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논리가 아닌가

2022.04.23 11:18

Sonny 조회 수:573



최근의 반복된 인신공격에 대해 저는 모종의 적의가 개입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는데, 공공연하게 특정인에 대한 적의가 반복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면 이지메라 해야겠죠. 저를 피해자로 인식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래선 안되는 것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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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이준석과 전장연의 토론을 이야기하면서 타락씨님이 자신의 댓글에 대한 공격을 보고 '이지메'를 언급하는 것이 좀 흥미로웠습니다. 이지메란 개념은 애초에 도덕적 판단이 포함되어있는데, 이 개념이 성립하려면 '공동체의 모두가 친하고 가깝게 지내야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전제가 깔려있는 공동체들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학교, 회사, 군대 같은 사회적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왜 친목이 강제되고 반목은 최대한 지양되어야할까요? 관계 자체가 이 공통의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친하게 지내라가 아니라, 안친하게 지내면서 공부/업무/전투에 방해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 듀나게시판은 그런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공간일까요? 이곳 듀나게시판에서 공통적으로 뭘 이루려고 하거나 타인과의 관계가 방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을까요? 이곳은 그냥 다수의 사람들이 어쩌다 모여서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도 있는 친목 목적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친목이라 함은, 여기 게시판에 가입한 자체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게시판에서 내비치는 태도나 의견에 따라 얼마든지 갈릴 수 있는 것이죠. 그 어떤 공개게시판 커뮤니티도 무조건적으로 친목을 도모하진 않습니다. 친목은 목적이되 그 목적을 이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정치적이죠. 

"공공연하게 특정인에 대한 적의"라는 단어가 너무 비장해서 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적의가 아니라, 반감 혹은 비호감입니다. 사람들이 어울려서 친목을 추구하는 공간에서는 그 반대의 상황인 '반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말해서 타락씨님은 이지메를 당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그냥 반대하거나 싫어하는 걸 겪고 있는 거죠. 자신의 의견으로 청자를 감화시키고 자신을 유의미한 스피커로 말하는 데 실패한 겁니다. 왜냐하면 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해서, 장애인에 대해서, 혹은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 무책임하고 때로는 비인간적이기기까지한 가치관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죠. 듀게의 사람들은 타락씨님을 좋아해야할 의무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이 법칙을 왜 혼자서만 초월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타락씨님의 글에 대고 이미 숱하게들 지적을 했습니다. 특히 저나 으랏차님은 정말 장문의 댓글로 '당신의 논리는 어떻게 틀렸고 당신의 이런 의견은 비인간적이다'라고 세세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본인이 납득을 못했을 뿐이죠. 그걸 가지고 그저 '적의'라는 드라마적 단어로 퉁치며 피해의식을 호소하시는 게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논쟁의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기 위해 끌어오는 궤변론적 방법들, 예를 들어 '당신의 논지는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에 '제가 모든 이슈에 논지를 다 표현해야하나요?' 같은 답변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파괴할 뿐입니다. 저는 타락씨님의 이런 궤변을 조동연씨에 대한 글 http://www.djuna.kr/xe/board/14030225 에서도 익히 경험했었습니다. 당신은 왜 조동연씨를 그렇게 함부로 폄하하느냐, 란 글에 모든 객관은 불가능하다,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건 그걸 말하는 여성이다, 란 식으로 일체의 도덕적 판단을 배제한 대답만 하셨죠. 에토스에 대한 질문인데, 로고스로 대답하시는 걸 보면서 저는 타락씨님이 약자를 이해하는 사회적 감각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본인만 모른 채 왜 나를 싫어하냐 이지메 아니냐고 하는 건... 일종의 나르시시즘이죠.

전장연을 비문명적이라 발언한 이준석에 대해서는 '전장연이 아니라 시위를 비문명적이라 한 것이니 혐오가 아니다'라고 타락씨님은 말했습니다. 더불어 전장연이 장애인을 대표하진 않으니 장애인 혐오가 아니라는 궤변도요. 그러나 본인의 논리를 '잡스런 논리'라고 한 것은 인신공격이라고 평가합니다. 완전한 모순입니다. 타인을 향한 사회적 맥락은 계속 표백해버리면서, 자신을 향해서는 반대로 반대로 사회적 맥락을 더 첨가합니다. 이 이중적 태도를 보면서 사람들이 납득할 거라 기대하는 게 자기폐쇄적인 생각입니다. 타인의 사회적, 정치적 입장은 아무 이해도 하지 않은 채로 논리만 냉철하게 따진다는 것이 본인의 판타지입니다.

만약 이해가 안되신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댓글을 달고 있는지 참고하시길 바라지만 그러시진 않으시겠죠. 계속 못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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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가 길었는데, 제가 타락씨님을 두고 하고 싶은 건 단순한 공개저격만은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때, 이들에 대한 이해를 포기한 채로 어떤 주장을 하는 건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단순히 논리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회적 존재이고 본질적으로 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렇게 키배를 하는 것조차도 이 곳 게시판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된 코드가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그 코드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 건 대단히 부당하다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사유를 통해서 만들어져있는 것이고요. 

동시에 이런 실패를 인지하지 못하는 논증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이준석을 비판하고 그 토론 자체가 장애인 혐오적이라고 말하는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당신이 그 입장이 되어봐라'라는 인간적 공감말고는 다른 대답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이 '자리바꾸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는가. 가장 흔한 논증은 미러링이겠지만 그 또한 공감을 거부하면 무위로 돌아가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상상 속에서 자리바꾸기를 통해 고통을 체험하려해도 이것은 그럴 의지가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방법이고 반대의 입장에서는 늘 자신은 절대 장애인이 안될 것이고 장애인이 된다 한들 그런 방식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배짱을 부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상이니까요.

이런 논쟁은 근본적으로 찬반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부분을 다른 쪽이 채워주는 방식의 논쟁만이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건 찬반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장애인의 이동권은 탕수육에 소스를 먼저 붓느냐 찍어먹느냐 하는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대다수의 비장애인들이 누리고 있는 이동권을, 장애인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다같이 논의해봐야할 뿐이죠. 그래서 이성이나 객관의 태도에 도취된 분들께는 그분들이 스스로 누락하고 있는 장애인의 입장을 채워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동정에의 호소로 오해하는 건 아닌ㅈ...

논리적 태도란 무엇일까요. 저는 이 논리에서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는지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태도를 모두가 선택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꼭 누군가 사악하거나 무식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근본적인 실패를 안고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타인에 대한 무례가 필연이거나 이성이라는 그 게으름에는 강경하게 반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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