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부담 없이 편안한 7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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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제목 달고 근래에 나온 영화가 여러 편이라 검색이 좀 귀찮았습니다. 근데 사이 좋게 싹 다 저예산 영화들이었... ㅋㅋㅋ)



 - 서로 아무 상관 없는 두 여성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주인공 1번 샘은 한적한 고속도로 주유소 매점에서 알바 일을 하는 사람이구요. 나이 30대 후반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본인 인생이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고, 그래서 되게 의기소침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인 듯 하구요. 주인공 2번 에밀리는 뭐... 캐릭터 같은 걸 파악할 시간이 없습니다. 스토킹에 폭력까지 휘둘러 차 버렸던 남자 친구에게 숲속 외딴 산장으로 납치 당해서 살해 당하기 직전이거든요. ㄷㄷㄷ


 그럼 이 둘은 어떻게 엮이느냐. 비록 남자 보는 눈은 없어도 똑똑하고 용기도 있는 에밀리가 어찌저찌 저항에 성공해서 남자 친구를 기절 시키고 도망칩니다. 문제는 이게 정말 광활한 숲속이고, 또 에밀리는 자기 손끝 조차도 흐릿하게 보이는 엄청난 근시인데 몸싸움 와중에 안경이 박살났어요. 기댈 구석이라곤 용케도 챙겨 갖고 나온 핸드폰 하나인데, 911에 연락했더니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서 한 시간은 걸릴 거라 그러고. 그러다 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박살나서 터치도 잘 안 되구요. 또 요즘 디지털 세대답게 외우고 있는 남의 번호도 하나 없어서... 통화 기록을 아무 거나 마구 건드려서 아무한테나 전화를 걸었는데 그게 샘에게 연결이 되는 겁니다. 왜 샘이냐구요? 한 일주일쯤 전에 샘이 번호 하나를 잘못 눌러서 실수로 에밀리에게 전화를 걸었나봐요. 당연히 바로 끊었는데 그게 이렇게 되어 버린 거죠. ㅋㅋㅋ


 그래서 에밀리가 샘에게 부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눈이 되어달라는 겁니다. 화상 통화를 걸어줄 테니 니가 폰에 비치는 장면을 나에게 설명해달라. 난 거기 의존해서 도망치겠다. 니가 날 버리면 난 그냥 죽는다. 당연히 샘은 엄청난 부담감에 벌벌 떨면서도 마지못해 오케이 하겠고... 뭐 그런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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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영화 내내 둘은 만나지 않고 그냥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뭐 그런 아이디어구요.)



 - 아이디어는 좋습니다. 일단 신선해 보이잖아요? 인생에 접점이라곤 없는 두 여인이 화상 통화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각자가 처한 치명적 위협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라니. '서치'처럼 하이테크를 활용해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릴러가 되는데, 디테일들을 적절히 넣어 준다면 신선한 느낌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겠죠. 게다가 두 여성이 모두 동양계라는 부분도 시류에 잘 맞으며 드라마를 짜 내기에도 좋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모로 요즘 시국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들이 많아요.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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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두 주인공을 동양계 여성들로 설정했다... 는 부분에서 떠오르는 그 생각 그대로 감독을 맡으신 분도 동양계 여성이십니다만. 각본은 남자분 둘이 썼네요. 의외!)



