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더 넌을 보고왔는데 좀 실망이긴 했어요. 키 비주얼 하나는 제대로 잡힌 수녀악마+수녀원 조합으로 엄청난 공포영화가 나올 줄 알았는데 결과물은 좀 심심해서 말이죠. 하지만 더 넌으로 컨저링버스의 연결성은 강화된 것 같네요.


 지금까지 나온 것들을 종합해보면, 컨저링 월드에는 악마 2체가 계속 돌아다니고 있어요. 하나가 발락, 하나가 아마도 사탄으로 추정되는 애나벨 악마예요. 발락은 포스에 비해선 파워가 약한건지 이리저리 발리기도 하지만 본체의 분령인 뱀을 이용해서 계속 현세에 머무는 게 가능. 그리고 애나벨에 빙의된 악마는 훨씬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는게 십자가 어택에도 당하지 않고 성당으로 들어가려던 노련한 신부를 날려 버리기도 하죠. 


 매 시리즈마다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이 악마 2체가 아마도 컨저링 월드의 최종보스인 것 같아요. 발락은 컨저링2 시점에서 한번 더 퇴치되었고 사탄은 워렌 부부의 창고 안에 아직 있죠. 어쨌든 컨저링 월드의 큰 줄기...목적성을 띄는 이야기는 이 2체의 악마를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닐까 싶어요.



 2.한데 이 부분에서 나름 한계가 있을듯한 게, 스토리 상 워렌 부부가 아직 현역인 시기 안에 발락과 사탄 2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예요. 워렌 부부 자체는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 그들의 활동 시기는 이미 공개되어 있죠. 메인 시리즈인 컨저링의 주인공들에서 다른 퇴마사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좀 이상할 거 같고...흠. 게다가 본가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실화 기반이니,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발락과 사탄을 끼어넣어서 마무리해야 하는 제약도 있고요.


 어쨌든 발락도 사탄도 이미 1편에 등장했죠. 1편에서 워렌 여사가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는 떡밥만 뿌리고 설명이 안 되어서 맥거핀화 되나 했는데 그게 발락과 엮여져 있었던 설정이었고 2편에서 발락과 결판. 애나벨에 빙의된 사탄은 1편의 서브스토리에서 워렌 부부의 딸을 해치려고 했었고요. 다만 사탄은 애나벨에서만 존재를 드러내고 컨저링 본가 시리즈에서는 그냥 애나벨 인형 안에 있는 무언가...정도로만 묘사되고 있죠. 아마 워렌 부부는 애나벨 인형이 얼마나 쎈지 아직 감을 못잡고 있는 설정같고.


 어쨌든 워렌 여사와 발락의 연관성, 그리고 애나벨인형을 계속 조명하는 걸 봐선 워렌 부부가 저 2체의 악마를 확실히 없애버리는 걸로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게 깔끔하지 않을까 싶어요.



 3.더 넌이 만듦새는 좀 별로여도 흥행이 됐으니 속편 제작이 될 듯 하고...다음에는 발락이 포스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이 프렌치에게 농담따먹기를 걸었던 순간 발락의 카리스마는 끝장난 것 같지만. 애나벨2에서도 발락이 잠깐 소환된 걸 보면 현세에 있는 악마들끼리는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 듯한데...컨저링 본가 시리즈에서도 사탄이 슬슬 진면목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앞으로 뭐가 나오든 사탄이 컨저링 유니버스의 끝판대장이 아닐까 싶네요. 설정상 사탄보다 더 강한 놈은 그분(...)밖에 없으니.


 그래도 발락처럼 키 비주얼이 제대로 잡힌 악당은 흔치 않은데...더 넌으로 발락의 주가가 너무 떨어져버려서 유감이긴 해요. 더 넌은 발락을 패배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발락의 주가를 올려주는 영화가 됐어야 했는데. 



 4.휴.



 5.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는데 더넌의 버크 신부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어요. 이 작자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무능해요. 어떻게 저렇게 무능할 수가 있죠? 영화 내내 유능한 짓은 커녕 밥값을 하는 장면이 하나도 안 나오잖아요. 뭔가 자기가 아는 게 나올 때마다 맨스플레인을 하긴 하는데 실전에서는 삽과 샷건을 든 동네청년만도 못한 전투력과 상황판단을 보여주죠. 누가 각본을 쓰든 저렇게 무능한 인물을 굳이 스토리에 끼워넣기도 힘들 텐데. 애초에 저렇게 무능한 인간은 스토리에 필요가 없잖아요? 저렇게 행동하는 캐릭터는 기획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해요.


 물론 버크가 무능하게 묘사된 데에는 메타적인 이유가 있긴 해요. 이게 독립된 공포영화였다면 프렌치 같은 녀석은 초반 공동묘지쯤에서 리타이어됐을 거고 버크와 아이린 투톱체재로 갔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프렌치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활약을 해내야만 했죠. 한데 프렌치가 저런 마굴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만큼 유능한 놈이 되어버린 탓에 버크는 그만 쓰레기가 되어버린 거예요.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버크의 취급은 너무해요. 바티칸의 고위 사제들 앞에서 '이게 절 부를 정도의 일인가요?'라며 거만을 떨던 사나이가 정작 본게임에 들어가니 악마가 던지는 떡밥에 주구장창 낚이다가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돌아오다니. 


 나루토 식으로 말하자면 '버크는 희생된거다...옛부터 이어져온 컨저링버스의 설정놀음...거기에 희생된 거란 말이지.'인 거죠. 제발 다음 컨저링버스 영화에 버크가 나와서 체면치레를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설정상으로는 유능한 미라클헌터고 마지막에 애꾸눈이 된 것도 그냥 넣은 장면은 아닐 것 같으니.


 ...한데 이 시리즈엔 뭔가 있을 법하다가 맥거핀화 되어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지.



 6.'공포 영화를 잘 만드는 녀석은 뭘 만들어도 잘 만든다.'라는 속담을 증명하듯이 제임스완은 뭐든 잘 만들고 있죠. 한데 그 점이 불만이예요. 뭐든 잘 만드니까 공포 영화 만드는 작업을 놔두고 본인은 스타트랙이나 아쿠아맨 따위나 만들고 있잖아요. 공포 영화 찍는 건 그의 부하들하게 맡겨 놓고요.


 왜 불만이냐면 공포 영화는 복싱과도 같거든요. 복싱이 몸으로 하는 체스란 말이 있듯이, 체크메이트를 먹이기 위해선 여러 번의 밑준비가 들어가야 해요. 수준 높은 관객에게 확실한 유효타를 넣기 위해선 다양한 펀치와 스텝으로 밑작업을 해야 한단 말이죠. 한데 제임스 완의 졸개들은 그걸 잘 못한단 말이예요. 그들이 만드는 공포영화를 보면 그냥 대충 예의상 잽 몇번 날리다가 텔레폰 펀치를 날려오는 복서를 보는 것 같아요. 똑같은 점프스케어를 써먹어도 제임스 완처럼 확실하게 빈틈을 만들고 꽃아넣는 명품 점프스케어가 나오질 않아서 유감이예요.

 


 7.어쨌든 이런저런 컨저링버스 영화가 몇개 준비되어 있는 듯 한데...컨저링 3만큼은 제임스완이 직접 찍어 주겠죠. 다음 컨저링버스 영화에서는 버크의 무쌍을 좀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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