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컨저링 유니버스 이름을 달고 이제 십여개의 영화가 나왔네요. 생각해 보면 엄청난 대박 프랜차이즈예요. 컨저링 1은 정말 잘만들었지만 그 다음 이야기들은 어중간한 정도의 완성도로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으니까요. 기초공사가 워낙 탄탄하니까 그 위에는 건성건성 벽돌을 쌓아도 괜찮은 건물이 올라가는 중인 거죠.


 컨저링에 나온 애나벨 인형 요거 하나만으로도 벌써 3개의 스핀오프가 나왔어요. 애나벨 인형은 사골을 우리고 우려내다 보니 이제 솔직이 정체가 뭔지 궁금하지도 않고. 애나벨은 웬만하면 컨저링 본편으로 그냥 결판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2.어쨌든 컨저링 스핀오프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더 넌(발락)이예요. 사실 애나벨보다는 더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경 아닌가 싶은데...어째서인지 애나벨은 3편이나 영화가 제작되는 동안 더 넌은 고작 1편, 게다가 왜 후속작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린 건지 의아하긴 해요.


 일단 수녀 특유의 비주얼에 특유의 포스라고 해야 할지 후까시라고 해야 할지. 더넌1의 스토리가 망이었는데도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었던 걸 감안하면, 수녀 악마의 비주얼과 분위기가 얼마나 잘 뽑힌 건지 알 수 있죠.



 3.오늘은 더넌2를 봤어요. 물론 영화 자체는 재밌었어요. 하지만 제작진들이 발락을 여전히 함부로 다루고 있어요. 이제 컨저링 유니버스도 거의 끝물이고 그나마 포스있는 캐릭터가 발락인데 여전히 나왔다 하면 지고 또다시 부활하고를 반복하게 만들고 있더라고요. 어차피 컨저링2 시점까지는 발락이 건재하니 좀더 발락을 띄워주는 스토리라인으로 가도 좋을 텐데.



 4.휴.



 5.게다가 더넌1,2의 문제는 발락이 영화 내내 아무것도 안한다는 거예요. 발락은 러닝타임의 80%가 지날 때까지는 사람들을 놀래키거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상영시간이 20%쯤 남았을 때 주인공에게 대충 져주기 위해 등장하죠. 물론 발락이 한 시간 넘게 숨바꼭질을 하는 걸 보는 것도 그냥저냥 재미는 있지만 다 보고 나면 결국 이 스토리가 뭐였는지 갸웃거리게 만들죠.


 물론 이해는 가는 게, 더넌 시리즈는 악마가 있는지 없는지 주인공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아니예요. 확실하게 초자연적 존재가 있다는 걸 주인공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변죽을 울리면서 조금씩 기어를 올려가는 다른 공포영화에 비해 차포 떼고 시작해야 하죠. 


 그런데 그렇다고 시작부터 풀파워로 발락이 무쌍을 펼치면 스토리 진행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발락은 영화 시작하고 한시간 동안은 '어흥'이나 '까꿍'정도의 카드만 내며 시간을 죽여야 하는 거죠.



 6.차라리 그런 제약이 있는 걸 역이용해서 더넌 1과 2가 발락이 완벽하게 승리하는 내용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나왔다 하면 지고 나중에 부활하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아무리 후까시를 잡아도 포스가 떨어져버리는 건 아쉬워요. 특히 이번엔 파워업 아이템까지 완벽하게 장착하고도 아이린 수녀와 블랙토큰 수녀에게 폭사당해버리는 걸 보면...이제 제임스 완이 컨저링에 미련이 없나 싶기도.



 7.지금까지는 컨저링 2에서 발락이 완벽하게 패배하고 끝나는 것 같았는데...돌아가는 판을 보니 발락이 컨저링 2에서 죽은 것도 그냥 수많은 죽은 척 중 하나일 뿐이고, 아예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나올 때마다 패배하는 것 같아서 안됐지만...그래도 이만한 포스를 지닌 적이 없으니 계속 나와주면 좋겠네요.


 한데 다른 스토리였으면 변명거리라도 있겠지만 이번엔 진짜 완전체인 상태에서 털려버려서 체면이 말이 아니예요. 그냥 그 아이템은 못 얻게 만들고 '사실 발락은 풀파워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정도로 퉁쳤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았을텐데...감독이 무슨 생각인지 기어코 발락을 풀파워 모드로 만들어놓고 털리게 해버려서 아쉽네요.



 8.5년 전에 쓴 더넌 감상글에서, 다음 편이 나오면 버크 신부가 명예회복을 했으면 좋겠다...고 썼는데 바램은 빗나갔어요. 버크 신부가 주교로 승급했다는 대사를 보고 반가웠는데 갑자기 추기경이 '버크는 콜레라로 죽었다.'라고 말하길래 벙쪘죠.


 그런데 아이린은 왜 악마 추적 임무를 맡자 버크부터 찾은 걸까요. 아이린의 기준에서 보면 더넌1의 버크는 무능함 그 자체였는데 말이죠.  



 9.뭐 안좋게 쓰긴 했지만 영화 자체는 재밌어요. 자꾸 변죽을 울려대는 걸 단점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발락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본격적으로 등판하는 것보다는 연습투구를 할 때 더 멋있는 캐릭터이기도 해서요. 굳이 비교하자면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가기 전의 푸틴같다고나 할까요. 밑천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진짜 강해보이는 스타일.


 이 멋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스토리를 좀 잘썼으면 좋았을 텐데...어째 가면 갈수록 발락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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