 - 아마도 각본을 쓰신 분들께선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건 먹힌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셨던 것 같아요. 무슨 얘기냐면, 이게 참 격하게 말이 안 되거든요. ㅋㅋㅋ 아이디어야 좋아 보이죠. 근데 이걸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장편 영화 한 편 분량으로 짜내는 건 아주 힘든 일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건장한 남자가 차 몰고 총까지 들고 잡으러 다니는데 앞이 거의 안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 화상 통화를 무기로 그걸 이겨낸다구요. 영화 내내 아슬아슬하게 도망 다니는 이야기라면 모르겠지만 그럼 재미가 없을 거고. 그래서 영화 속에서 에밀리와 사이코 전남친은 여러 차례 마주쳐서 물리적으로 부딪혀요. 근데 여기에 화상 통화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영화 속에선 계속해서 무리수가 꽃을 피웁니다만. 그래서 아까 말한 대로 '각본가님이 이 아이디어가 너무 맘에 들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이렇게 무리수를 펼쳐가면서까지도 어떻게든 그 아이디어를 살리고 싶었던 거죠. ㅋㅋ 또 다른 면을 생각하자면, 이런 각본에 투자해서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들 역시 그 아이디어에 되게 꽂힌 것 같은데. 블룸하우스 영화입니다. 그럼 그럴만도 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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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분이야 처한 상황 자체가 극단적인 위기 상황이니 괜찮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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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 한 주인공은 어쩔 셈인가... 라는 게 초반에 궁금했는데. 결국 무리수를 두더라도 이 분도 위험에 빠트리는 쪽으로 가요.)



 - 영화의 또 한 가지 문제는 주인공 둘의 밸런스입니다. 그러니까 한 명은 완전히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처절하게 싸우고 있잖아요. 근데 다른 한 명은 한가한 직장에 처박혀서 통화만 하고 있다? 그럼 안 되죠. 그래서 영화는 샘을 위해 참으로 격렬하고도 살벌한 고난을 계속해서 만들어 던져주는데요. 음... 손님도 거의 없는 외딴 고속도로 주유소 매점에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뭐가 있겠습니까. 결국 이쪽 스토리 또한 무리수가 만발하고. 그래서 클라이막스 즈음까지 가면 '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좀 많이 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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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 & 가난함으로 승부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얼굴이 익숙하지 않나요? '갤럭시 퀘스트',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유명한 영화에도 많이 나오신 경력직 배우님 '미시 파일' 님이십니다.)



 - 그런데 뭐. 어쨌든 각본을 참 열심히 썼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무리수이지만 어쨌든 앞뒤는 맞게 이야기가 이어지구요. 한 순간도 편안할 틈 없이 양쪽이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구요. 뭣보다 두 주인공 캐릭터가 다 괜찮습니다. 각자 봐도 괜찮고 둘이 가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주고 받는 대화로 서로를 지지해주고 또 서로 의지하면서 생기는 드라마도 보기가 좋구요. 거기에 덧붙여서 살짝 반칙으로, 워낙 의도가 정의롭고도 선량한 이야기 아닙니까. ㅋㅋㅋ 이런 아름다운 의도에 적당히 좋은 캐릭터들이 결합이 되니 이야기의 무리수를 살짝 눈감아가며 보게 되는 효과가 있더군요. 물론 반칙이고, 저 말고 다른 분들도 저처럼 관대해질 수 있을까... 라는 부분에서 좀 회의적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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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짤 화질이 구린 겁니다. 영화 속 연출 같은 거 아니구요. ㅋㅋㅋ)



 - 간단히 결론을 내겠습니다.

 딱 티비용 단막극에 알맞은, 그것도 앤솔로지 시리즈의 에피소드 하나 정도에 알맞은 이야기를 살짝 부풀려서 장편 영화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매력적이긴 하나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갖고 무리수를 꽃피워가며 가까스로 완성한 이야기... 라는 느낌이 역력하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겠구요.

