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5분. 스포일러랄 게 있나요. 그냥 마구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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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추억의 영화이고 하니 한글 박힌 포스터로 준비해 보았읍니다. 근데 지금 보니 멕 라이언 배경은 걍 원근법 같은데 톰 행크스는 왜 거인이죠...)



 - 샘과 조나라는 부자가 아내이자 엄마를 사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부부였기에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걸 대략 보여주고 '18개월 후'로 점프하구요. 이번엔 또 하나의 주인공 애니가 나옵니다. 잘 생기고 돈 잘 벌고 꽤 상냥해 보이는 월터라는 남자랑 곧 결혼해요. 그 직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애니의 집을 찾아서 부모 형제와 즐거운 식사도 하고, 또 애니 엄마가 입었던 웨딩 드레스도 물려 받으면서 참으로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듣네요. 다 잘 될 거야! 라는 확신을 갖고 집을 떠나는데... 사정상 혼자 자기 차를 운전해 가던 애니는 애청자 고민 상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아빠 몰래 전화를 걸어 '우리 아빠가 좋은 여자 좀 만나게 해달라'는 조나의 사연을 듣고. 이어서 샘이 등판해서 이별한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고백하는 걸 듣고. 순식간에 홀로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맙니다. 이걸 대체 어쩔까요!!! 해답은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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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으로 이미 증명한 것처럼 톰 행크스는 아역 배우들과 궁합이 참 잘 맞고 여기서도 그렇습니다.)



 - 멕 라이언 전설의 시작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를 골라야겠죠. 이건 1989년작이구요. 또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는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볼케이노'에서 공연을 했고 이게 1990년작입니다. 그 외에도 뭐 '도어스'에도 나왔고 '키스의 전주곡' 같은 영화도 있었고. 샐리 이후로 충분히 주목 받고 잘 나가고 있었던 멕 라이언이지만 그래도 뭔가 뭔가뭔가뭔가 한국에선 이 영화가 멕 라이언의 전성기를 알린 영화라는 느낌이란 말이죠. 


 근데... 또 이 영화 이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생각보다 좀 약합니다. 5년 후에 '유브 갓 메일'이 나오기까지 10편이 넘는 영화를 찍었지만 글쎄요... 그중에 가장 유명할 '프렌치 키스'를 제가 재미 없게 봐서 그런지 다 그냥 고만고만하게 싱거운 작품들이었던 것 같고. 또 '유브 갓 메일' 이후의 출연작들은 그보다 더 싱거웠죠. 그렇게 따져 보니 결국 이 영화가 커리어의 정점이었던 거네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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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라연님 정말 아름답지 않으십니까.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대놓고 예쁘시더라구요. 다만 이 장면은 스토킹 중인 상황...)



 - 어쨌든 영화 얘길 하자면요. 제목에도 적어 놨듯이 이게 그땐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재밌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흘러 나오는 노래가 그 유명한 'As Time Goes By'죠. 지미 듀란테 버전인데 확인해보니 1965년에 나온 곡입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애니와 절친이 함께 보는 영화가 '러브 어페어'. 1958년 영화구요. 이후로 영화 속에 나오는 곡들도 대체로 저 시절 옛날 곡들이에요. 또 두 남녀 주인공 모두 '옛날 방식'에 대한 향수 같은 걸 내내 보여주고 급기야 애니는 직접 이런 대사까지 쳐요. "저 시절의 사랑은 순수했어!!!!" ㅋㅋㅋㅋ 그러니까 옛 것이 좋아 옛 것이 멋져 옛 것이 낭만적이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데 그게 30년을 묵은 거죠. 60년대 무드를 그리워하는 90년대 영화를 2020년대에 본 겁니다. 그래서 영화가 더 귀엽게(?) 보이더라구요.


 덧붙여서 제가 옛날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러브 어페어'를 보기 전이었어요. 물론 영화 속에 나오는 친절한 설명으로 '러브 어페어'의 엔딩과 이 영화의 엔딩이 비슷하게 이어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영화를 직접 보고 난 후에 느끼는 감상과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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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가 본 적도 없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추억의 장소처럼 기억하게 된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슬픈 전설이.)



 - 또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 같은 게 있겠죠.


 애니와 조나가 하는 짓들이 말입니다... 일단 애니가 샘에게 접근해 보려고 기울이는 노력들은 요즘 기준으론 대체로 범죄입니다. ㅋㅋㅋ 자기 일하는 언론사의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해서 샘의 신상을 털고 주소, 전화 번호까지 알아내죠. 직접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고, 알아낸 주소로 집을 찾아간 다음에 멀리서 지켜보며 미행까지 해요! 아, 그 전엔 회사 직원들 이용해서 파파라치샷까지 찍어대구요. 이게 스토킹 범죄가 아니면 뭡니까.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샘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구요. 공항에서 마주치고 자기 집 앞에서 마주친 걸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일이 잘 풀린 후에 이런 사실을 다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더군요. 뭐 그 시절이니까, 그리고 덕택에 멕 라이언이 스스로 굴러들어왔으니까 그냥 만족하고 살 것 같긴 합니다만(...)


 애니만큼은 아니지만 조나가 하는 짓들도 요즘 기준으론 여러모로 좀 거시기합니다. 아빠가 데려온 데이트 상대에게 별 이유도 없이 활활 타오르는 적개심을 쏟아 붓는 것도 그렇구요. 별 이유도 없이 애니의 편지에 자기 혼자 홀딱 빠져서는 아빠랑 엮어주려고 별의 별 짓을 다 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그 결과물이 멕 라이언이라 해피 엔딩이 되긴 했지만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 거고 호되게 좀 혼나야 할 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빠가 애를 너무 오냐오냐해서 키운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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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우리 빅토리아씨... ㅠㅜ 근데 제가 짤을 좀 잘못 골랐네요. 저 배우님 멕 라이언보다 나이도 어리십니다.)



