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2019.12.24 12:56

chu-um 조회 수:732

얼마전 어디로 갈까님이 직접(!) 창작하신 동화 보셨나요? 저는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그 동화의 주인공은 당나귀도 뻐꾸기도 아니라 그 경연을 지켜보는 동물나라의 관객들이에요. 

누가 더 노래를 잘할까?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동력이 전과 결을 통과하면서 기분좋게 흩뿌려지며 열립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좋은 동화입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692287


제가 소속되어있는 공동체에 어떤 분이 계세요. 공부를 많이 하셨고 계속 공부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항상 옳았고 앞으로도 계속 옳은 말만 하실 듯 합니다. 

그 누구도 그 분의 말씀이 잘못됐다고 반박하지 못했어요. 올곧고 올곧고 올곧은 분이세요. 


그런데 그 분은 소리를 너무 지르십니다.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쓰는 건 아니지만 화를 내세요. 

절대로 양보가 없는 분이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만 평판은 좋지 않으셨죠. 그 분때문에 공동체를 나간 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 분의 삶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단상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꼰대가 될꺼면 옳은 말을 하는 꼰대가 되자.'

'사람이 떠나면 남는건 그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태도'

'옳든 그르든 신념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분은 점점 외롭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 자신은 항상 당당하셨지만 

저는 그 분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떤 마음의 발로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가갔고 깊은 얘기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그래 사람에 우월은 없어. 나도 알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바닥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나도 바닥이 있지만 그걸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속으로 '당신이 바닥이라고 하는 그 기준이 너무 높아요...'라고 되뇌었지만 말로 내뱉진 않았습니다. 




어디로갈까님의 동화처럼 어떤 여유와 유머감각이 필요한 시점같아요. 

이 게시판뿐만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요.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72
110952 조국씨 임명 때 불었던 광풍은 무었이었을까요 [51] Usetheself 2020.01.03 1916
110951 [바낭] 영상편집 어떻게 해야할까요? [9] skelington 2020.01.03 514
110950 [바낭] 게시판 태그 버튼 눌러보셨어요? [5] oldies 2020.01.03 381
110949 [넷플릭스바낭] 인도제 호러 앤솔로지 '고스트 스토리'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0.01.03 847
110948 피터 린치, 이세계물, JTBC 토론에는 누가 나와야 하는가, 기타 등등 [12] 겨자 2020.01.03 948
110947 이런저런 일기...(공정함, 샌드위치) [1] 안유미 2020.01.03 466
110946 [넷플릭스] 메시아 보았습니다 [7] 노리 2020.01.03 2454
110945 연애 이후. [15] 잔인한오후 2020.01.02 1129
110944 오픈북이라고 하니 무슨 토익 온라인시험 같은걸로 착각하는 머저리들이 있는데 [7] 도야지 2020.01.02 1244
110943 [바낭] 서피스 프로7을 써보고 있네요 [13] 로이배티 2020.01.02 3324
110942 대부 가끔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 있으신가요? [21] 얃옹이 2020.01.02 735
110941 스포일러] 노무현의 명복, 새해, 나이브즈 아웃, 다이하드 [20] 겨자 2020.01.02 951
110940 애틋하고 애틋한 천문 [6] woxn3 2020.01.02 668
110939 겨울왕국2와 아모르파티를 뒤늦게 보고(스포있음) 예정수 2020.01.02 342
110938 오늘의 황금 스누피 스티커 (스압) [2] 스누피커피 2020.01.02 364
110937 (바낭) 진중권에 대한 추억 [15] 가을+방학 2020.01.02 1361
110936 JTBC 신년토론 시청 후기 [8] an_anonymous_user 2020.01.02 1215
110935 논리 [2] 타락씨 2020.01.02 444
110934 검찰 '패스트트랙' 기소 [4] 왜냐하면 2020.01.02 455
110933 [궁금증] 라이온킹 실사버전은 왜 이렇게 평이 안좋은 건가요? (김혜리 2019의 영화 목록) [13] 으랏차 2020.01.02 5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