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일생에 추석을 좋아해 본 적이 없습니다.

노는 날인 건 좋은데, 늘 친척들이 한 곳에 모였고 그럼 수많은 사촌 형제들과 어른들이 복작거리는 상황에서 최소 1박, 보통은 2박을 하고 와야했고.

그 와중에 전 사촌 형제들이랑 노는 게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사촌 형제들이 대체로 좀 자유로운 영혼의 터프 가이(...)들이었는데 저랑은 안 맞았거든요.

나이 먹고 나서는 아 이 양반들도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구나... 했지만 어렸을 때 그딴 게 어딨습니까. 안 맞으면 안 맞는 거지. ㅋㅋ


그리고 성인이 되어 이런 모임에서 자유로워진 후에도 뭐. 명절 연휴란 문 닫는 가게가 많아서 친구들 만나 놀기 애매한 기간이었을 뿐이고.

결혼하고 난 후에야 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또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혹은 즐기고 계십니까. 전 그저 이게 얼른 흘러가기만 바랄 뿐입니다. 하핫(...)



2.

학생 하나가 수업 시간에 태블릿으로 교사의 사진을 찍어서는 '생긴 거 진짜 ㅈ같네' 라고 적어서 인스타에 올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당한 교사가 원래 좀 엄격한 캐릭터였고, 그 학생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녀석이라 평소에 잔소리를 자주 들었던 모양입니다.

암튼 이 시국(!)에 참 겁도 없이 그런 짓을 했고, 그걸 본 다른 학생이 학교에 제보를 해서 들통이 났죠.

피해 교사는 '규정대로 처리'를 요구했고 결국 개교 이래 최초로 말로만 듣던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 학생은 징계를 받게 되겠죠.


이 일 때문에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올랐어요.

제가 처음 교사 일을 시작했을 땐 싸이월드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었는데요.

초짜 교사였던 저는 학생들이 절 찾아내서 일촌 신청 넣는 걸 다 수락하며 서로 방명록도 쓰고 댓글도 달고 그러면서 살았죠.

그런데 그러다 보면 은근히, 꽤 자주 보게 되는 게 교사들 욕하는 게시물이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자기들이 뭘 올리며 사는지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아무에게나 친구 신청을 하는 습성이 있어서... ㅋㅋㅋ 물론 그런 게시물들 중엔 저랑 가까운 교사들에 대한 것도 있었고 심지어 저에 대한 것들도 있었죠.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냥 학생들 싸이에 방문을 하지 않기로. 그리고 더 이상 학생들 친구 신청은 안 받기로 결심을 했고 지금도 플랫폼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바뀌었어도 그 원칙은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나도 학생 때 교사들 욕 엄청 하고 살았는데? 그냥 그땐 이런 서비스들이 없으니 교사들이 알 일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학생들이 교사들 싫어할 수도 있고 욕 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내가 알아서 뭐하나. 그냥 모르고서 서로 껄끄러울 것 없이 잘 지내는 게 낫지... 뭐 이렇게요.


물론 시대가 바뀌었죠.

문제의 그 학생이 징계를 받게된 것에 불만이나 아쉬움 같은 게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냥 뭔가 기분이 찜찜하고요. 하지만 뭔가 답이 나오진 않을 것 같으니 전 그냥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는 걸로. ㅋㅋ



3.

엊그제 운행 중에 타이어 공기압 표시등이 켜져서 정비소를 찾았습니다.

요즘엔 이것도 돈을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주 상냥하게 무료로 넣어주셨어요. 감사하기도 하지.

근데 공짜로 받는 게 좀 죄송하기도 하고, 또 마지막으로 정비소를 찾은지 2년이 좀 넘어서 온 김에 차 상태를 봐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대략 5분 정도 차를 살펴보신 사장님께선...


이거 일년 안에 폐차하고 새로 사실 건가요?

네? 아, 아니 그 정도는...

그럼 돈 좀 들이셔야겠네.


라면서 권장 견적 150, 최소 견적 80의 제안을 들이미셨습니다. 우왕!! 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여기에다 제가 뭐라 따지고들거나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게, 제가 워낙 차에 애정과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차 '관리'라는 걸 아예 하지 않고 살거든요.