 하지만 캐릭터와 드라마, 그리고 매력적이며 정의로운 설정이 취향에 맞는 관객이라면 관대한 맘으로 즐길 수는 있을 정도. 딱 그 정도의 완성도와 노력은 보이는 작품이었고 전 운 좋게(?) 그 조건에 부합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재밌게 봤거든요. ㅋㅋㅋ 하지만 남들에게 추천하겠냐고 하면 글쎄요. 동양인 여성들이 다 해먹는 스릴러가 보고 싶다면 아주 소심하게 추천하구요. 이야기의 개연성 많이 중시하는 분들은 그냥 피하세요. 그 쪽으론 정말 어떻게도 쉴드를 칠 수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ㅋㅋ




 + 스포일러는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에밀리와 샘의 목표는 전남친을 해치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경찰이 에밀리를 찾아낼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안 잡히고 버텨내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 빌런님은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에밀리를 개무시하기 때문에 자꾸 스스로 빈틈을 만들구요. 대충 이렇게 틀을 잡고 이야기를 합리화하려 합니다만... 그래도 잘 안 먹혀요. 대표적으로, 에밀리는 왜 음성 비서를 쓰지 않는 겁니까. ㅋㅋㅋ 게다가 빌런은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니라 널 죽이고 난 시침 뚝 떼고 살아남겠다는 쪽이니 인스타 라이브만 한 판 때려서 남자 친구 얼굴 보여주면 사건 종료가 가능한데... 음. 뭐 이런 건 넘어가구요.


 암튼 에밀리는 정말 런닝타임 내내 온몸에 상처를 늘려가며 개고생을 합니다. 언덕에서 구르고, 절벽에서 (물로) 떨어지고. 중간에 몇 번은 붙들려서 두들겨 맞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와중에 샘은 본인 핸드폰의 충전기가 망가지는 바람에 어쩔줄 몰라하다가 그때 핸드폰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던, 자기에게 개진상을 부리던 중인 인종 차별 갑부 아줌마의 핸드폰을 빼앗아서 계산대 부스에 처박혀 버틴다... 는 괴이한 선택을 하면서 스스로 재앙을 불러 들이구요. 또 우리 진상 아줌마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셔서 바로 권총을 뽑아 들고 난리를 치다가 막판엔 자동 화기를 든 남편까지 불러다 매점에서 총을 쏴대고 정말 별 짓을 다 합니다. ㅋㅋㅋ 이런 식으로 위기를 만들어가는데요.


 결국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헤매고 헤매다가 빈 헛간을 발견한 에밀리는 샘의 인도대로 거기 들어가 처박히구요. 화상 통화로 농약 뿌리개를 발견한 샘의 제안으로 구석에 숨어 있다가 딱 의도한 위치에 빌런이 서는 순간 샘이 신호를 보내고, 에밀리는 빌런의 얼굴 쪽으로 농약을 살포하며 달려들어 2층에서 바닥으로 처박아 버려요. 아마도 죽은 듯 합니다. 그리고 그때 딱 좋게 그 곳에 경찰이 도착하는데... 샘이 일하는 매점에도 동시에 경찰이 도착해서 샘을 연행해 갑니다. 하지만 에밀리를 살려냈으니 완전 씐나는 표정으로 진상 고갱님에게 훡유를 날리며 경찰차에 타는 모습이 참으로 해맑기 그지 없었네요.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듯 합니다. 아마도 샘은 나중에 사정을 알게 된 경찰과 사법부 쪽에서 죄를 면해준 것 같구요. (뭐가 어쨌든 고갱님의 폰을 강제로 빼앗고 농성을 했으니 ㅋㅋ) 매점 알바는 그만두고 늦게나마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겠다고 용기를 내서 대학에 진학을 했다... 라는 얘길 에밀리에게 영상 통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에밀리가 물어봐요.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너는 나한테 잘못 전화했을 때 어디에다 걸었던 거니? 샘은 잠시 망설이다 '피자 시키려고 그랬지'라고 답을 하고 통화를 끝내는데. 그러고서 차에 있던 명함 하나를 길바닥에 버리는데 거기 적혀 있는 건 자살 예방 센터 전화 번호였어요. 


 ...에서 끝나는 척 하다가 크레딧과 함께 영상이 좀 더 나옵니다. 결국 그 둘이 만나서 세상 둘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바닷가를 거닐고 대화하고, 웃고 또 웃고. 그런 모습을 한참 보여주다 엔딩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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