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360° 백 스테이지 돌아보기

2010.12.16 19:07

양자고양이 조회 수:1262

사무실에 각종 라이브 퍼포먼스의 사운드를 감독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알고 보니 경력이 화려하신 분이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벤쿠버 동계올림픽과 상해 엑스포 등의 사운드때문에 출장을 두 번이나 다녀 오시고 

동료들에게 들으니 왕년의 유명한 가수들의 라이브 사운드도 담당하셨더군요.


어쨌든 그 분 덕분에 우리는 단체로 U2 콘서트의 외계인 교신탑 같이 신기하게 생긴 무대의 시설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에 사운드 감독이 친구인데 우리 사무실 애들 구경 좀 시켜주라...그래서

중요한 것은 업무시간을 빼서 낮에 시설물을 구경하고 함께 지급된 티켓으로 저녁때는 공짜로 공연까지 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공연은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자리도 아닌 중간급)

그래서 누구 갈 사람...모집하니 너도 나도 다 간다고 몰려들어 서른 다섯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라이브 공연의 무대 뒷편에 그렇게 엄청난 준비물과 스탭들이 필요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설치된 무대 아래쪽은 그야말로 완전 기지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무대 뒷편을 구경하고 공연 할 때까지 근처 펍에서 밥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누가 U2 팬이냐? 얘길 하니 세상에 놀랍게도 U2 팬이 아무도 없는 겁니다.

서른 다섯명이나 되는 사람들 중에...


저는 U2 노래는 "I Still Haven't Found...(길어서 생략)"와 "Staring at the Sun" 단 두 곡밖에 몰랐고

심지어 단 한 개도 모른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들 회사 째고 공짜 공연 구경하려고 몰려든거죠.

이 밴드의 명성에 비교해 볼 때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어요.


그 중에 너는 아일랜드 사람이니 당연히 U2를 좋아하겠지? 이런 편견에 시달리곤 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사람이 있었는데

본인은 U2를 정말 싫어한다는군요. 그래도 그 사람도 공연을 봤습니다.


실망스러웠던 건 요즘 라이브 공연은 왜 그렇게 음향 출력을 높이는지 귀마개 없이는 도저히 공연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낮에 무대 뒷편에서 스탭들에게 받은 귀마개가 있었는데 무대 바로 앞쪽 VIP 쪽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견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고막이 손상되기에 충분할 만큼 큰 소리였거든요.

공연이 시작되자 다들 귀마개를 끼고 휴대폰에 텍스트로 의사 소통을 했어요.

만약 제가 거금을 들여 표를 샀는데 막상 콘서트에서는 귀마개를 해야만 한다면 화가 날 것 같습니다.


공연중에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를 언급하더군요.

원래 U2가 수치 여사를 계속 지원했었나봐요. 감사한다고 전해왔답니다. 

 

공연 제일 앞 줄의 VIP 자리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각종 NGO 단체에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 나눠준거라고 합니다.


결국 보노는 제가 아는 노래는 단 한 곡도 부르지 않고

10여년 전에 얼핏 들어봤던 "Love Rescue Me"가 그래도 가장 친숙한 노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슈아 트리가 벌써 20년이 넘었군요.

고등학교 다닐 때 제 친구가 열심히 듣던 기억이 나는데 그 친구는 지금 뭘 하는지 궁금합니다.

난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U2의 라이브 공연을 직접 봤는데

새삼 내가 나이를 참 많이 먹었구나 싶기도 하고

사무실에 U2 팬이 거의 없었던 건 다들 나이가 어려서 잘 몰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듣고 싶었으나 보노가 안 불러주었던 노래 "I Still Haven't Found What I am Looking For"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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