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온 드라마네요. 에피소드 열 개에 편당 30분 남짓이라 금방 볼 수 있었습니다. 결말 & 범인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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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를 한 방에 이해시켜주는 좋은 포스터네요. 고풍스런 퍼즐 미스테리 & 코미디.)



 - 뉴욕의 고급 아파트입니다. 이웃과 별 왕래가 없는 주민 넷이 우연히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잠시 후 그 중 한 명이 죽습니다. 경찰이 찾아와선 광속으로 자살 판단을 내린 후 떠나지만, 하필 그 넷 중 셋은 실제 살인 사건을 다루는 팟캐스트 매니아들이었던 거죠. 그래서 각자 뭘 좀 파헤쳐보겠답시고 사람 죽은 아파트 주변을 알짱거리다가 서로 마주치고. 어쩌다 모두 같은 팟캐스트의 팬이라는 걸 알게된 세 사람은 신이 나서 사건(?)에 대해 떠들다가... 그 사람이 자살할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에 나섭니다.

 30년 묵은 형사 드라마를 원 히트 원더로 두고 늙은 퇴물 배우, 기획한 작품들 족족 말아먹고 백수 된지 수십년인 연극 연출자, 그리고 그냥 잉여 젊은이라는 조합으로 멀쩡한 수사가 될 리는 없겠습니다만 다행히도 드라마의 신께서는 이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기회를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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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엘리베이터. 선명하게 잡히신 분이 곧 돌아가실 분이구요.)



 - 아는 사람이 '디즈니 플러스에도 스타워즈, 마블, 디즈니 애니메이션 말고도 재밌는 거 있다능!'이라면서 등 떠밀다시피하며 반복 추천하길래 한 번 봤어요. 워낙 짧기도 하고, 또 제 개인적인 '아직도 살아 계셨네?' 배우가 둘이나 나오구요. 게다가 구식 퍼즐 미스테리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구미에 맞을 것 같았죠. '엔젤스 인 아메리카'처럼 무거운 시리즈를 본 직후이니 맘 편히 가볍게 볼 수 있어 보이는 요 시리즈가 무척 땡기기도 했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게 봤구요. 다만 그렇게 막 엄청나게 훌륭했냐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 정도였네요. ㅋㅋ 참고로 로튼토마토 100%에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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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세 분이 주인공입니다. 스티브 마틴, 마틴 쇼트, 셀레나 고메즈.)



 - 간편하게 최근에 비슷한 장르로 큰 성공을 거뒀던 '나이브스 아웃'과 비교를 한다면 이렇습니다. 퍼즐 미스테리 쪽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요. '나이브스 아웃'에는 미스테리가 있고, 그걸 진짜 탐정이 나타나서 (사실 그게 제일 괴상한 부분이지만 ㅋㅋ) 제대로 파헤치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밝혀낸 진상도 짜임새 있고 반전도 있고요. 요 드라마의 경우엔 그게... 일단 사건의 진상도 좀 많이 엉성하구요. 그걸 파헤칠 사람들이 다 좀 모자란 양반들이다 보니 수사와 추리는 주로 운과 우연에 의지를 합니다. 시청자들에게 힌트를 주면서 페어 플레이를 하는 방식도 전혀 아니구요. 그러는 가운데 또 그 진상이 많이 뻔한 면이 있어요. 아마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지막 직전까지 범인을 눈치 채지 못하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ㅋㅋ 그러니까 '제대로 된 퍼즐 미스테리' 같은 걸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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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탐정님들 상태가 이러하니 큰 기대를 하는 쪽이 잘못입니다?)



 - 그럼 장점이 뭐냐... 라고 하면 그냥 세 잉여 탐정들의 캐릭터와 거기에서 뽑혀 나오는 드라마입니다. 폭삭 늙고 인생 실패(?)한 채로 고독하고 무기력한 여생을 보내던 스티브 마틴과 마틴 쇼트 노인네 둘이서 이 사건을 통해 활력을 얻고 수십년을 접어뒀던 '관계 맺음'을 해내는 모습들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훈훈하고 쏠쏠하구요. 젊은이 & 여성 티오로 들어가는 셀레나 고메즈 캐릭터가 이 주책맞고 사회성 떨어지는 노인네들 커버해주면서 본인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사실 좀 가볍게 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보기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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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맥널티 애인께서 뙇!!! ㅋㅋ 이것도 반가운 우연의 일치네요.)



 - 그리고 퍼즐 미스테리로서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퍼즐 미스테리'풍'의 분위기는 상당히 근사하게 잘 깔아줍니다. 배경은 현대지만 아무리 봐도 100년은 묵은 듯한(...) 아파트의 고풍스러운 풍경도 좋구요.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하나 같이 다 퍼즐 미스테리 전성기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 같은 차림새와 외모와 생활 양식을 보여주거든요. 팟캐스트 설정 없애고 등장 인물들 손에서 핸드폰만 뺏어 버리면 최소 수십년 전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놨더군요. 뭐 장르와 어울려서 좋았구요.


 주연 할배 둘을 맡은 배우들만 봐도 아시겠지만 코미디가 강합니다. 그리고 이 할배 두 분 덕에 내내 허허실실 웃겨요. 사실 '엄청' 웃기진 않는데요. 그래도 꾸준히 피식피식 정도로는 웃으며 보다가 마지막 화의 몇 장면에선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두 할배 나이가 일흔을 가볍게 넘기셨는데 아직 정정하시고 좋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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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배님들이 주인공인 시리즈라 그런지 개그는 가볍게 맛만 보여주시는 특별 출연 티나 페이님.)



 - 그래서 결론은 뭐... '로튼 토마토 100%!!!' 같은 평가는 잊고 그냥 가볍게 보기 좋은 퍼즐 미스테리'풍' 코믹 스릴러입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진범이 밝혀지는 부분은 좀 어둡지만,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임에도 대체로 귀엽고 웃기고 즐겁구요.

 디즈니 플러스에 덜컥 가입은 해놨는데 볼 게 없어서 돈 아깝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드려요. 이 정도 완성도의 시리즈가 더 자주, 더 많이 나와서 차곡차곡 쌓인다면 디즈니 플러스도 수년 안에 꽤 좋은 서비스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겠죠. 그 동안 넷플릭스가 가만히 있진 않겠습니다만. 




 + 본문에 적을 내용을 깜빡했는데. 주인공들의 상상이나 성격 같은 걸 좀 환상적인 느낌으로 보여주는 연출들이 자주 나옵니다. 사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중간에 한 에피소드,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소리 없이 진행되는 에피소드는 나름 인상적이었어요. 그냥 제가 이런 걸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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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나는 워너의 애니메이션 스타님들!)



 ++ 아. 결말은 클리프행어입니다. 근데 제가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어쨌거나 시즌 1의 사건은 완전히 마무리를 짓고 끝냈기 때문이죠. 사건 다 끝난 후에 갑작스럽게 시즌 2용 사건이 터지면서 끝이 나요. 다행히도 시즌 2는 확정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미 추가 캐스팅까지 발표되었더군요.



 +++ 여기에도 'Every Breath You Take' 노래 가사에 대한 노땅들의 찬사와 젊은이의 디스가 나옵니다. 사이코패스 스토커 노래 아니냐!!! ㅋㅋㅋ 그러고보면 이미 20세기에 '그 노래 가사 변태 같아서 싫어'라고 일갈하셨던 제 누님은 정녕 시대를 앞서갔던 감수성의 소유자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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