분은 괜찮아요. 


 처음에는 씁쓸했지만 살다 보니 우리들은 쇼윈도에 진열된 물품 같은 거라고 여기게 됐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보기에 그럴 가치가 있는 물건에 돈을 지불하잖아요?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자신이 보기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에 슬픔이나 분노를 지불하는 것뿐이라고 잘 이해하게 됐어요.



 2.내 기분을 망치게 하는 건 선택을 강요하는 사람들이예요. '무엇에 슬퍼해야 하는지,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를 떠들어대며 같잖은 완장질을 하는 놈들이요. 내가 뭐에 분노하고 뭐에 슬퍼할지는 잘 정할 수 있어요.



 3.세상 사람들이 날 신경써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 가식이 아니예요. 다들 알겠지만 나는 착한 사람이잖아요? 나는 받은 게 있으면 늘 뱉어내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별볼일 없던 시절에 사람들이 내게 잘해줬었다면? 지금 나는 별볼일 없는 다른 놈들을 돌보며 살고 있어야겠죠. 받은 건 받은 만큼만 갚는 게 아니라 동질, 동량을 모두 충족시키며 갚아야 하니까요. 저울의 평형을 맞춰야 하는 힘든 과제를 생각해보면, 도움받지 않는 편이 나아요.


 그러니까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은 건 다행인 거예요. 덕분에 나는 내게 일어나지도 않은 나쁜 일에 분노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거든요. 아 물론, 요즘은 배가 좀 불러서 가끔 그러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재미 삼아서 그러는 거예요. 생판 남을 위해 완전 피상적으로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게 끝난 후엔 '야아,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감정을 낭비하다니! 역시 나는 좋은 사람이야! 물론 실질적인 도움은 준 거 없지만 말이지.'이라고 중얼거릴 수 있죠.



 4.휴.



 5.휴......데자와의 닉네임은 닥터페퍼로 바꾸기로 하죠. 데자와는 어째 직관적인 네이밍이 아니라서요. 닥터페퍼가 '에휴...제작년에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여친...다시 만나고 싶군요.'라고 말하길래 그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 닥터페퍼가 내게 '형은 결혼을 안하세요?'라고 물어와서 대답했어요.


 '그건 무리야...나는 늘 판타지아(비일상)을 찾아다니거든. 결혼할 여자를 위한 불쏘시개가 되어줄 수가 없단 말이지. 나 같은 인간과 결혼하는 불운은 어떤 여자에게든 겪게 할 수 없다고.'


 그러자 닥터페퍼가 '말하는 걸 보고 있자면 형은 어째 착한 사람 같은데.'라고 말해서 다시 대답해 줬어요. 


 '지금은 그럴 여유가 있으니까 공정한 척 폼잡는 것 뿐이야. 여유가 사라지면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를지 사람들은 모를걸.'

 

 

 6.하아...요즘 페미니즘을 정규 과목에 넣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네요. 개인적으로는 안좋게 생각해요. 교육기관이라는 곳은 어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소개하는 것에서 역할을 마쳐야 한다고 여기거든요. 무언가를 불어넣는 것이 그들의 역할은 아니죠.


 누군가는 이럴 수도 있겠네요. '이 사람, 페미니즘이 득세하면 살기 힘든 세상이 올까봐 이러는 거 아냐?'라고요. 하하 그럴 리가요. 뭘 배웠든간에 인간들의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 내겐 전혀 상관 없어요.


 원래 도덕이나 이념 같은 건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나는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까 괜찮죠. 



 7.글을 마치려다 보니...미투운동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네요. 나는 완전 찬성이예요. 전에 썼듯이 나는 카르텔에 속하지 않았거든요. 카르텔의 결속을 바탕으로 얻어지는 모든 것들은 내겐 아니꼬운 일이예요. 

 

 그래도 점점 건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서 다행이예요. 김영란법 덕분에 같잖은 기자들이 자기 돈으로는 절대 못 올 가게에서 노는 꼴도 점점 볼 필요 없고 미투운동 덕분에 알량한 권력이나 가진 놈들이 사람을 후려치는 것도 점점 사라지겠죠. 미투운동은 계속되어야 해요. 공소시효 따윈 없이 더 강하게 말이죠.


 카르텔 내의 알량한 권력이나 명성 따윈 부루마불 화폐나 마찬가지예요. 거길 나오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거니까요. 우리가 추구해야할 건 부루마불 화폐따위가 아니라 진짜 돈이어야 하죠. 혹시 부루마불 화폐따위에 속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외치고 싶어요. 그건 그냥 부루마불 화폐에 불과하다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2
124611 텐아시아 사태 [11] 츠키아카리 2013.02.25 7353
124610 보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책이 있으신가요? [69] 전기양 2011.09.28 7352
124609 강남은 김밥도 다르군요. [29] 자두맛사탕 2012.09.24 7350
124608 이거 사실일까요...? [10] Jager 2011.09.26 7350
124607 좋은 사과문 쓰는 법 [55] skelington 2016.08.18 7348
124606 (많은) 남자들이 여자 성형수술가지고 빈정대는 심리는 뭘까요? [39] turtlebig 2013.02.21 7348
124605 여기가 하정우의 나라입니까? [8] 자본주의의돼지 2013.02.09 7347
124604 몇몇 개 종류별 사진 [17] 화려한해리포터™ 2012.06.25 7347
124603 (바낭) 씨스타 친구들 몸매는 말이죠 [25] 해마 2013.01.31 7345
124602 5급공무원 특채제도에 대한 고시출신 지인의 의견 [29] soboo 2010.09.06 7345
124601 [19금] 섹스에 관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들 [7] 화려한해리포터™ 2012.07.12 7343
124600 제시카와 크리스탈의 차이.gif [10] 뚜비두밥 2012.07.03 7342
124599 연예인과 명문대 이야기 [12] DH 2010.06.09 7339
124598 티아라, 본진 털렸네요. [13] 닥터슬럼프 2012.07.31 7337
124597 애인 사이의 연락 문제. [21] la vie devant soi 2011.08.13 7335
124596 동대학원은 엄청 좋은 대학원..오해했던 것들 댓글 달고 놀아요~ [61] 기린그린그림 2011.03.18 7335
124595 이유리가 결혼하는군요. [21] DJUNA 2010.08.19 7333
124594 서세원의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셔 기억나세요? [3] 뱅뱅사거리 2011.01.05 7332
124593 리쌍의 빌딩 임대문제 3단계 정리. [34] 자본주의의돼지 2013.05.22 7331
124592 ............... [65] 이글만익명 2013.02.15 73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