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같은 시즌에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가 있겠어? 싶었는데 운 좋게도 켄 로치 영감님의 ‘미안해요,리키’를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국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상황, 문제가 너무 리얼하고 설득력 있더군요.

 대처가 죽었을때 파티를 잔치를 벌였다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야만스러운 자본주의 체제가 개별 인간과 가족의 삶을 어떻게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켄 로치 감독 특유의 드라이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실제 영화 후반에 들어서는 객석 여기 저기 극도로 억누르는 훌쩍거림이 들립니다.


 이런 저런 육체노동을 전전하던,  리키는 택배사업체에 들어갑니다. 

 개인 사업자 신분이 되어 열심히 일한 만큼 큰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기대로 말이죠. 

 그 뒤에 이어지는 상황들은 이미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만

 그가 자신의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그 현실에서 어떻게 일그러지고 망가지는 과정은 이 영화가 아니라면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정들이고 그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내고 있는 현재의 체제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강요한다면 켄 로치 감독의 말마따나 “We have to change them” 이어야 하는데 

 문제는 ‘We’의 빈약하고 시궁창 같은 능력? 세력?의 현실이 보이면서 암울해집니다.

 당분간 이 견딜 수 없는 현실은 지속될 것이고 많은 이들이 그 현실에서 삶이 고통 받고 망가지게 될거라는 의미니까요.

 그게 참 슬픕니다.



 2.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을 봤어요. 이 영화 덕분에 수십일간 잠 자던 네플릭스 계정을 깨웠; 

 이 정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면 “마블의 그것들은 영화가 아니다” 라는 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그냥 스콜세지는 그런 말 해도 되요.  그리고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죠.

 마블이 만들어 내고 있는 그런건 영화가 아니라 다른 걸로 부를만한 명칭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콜세지와 별개로 아주 오래된 생각입니다.  

 이건 마블류를 비하하거나 멸시하는게 아니에요.  제가 그것들을 얼마나 즐겁게 보고 즐겼는데요. 

 그냥 분명 뭔가 다른데 억지로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좀 옆길로 샜네요;;   각설하고 


 개인적으로는 먼저 ‘택시 드라이버’를 찍던 청년 감독이 ‘아이리시맨’을 만드는 영감이 되었구나 하는 소회가 드는 영화였어요.

 월남전에서 돌아와 모히칸 머리를 하고 택시를 몰다가 추악한 뉴욕의 뒷골목을 보고 분노하던 로버트 드니로가 

 이제 지팡이를 잡고서야 겨우 몇 발걸음을 뗄 수 있는 노인이 되어 있는 영화 밖 현실이 주는 인상이 더 큰 영화였어요. 

 

 내용의 큰 줄기는 1970년대 미국의 인물 ‘지미 호파(알 파치노)의 죽음(실종)을 둘러싼 이야기들입니다. 

 지미 호파는 미국 운수노조 위원장이었고 지금과 달리 그 위세가 엄청난 노조였으며 위원장이었는데

 당시 미국의 노조는 마피아와 사업이나 폭력 등으로 이리 저리 얽혀 있었는데 마피아로 흥했다가 마피아로 망한 스토리네요.


 그 역사적으로 실제했던 사건에 가공의 인물 ‘프랭크(로버트 드니로)’를 넣어 멋진 스콜세지표 영화가 나온거죠.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를 한 영화에서 보는 것도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그 배우들의 수십년간 쌓인 연기의 내공들을

 화면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딱 알맞게 담아내는 거장의 연출도 엄청난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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