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2 17:30
넷플릭스에 신 고지라가 올라왔더군요.
이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제가 보는 IPTV에는 '소장용' VOD가 없어서 못 보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신 고지라가 어떤 버젼인지는 모르겠어요. 애초에 여러 버젼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또는 몇월 며칠 몇시, **시.. 같은 자막이 떠야 할 것 같은 장면인데 아무런 자막이 안 뜨더라고요.
초반에 총리와 대신들이 우왕좌왕하는걸 보면서.. 세월호가 겹쳐졌습니다. 지난주에 박근혜 7시간30분 행적 일부를 검찰이 발표해서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어요.
일본 관객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겹쳐 봤겠지만요.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재난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쟤네는 뭔가 해보려고 하는구나.. 우리 공주마마는 그 시간에 쳐 주무시고 있었는데.
고지라의 1차 상륙후 파괴된 도시를 돌아보면서.. 2시간이나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했다고 한탄하는 주인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고지라의 2차 상륙.
만반의 준비를 해온 일본 정부는 절대방어선을 설정하고 자위대를 동원해서 무제한의 공격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고지라가 그렇게 미사일, 전차포 몇발 맞는다고 쓰러지면 고지라 아니잖아요.
결국 절대방어선은 무너지고,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미군이 자국민과 대사관의 보호 명목으로 B-2를 출격시켜 벙커버스터로 폭격을 시도합니다.
아... 천조국 미국도 너무 비싸서 22대(?)밖에 없다는 B-2 편대를 날려먹습니다. ㅠ.ㅠ
이 엄중한 상황에서 총리와 내각은 모두 한대의 헬기에 탔다가 한방에 사라지고..
저는 사실 총리는 죽겠구나 생각했고, 총리 사망뒤 방위성 장관이 최고책임자로 부상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임시총리, 임시내각.. 이딴 짓 하고 있더군요. 과연 일본..
이후부터 재미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만, 보다 끌정도는 아니었고 나름 괜찮게 끝났다고 생각합니다만..
보다가 피식피식 웃기는 장면...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진짜 실력있는 사람을 모아!' 라고 하니까... 샥 다 모입니다.
진짜 실력있는 사람이 파악 되어 있다는 이야기지요.
진짜 실력 있는데, 연줄이나 서열 때문에 진급 못하고 쳐박혀서 고만고만한 자리에서 썩고 있다는 애기지요.
영화니까 가능하다.. 이게 정말 일본의 현실이라면.. 진짜 실력자가 다 파악되어 있는데도 저러고 있는거면 말이 안된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면서 일본이구나, 안노구나.. 생각했던 장면들.. 아니 나오지 않은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관료 위주로 돌아갑니다.
고지라가 상륙하자 도망가는 사람들은 그냥 배경입니다.
현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할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화재가 벌어진 도쿄3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대의 모습이라던가..
피난경고가 내려진 동네에서 몸이 불편해 피난을 포기한 노부부를 발견한 동사무소 직원이라던가..
휴면을 하고 있는 고지라를 취재하기 위해 다가가는 저널리스트라던가..
아니.. 최소한 마지막에 고지라를 동면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지라에게 달려드는 중장비 조작 대원이라던가...
이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클리셰 투성이이긴 하지만, 괴수가 도시를 침공했는데 보여주는 것은 안전한 위치에서 회의 하고 있는 관료들 뿐입니다.
카메라는 철저히 관료와 엘리트들만 비춰주고..
그외에는 모두 관료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장기판의 졸들 뿐입니다.
'별의 계승자'를 학회 SF 라고 농반진반으로 부르는데..
신 고지라는 관료 SF, 회의 SF 라고 하고 싶네요.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보여주지를 않습니다. 주인공인 야구치도 빽과 실력을 모두 갖춘 어쩌구 하는데 그의 빽이 어떤건지는 전혀 나오지 않고, 미국을 대변하는 여주인공도 카네코도 일본계 미국인 3세 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상원의원이라고 나오지만, 그녀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아요. 주인공들이 이러니 나머지 캐릭터들은 더 할말이 없지요.
속편을 암시하면서 끝나기는 했는데... 안나올 것 같습니다.
2018.04.02 17:49
2018.04.03 08:35
고지라 시리즈의 전통(?)에 따라 앞 이야기 무시하고 다시 나올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찾아본 신 고지라의 고지라는 설정만 보면 자연재해 수준이 아니라 '유년기의 종말' 급 엔딩이 나올 상황이라 내용일 이어 받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동결로 인해 빠른 진화능력이 손상되었다는 정도면 모를까..
