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를 쓴 사내가 고양이를 자루에 넣고 진공청소기를 돌립니다. 고양이는 질식해 죽습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옵니다. 인터넷에서 화가 난 사람들이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이 사내의 행적을 찾습니다. 말보로 담배로 위치를 추적해보지만 힌트가 부족해 고착상태에 있는데, 누군가 제보를 합니다. '고양이를 죽인 건 루카예요.'


이 이야기는 한 편으로는 글로벌한 승전담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캐나다, 런던, 파리, 독일을 넘나드는 추적 끝에 루카는 감옥에 가거든요. 그러면 이들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루카를 추적했는가? 인터넷 상에서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고양이는 건드리지 말라는 게 룰 제로 라고 인터뷰어는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뭉쳐서 끔찍한 동영상을 올린 루카를 추적한 거라고 하지요. 루카는 나중에 준 린이란 남자를 죽이고, 살인 비디오를 올리고, 자기의 신분 정보를 시체 옆에 버려서 경찰이 쫓아옵니다. 유럽에서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습니다.


삼부작으로 된 이 미니시리즈 마지막에서, 고양이 그룹의 여성 인터뷰어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자신들이 한 행적을 돌아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루카에게 놀아난 게 아닐까. 그는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 우리는 루카가 원한 걸 준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괴물을 잡은 게 아니라 괴물을 키운 게 아닐까?


왜냐하면 이 페이스북 그룹은 루카란 남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했거든요. 루카는 무명의 몸파는 남자였어요. 누군가가 제보를 해주기 전에는요. 그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였죠? 다큐멘터리는 답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양이만 죽이던 루카를 런던에서 거의 잡을 뻔 했을 때, 누군가가 신문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다음번에는 사람을 죽일 거야.' 세상이 관심을 줬기 때문에 루카가 사람을 죽인 걸까요, 아니면 관심을 주지 않아도 루카는 사람을 죽일 인물이었을까요? 알 수 없죠. 


게다가 이 페이스북 그룹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어요. 고양이를 죽인 사내를 찾다가 이들은 남아공의 젊은이를 찾아내죠. '당신이 고양이를 죽였나요?' 이 젊은이는 자기가 죽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관심을 받고 싶어서, 혹은 실수로) 하지만 사실은 이 젊은이는 고양이를 죽이지 않았어요.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은 이 젊은이에게 악플을 달고, 이 남아공의 젊은이는 자살해요. 이 젊은이가 우울증 때문에 자살했는지 아니면 악플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죠.


루카의 엄마는 인터뷰에서 이 페이스북 그룹을 비난하고 루카가 무죄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엄마의 주장은 여러모로 허술하지만 들을 점은 있어요. 이 페이스북 그룹은 경찰이 아니고, 루카를 검거한 것도 이들은 아니예요. 이 페이스북 그룹이 없었어도 경찰은 루카를 잡았을 거예요. 왜냐하면 살인범은 증거를 많이 남겼거든요. 마치 잡으라고 하는 것처럼. 


만일 미니시리즈 마지막의 고찰이 옳다면, 이건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 폭탄을 다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떻게 행동할지 가늠이 안되는 사람들. 트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정신이 아픈 사람들. 제목은 고양이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어쩌면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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