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대표하는 이스트반 사보(Istvan Szabo, 이전에는 자보라는 표기가 많았는데 헝가리 문화원과 협력하는 최근 회고전에 사보라고 나오는 걸 보면 이쪽 발음이 맞나봐요) 회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공산국가였던 헝가리 감독이라 우리나라에서 이분 젊은 시절 작품은 들어온 바가 없고요.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알려진 <메피스토>(1981)는 더빙판으로 TV에서 상영해 본 적이 있어요. <메피스토>를 첫 작품으로 클라우스 마리아 브란다우어를 주연으로 해서 실존 인물에서 영감받은 주인공이 중유럽 역사의 격랑을 겪는 영화들을 제작해서 흔히 중유럽 삼부작이라고 부르는 게 이분 대표작입니다. 저는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레들 대령>(1985)2개 비디오로 본 추억이 있습니다. (3시간이 넘는 영화의 경우 VHS비디오 테이프는 1, 2부로 나누어 판매, 대여했습니다. 매체의 한계를 핑계로요.) 하지만 세번째 작품인 <하누센>(1988)은 이전에는 볼 기회가 전혀 없었고요. 삼부작의 마지막이 이전 작들보다 떨어진다는 속설에 맞게 좀 못하다는 평가가 맞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007 영화의 악당으로나 알려진 브란다우어를 무척 좋아하게 된 계기가 이 영화들입니다. 이번 영화제에 새로 본 삼부작에서는 <레들 대령>이 가장 인상깊은데요. 비교적 최근(2006)에 알려진 바이지만 사보 감독이 공산체제에서 비밀 경찰에 협력했다는게 밝려진 지금, 학생시절 떠든 학생을 고자질한 것으로 시작해서 비밀 경찰-군정보부의 우두머리가 되는 레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색채를 띄게 되네요.


사실 이 삼부작을 이해하려면 제가 중유럽 역사를 더 잘 알아야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나치가 소수자를 박해하고 문화예술를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나쁜 놈이라는 것만 알면 되는 <메피스토>와 달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체코, 러시아 사이들의 관계들을 알아야 하는 <레들 대령>, 2차 대전 직전 베를린의 세기말적 분위기부터 나치의 발흥에 큰 역할을 한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같은 구체적인 역사를 소재로 한 <하누센>은 좀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이런 난관을 뛰어넘게 하는데 브란다우어의 카리스마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사람의 연기력도 그렇지만 참 인상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요. 얼굴 전체를 하얗게 칠한 '메피스토'의 연극 분장이나 가면무도회에 나오는 레들 대령의 도미노 마스크, 마술 공연을 위한 하누센의 눈가리개가 각각 이 영화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기억에 남습니다.


, ‘레들 대령에 나오는 아르민 뮬러 슈탈의 소름끼치는 연기에 대해서 Q님이 언급한게 생각나서 검색해 보니 2020년 베스트 블루레이로 이 영화를 꼽으신 적이 있군요. 동일 제작사에서 '메피스토'와 이번 영화제에서는 놓친 '신뢰'까지 아주 싸게 팔고 있는데 사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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