 - 둘의 로맨스를 위해 희생되는 두 사람도 지금 와서 보면 많이 딱해 보입니다.

 샘의 데이트 상대였던 빅토리아는 그저 웃음 소리가 좀 많이 독특한 죄 밖에 없었는데요. 그나마 제대로 관계 정리를 한 것도 아니고 데이트 자알~ 하고서 아주 좋은 분위기로 일 때문에 잠깐 어디 갔더니 그새 본인도 모르게 정리당하면서 그 후론 아예 등장도 못 하구요. 애니의 상대였던 월터는 뭐, 애니에게 나쁜 짓 하는 것도 하나 없는데 이것저것 하나씩 콕콕 찝히면서 '얘는 아니야' 모드로 내몰리죠. 유머 감각이 부족하다든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다든가, 성격이 무덤덤하다든가 등등. 뭐 막판에 애니에게 난데 없이 뻥 차이는데도 과도하게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어딘가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 분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죠.


 생각해 보면 이 시절 로맨스 영화들에 이런 캐릭터들이 흔했어요. 주인공들을 드라마틱하게 맺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불쌍한 '원래 파트너들' 말이죠. 그리고 제가 그 시절부터 이미 이런 설정들이 싫다고 짜증을 부리곤 했다는 게 영화를 보면서 새삼 떠올랐습니다. ㅋㅋㅋ 제가 로맨스물에서 가장 싫어했던 게 이렇게 주인공들 민폐를 합리화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요즘 로맨스물들은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써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러던데. 옛날 영화를 보니 다시 추억이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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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봉변 당할 운명의 '로맨스물 서브 남주' 포지션을 맡으신 빌 풀만씨. 그래도 2년만 참으시면 좋은 날 옵니다!!!)



 - 근데 뭐 이런 게 다 매우 진지하게 지적하는 단점 같은 건 아니구요. 그냥 그 시절 로맨스가 다 그러지 않았습니까. ㅋㅋ 오히려 간만에 보니 정겹고 좋았어요.

 그 시절스럽게 나이브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와서 그 시절스럽게 나이브한 스토리 속에서 내내 낭만 타령을 하고 있는데 그 주인공들이 젊고 반짝반짝하던 시절의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이고. 이걸 연출하고 있는 건 또 전성기 시절 노라 에프런이고 말이죠. 

 지금 봐도 웃기고 귀여운 장면들이 많고, 좋은 배우들이 연기와 매력으로 한껏 캐리해 주고,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로 시작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야경으로 끝나는 배경 선정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불러 일으켜주고요. 지금 보니 대사들도 재치 있게 잘 썼더라구요. 


 그리고 제 기억에 아마 그 시절엔 '주인공 둘이 영화 끝날 때 처음으로 만나는 로맨스물' 이라는 게 또 신선하고 더 낭만적인 포인트였을 텐데요. 그것도 나름 잘 살아나도록 이야기를 잘 짜놨어요. 덕택에 멕 라이언이 상당히 대책 없는 민폐 로맨티스트가 되어 버리긴 합니다만, 뭐 '그 시절'이니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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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어페어', 그러니까 'Affair to Remember'를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는 무대책 로맨티스트들. 보시다시피 로지 오도넬입니다. 헐. ㅋㅋㅋ)



 - 그래서 결론은 뭐. 지금 보기에도 충분히 재밌고 낭만적인.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덧붙여진 추억 버프 때문에 오히려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로맨스물이었습니다.

 그 시절답게 '남자들은 성향이 이렇고 여자들은 이렇고' 같은 식으로 웃기는 장면들이 요즘 보기에 좀 낡아 보이긴 합니다만 어차피 노약자와 동물들에게도 전혀 무해한 순둥순둥 착한 캐릭터들만 우루루 몰려 나오는 영화라서 심각하게 거슬리고 문제 삼고 싶어질만한 장면 같은 건 없구요.

 주인공들이든 조연들이든 정말로 심각하게 위기에 처하거나 크게 고통 받는 장면 같은 게 정말 하나도 없어서 되게 편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네요. 그냥 제가 요즘 이런 영화가 좀 보고 싶었거든요. ㅋㅋ 그래서 잘 골랐구나! 하고 즐겁게 잘 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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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말랑말랑 귀엽고 착하며 즐거운 영화도 보고 싶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 아.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부분이 하나 더 있군요. 영화를 통틀어 대사 있는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안 나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얼른 나오라고 헛기침으로 눈치 주는 타워 직원이 흑인이었지만 헛기침만 하고 대사는 안 하거든요. ㅋ



 ++ 그래서 우리 멕 라이언님께선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올해 11월에 개봉할 영화 하나를 직접 감독하면서 주연까지 맡으셨네요. 보니깐 로맨스물인 것 같은데 상대 배우가 무려 멀더 요원님이십니다. 하하. 기왕 만드시는 거 깜짝 히트작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자막이... 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보니깐 이 영화 대사가 그 전형적인 '재치 있는 수다쟁이들' 스타일 대사인데요. 한글 자막은 그걸 다 핵심만 요약해서 간결하게 제시... 하는 식으로 되어 있더라구요. 내용을 오해하게 만들 정돈 아니지만 대사의 재미를 대부분 죽여 버리는 식이라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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