그러니 아무리 개판이라고 지적해도 반박 불가. 그랬는데. 아무리 그래도 최소 80이라는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그 비용에 대한 의구심이 무럭무럭...

그래서 대충 둘러대고 '곧 다시 찾아뵐게요!' 하고 떠난 후에 주위에 수소문을 해 보니 무슨 차에 금칠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작업에 80은 심하다는 게 중론이더라구요.


하지만 단 하나, 엔진 오일만은 새로 넣어야 할 상황이 맞기에 어떡할까... 하다가 온라인 할인 이벤트를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가서 먼저 엔진 오일 얘길 하고, 상태를 봐달라고 부탁드렸죠. 그랬더니 대략 10여분 동안 살펴보신 후에 하시는 말씀이,


처음 찾았던 정비소에서 말했던 것들 중에 대부분은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 5~6년에 한 번 해주면 되는 작업들인데 재작년에 했기 때문에 지금 할 필요가 없다고.

나이스! 라는 기쁨과, 처음 찾았던 정비소 사장님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드는 와중에...


근데 타이어 두 짝은 교체하셔야겠네요. 보통 교체하는 기간이 한참 지났어요. 휠 얼라이먼트도 받으셔야 하구요.

아... 그, 그렇겠죠?

그리고 뭐뭐도 보통의 교체 기간은 지났으니 하시면 좋구요.

그럼 그걸 다 하면 얼만가요.

80만원 정도요?


으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서 돌고 돌아 결론은 계속 80인 거죠!!!!?

결국 고민 끝에, 어쨌든 그 '뭐뭐'라는 것은 지금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니까 타이어 교체 & 얼라이먼트만 받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뭐 시키는대로 하는 게 좋았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 괜히 돈 아끼려다가 나중에 더 크게 나갈 수도 있는 거구요.

하지만 제 몸도 제대로 안 챙기는 제가 자동차에 그런 정성을 들인다는 건 어색하지 않겠습니까!!

힘내라 자동차야! 믿는다 현대!!!


암튼 자동차 정비는 뭔가 정기 건강 검진과 비슷한 거라는 생각을 했네요.

안 가고 살아도 사는 데 지장은 없는데 당연히 정기적으로 가서 챙기는 게 낫고.

검진 결과에서 나오는 조언을 다 따르며 살면 좋은데 그러기는 귀찮아서 그냥 살게 되고.

그러면서 나중에 후회할 일 안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 하하하;; 물론 건강/자동차를 성실하게 잘 챙기는 분들 입장에선 한심해 보이겠지요. 제가 그런 인간입니다!!



4.

인터넷을 구경하다가 SM이 새 보이그룹을 런칭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뭐 이런 분들인데요. 요즘의 제가 신인 아이돌에 크게 관심이 있을 리는 없겠고. 이 얘길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이 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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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에 적힌 대로 '앤톤'이라는 이름의 멤버인데, 아빠가 윤상이래요. ㅋㅋㅋㅋ

듣고 보니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 젊은이도 아빠처럼 직접 작곡을 하는 멤버라고 하네요.


근데 그래서 호기심이 생겨 이것저것 검색해서 커뮤니티들을 훑어 보니 거기에 이 멤버 관련해서 자주 눈에 띄는 글이,


"그래서 윤상이 누군데??"


였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결론은 '응 복면가왕에 패널로 나오던 아저씨'라고... 하하핫.

뭐 그렇죠. 당연하죠.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알만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5.

그래서 마무리는 이겁니다.



윤상 본인 곡들도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곡이 이거거든요.

그리고 다시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왜 그 시절엔 강수지가 '가창력은 걍 평범하지만 비주얼로 승부하는 가수' 같은 이미지였는지 모르겠어요.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의 기준이 달라서 그런가. 음색도 그 시절 기준 독보적이고 노래도 걍 잘 하는구만요. ㅋㅋ 뭣보다 윤상 곡들과 참 잘 맞았구요.


뭐 그렇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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