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1 20:33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1년정도 투병생활하시다 이번 주말에 가셨어요.
아버지와 함께 사시던 할머니께는 사실을 아직 말하지 않았습니다. 장례도 할머니 없이 치뤘죠.
경미한 치매가 있으세요.
남은 할머니의 거처가 문제가 됩니다. 아버지 말고 형제가 없습니다. 모실분이 없어요. 요양원을 잡아놓고 보내드려야하는데..할머니는 받아들이시지 않을것 같아요.
평생을 아버지께 의지하며 사셨던 분이세요. 나이는 90세가 넘으셨는데, 정신은 영민하신 편이죠. 좀 치매가 있으시긴 하시지만 굉장히 머리가 좋으십니다.
아버지가 너무 위중해서 병원에 가도 만날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어요.
곧 죽겠구나..하시는거 보니 뭔가 직감은 하시는것 같아요.
본인 혼자서는 멀리 걷지도, 밥한끼 차려드시지도 못하십니다. 요양원에 갈수 밖에 없죠.
그런데 집안 사정상 그렇게 좋은곳에 보내드리지 못해요. 게다가 어머니는 할머니를 너무 싫어하셔서 돈이 있더라도 호강하는 곳에 보내시진 않을실겁니다. 그냥 최소한 도리는 하는 정도를 생각하시는 듯.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는데 워낙 아는거 말하기 좋아하시고, 정신이 정정하셔서 요양원에 입소할 정도의 등급을 받진 못했습니다.요양원은 그냥 보조금 없이 보내야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일요일날 요양원 입소를 잡았습니다.
할머니께 요양원에 가셔야 하는걸 설득해야합니다. 이것도 너무 어려운 일 같아요. 할머니는 그렇다면 자기는 당장 지방에 있는 자기 아파트에 갈거라고 말하실거에요.
그런데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할머니를 거기에 보낼수 없죠.
아버지가 너무 위독해서 하루종일 돌봐야해서 가족들이 없으니 그동안 요양원에 계시라고 말할수는 있겠죠.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기로입니다.
오늘 여러가지 일들때문에 치매에 관한 의사 소견서를 받으러 병원을 방문했는데, 그곳 교수는 말씀하시는게 어떻겠느냐 하시더군요.
아들에 대한 집착이나 의지가 강한데, 아들이 자기를 요양원에 보냈다는 절망감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구요.
상담관련 업무를 하는 지인들도 아버지의 죽음을 할머니께 알리라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걸 얘기해야 할머니도 요양원에 있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실거라고요.
요양원 입소를 이틀앞둔 오늘.
할머니께 여러가지 얘기를 얼마나, 어떻게 전달해야하는지 너무 두렵고 고민스럽습니다.
2019.01.11 21:07
2019.01.11 21:58
이미 위중하다는 걸 알린 상황에서 치매가 있으시다고는 하나 경미하다면 굳이 안 알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다만 글쓴 분이 손주 되는 입장에서 그걸 말하기 부담스러워서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자기합리화적 이유 같고요. 제가 말이 거칠게 너무 나갔다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 글 올릴 때는 어느 정도는 다른 방향의 의견이 필요하셔서 그렇다 생각하고 댓글 다니 이해하셔요.
2019.01.11 22:25
너무 슬픈 이야기네요...
뻐드렁니님은 생각이 깊으시고 좋은 분이세요.
지금도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하시는 것 같아요.
조언을 드리지 못해서 안타깝네요...
저라면, 일단 요양원입소를 스톱할 것 같아요.
이틀후에 후회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시간을 버셨으니 한번 더 여유(? 죄송합니다. 이런 단어.)를 갖고 지켜주세요.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시니(저도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말씀드리시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더 준비하시고요.
말씀을 드린다음엔 할머니를 좀더 곁에서 지켜보시고, 설득을 해보세요. 요양원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지방에 있는 아파트로 가신다면,
나이가 많으신 1인가구가 되시는데, 이때 법적으로 돌봄서비스가 있는지 확인해 볼수도 있을것 같아요..
이도 저도 다 안된다면, 그때 요양원에 가실수도 있겠죠...후....
2019.01.11 23:12
2019.01.11 23:31
삼가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9.01.12 01:5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라면 말씀 드릴것 같아요. 이유는 병원의 의사가 말한 것과 같고요.
2019.01.12 02:09
정말 슬픈 이야기네요.. 아드님 돌아가셨을 때 말씀하시고 장례에도 참석하시게 하셨으면 좋았었을것 같은데..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저희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어요.. 병원에 계실때 외할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장례 이후에 말씀드렸습니다만..원래 할머니가 아프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큰 정신적 상처는 다행하게도 받지 않으셨어요. 일단 본인 몸이 아프셔서.
할머님도 그러시면 좋겠네요.. 말씀을 드리고.. 조금 살펴 보신 후에 입소를 하게 해드리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이제 모실 아드님이 없으니 본인이 수용하실 수도 있고..
아무것도 모르신 상태로 입소하게 되면 괴로우실 것 같아요.. 사정을 모르니 아드님께 굉장히 서운해하지 않을까도 싶구요..
뻐드렁니님이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부디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2019.01.12 12:43
2019.01.12 16:1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외할머니 생전에 외삼촌 한분이 돌아가셨는데.. 당시에도 치매끼가 좀 있으셔서 말씀 안드리고 보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정신이 맑으시면 어떤게 좋을지.. 판단이 안서네요. 문제는 혼자서 살아갈 능력이 없으시다는 건데.. 참 어려운 선택입니다.
2019.01.18 23:01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임종 직전에, 제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되시고 비통해하시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네요. 누가 외할머니에게 그런 TMI를 전달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그 경황없던 와중에도 외할머니의 그 표정은 섬광처럼 마음에 새겨졌어요. 저의 경험과 뻐드렁니님의 지금 상황은 꽤 달라 보입니다. 그래도 임종이 멀지 않아보인다면 알려드리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짐작은 하더라도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떴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면 더 충격이 클 테니까요.
할머님께 알려드리진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되네요. 받으실 충격이 크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