2018.04.03 08:42
넷플릭스판은 자막이 너무 적더군요. 그래서 대사로 이름이나 직함이 안나와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여성 방위성 장관이나 나이 든 관방장관도 대충 하는 역활을 보고 눈치로 알았지 나머지는 누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위키에는 농수산장관(대신)이 이전 총리를 만든 흑막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일단 극중에서는 전혀 알수가 없었지요. 저는 '평시에는 무능해보이지만, 비상시에는 갑자기 능력을 200% 발휘하는' 클리셰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 은하영웅전설 동맹 최후의 수상처럼..
부산행을 안봐서 (호러에 약함)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이었어도 민간인 노부부 두명이 사선에 있으면 공격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고지라를 물리쳐도, 못 물리쳐도 군대의 사격에 의해 피난중이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하면 정치적 후폭풍이 엄청났을 것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쿠데타, 군사독재의 기억 때문에 국군이 무기 들고 내지에서 전투를 벌이는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민지원만 죽어라 시키고..
2018.04.03 01:14
2018.04.03 08:43
에바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ㅠ.ㅠ
2018.04.03 10:14
이야기 듣고 넷플릭스 [신 고지라] 봤습니다. 확실히 네이버판과는 달리 설명이 반토막 되버렸더군요. 직함이 줄줄이 나오는 걸 보는 재미도 있는데 말이죠. 다만, 뒤에서 흘러가는 나레이션은 착실히 번역되었더라구요. 네이버판에선 그런 경우 잘 번역 안 해줬었던 기억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별로 안 느껴지더군요. 말은 사람이 하지만, 각각 특정 부서, 특정 기관의 상징들이니까요. 어용 생물학자 3인방도 각자 특별한 이력이 자막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없어서 아쉬었습니다. 특무팀은 당연하고..)
잠깐 보다가 끄려했는데 보다 보니 다 봐버렸습니다. 전에, 처음 상륙했던 괴생명체는 고지라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괴이하게 생겨 당혹했었죠. 그래서 나중에 2차, 3차로 다른 괴물들이 올라오나 했는데... 이번에 마지막 시퀸스가 무엇인지 깨달아서 아, 했습니다. (아닐수도 있지만.)
그리고 몇 가지 궁금한 점들. 텅빈 요트 밑에서 피분수를 일으키며 고지라가 첫 등장하는데, 실종된 과학자의 '내 뜻 대로 했다'는 도대체 뭘 했다는 걸까요. 고지라와 하나가 되었다는 건지, 고지라의 진화를 촉발시켰다는 건지, 그 아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고지라는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걸까요? 도쿄를 횡단하다가 도망갈 때,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 그냥 놔뒀으면 어디를 향했을지 궁금하더군요. 특히 헬기 앞에서 첫 전투가 발생할 뻔했을 때, 그 튀어나올 것 같은 동그랗고 멍한 눈으로 헬기를 바라볼 때, 저 녀석의 머리 속은 뭘 생각하고 있는건지 바라보게 되더군요. (직후 바로 바다로 뛰어가버리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가 뛸 수 있게 몸이 진화되서 신나서 바닷 속으로 가 깡통 우라늄이라도 포식한 걸까요?
전에 보고 마지막 시퀸스에 대해 여기저기 검색해봤는데 이렇다할 설명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시 보니 영화 속에 힌트가 있더군요. 고지라가 무한히 자기복제를 해서 날아다닐수도 더 진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요. 그 꼬리는 (이러면 괴물 영화의 클리셰같지만..) 새로운 형태의 고지라들이 분화되기 직전 동결된 상태였덜로 보이더군요. '으아아- 고지라에게서 떨어져 단독자가 될 수 있었는데' 같은 느낌으로.. (영화에서 꼬리가 머리만큼 중요하게 활동하긴 했죠..)
처음에는 핵의 피해자들이나, 과거의 망령들, 뭐 그런 종류의 은유인지 알았는데, 사람 머리가 아니라 고지라 머리더라구요. 뭐, 안노만 알겠지만요. 덕분에 영화 다시 재미있게 봤네요.
2018.04.03 13:58
극장, 케이블 TV, 넷플릭스 용 자막이 다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극장, 케이블 TV에서는 말씀하신 자막들이 번역됐습니다. 극장용 자막을 좀 더 손 본 케이블 TV 자막이 가장 좋은 듯합니다.
그리고 일단 토호가 미국판이나 애니메이션 등과도 연계해서 시리즈의 부흥을 꿈꾸는 상황이니 실사 영화 시리즈의 속편도 나오지 싶습니다. 그게 [신 고지라]의 마지막 장면이나 캐릭터들을 공유하는 속편일지는 미지수겠지만, 이 영화가 일본에서 워낙 흥행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밀어붙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