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나왔습니다. 장르는 코미디/환타지구요. 에피소드 7개에 런닝타임은 각각 30여분 정도에요. 초반 전개 관련 이야기는 조금 밝히겠지만 중요한 스포일러는 안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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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샤 리온이 무한 증식해버린 세상을 그린 아포칼립스물.... 같은 건 아니겠죠. ㅋㅋㅋ)



 - 저번 시즌에서 깔끔하게 끝난 이야기라 시즌 2는 뭔 얘길 하려나... 했는데. 장르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이게 원래 타임 루프 이야기였잖아요. 이번엔 시간 여행이에요.

 저번 시즌의 이야기가 끝나고 3년이 흘렀는데요. (극중 시간과 현실 시간을 대략 맞춘 거죠) 이후로 우리의 주인공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본인 판단에 본인 인생은 여전히 쉣인 거죠. 저번에 함께 여행(?)했던 알렌은 그냥 '원래 그런 게 삶이에요. 전 받아들이고 잘 살고 있어요' 라지만 주인공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 다시 본인의 생일을 앞둔 며칠 전, 밤 늦게 뉴욕 지하철을 타고 전 시즌 레귤러였던 한국계 친구놈을 만나러 가려는데... 전철 칸 사람들이 좀 이상합니다? 처음엔 뭔 플래시몹 하는 사람들인가... 했는데 당연히 아니구요. 다음 역에서 내리고 보니 때는 바야흐로 1982년. 딱 떨어지게 40년을 시간 이동해 버린 것이고, 황당 신기한 맘에 동네 마실 다니는데 이상하게 자기한테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있어요. 넌 대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따지다 거울을 보니 오 마이 갓. 내가 내가 아니라 내 엄마가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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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은 사연으로 인해 이번 시즌에는 클로에 세비니의 비중이 조금 늘었습니다. 아주 조금만요.)

 


 - 타임루프는 생각해보면 참으로 종교적인 장르입니다. 이 넓은 우주에서, 그 많은 생명체들 중에 단 하나를 콕 찝어서 무한 반복 뺑뺑이를 시킨 다음에 '도덕적 & 인격적 성숙'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미션을 클리어하게 도와주잖아요. 이런 걸 가능케 하는 능력, 선정 과정(?), 숙제 검사를 통한 마무리... 모두 다 저 하늘 어딘가에 '절대자'가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엣지 오브 투모로우'처럼 SF 설정을 갖다 붙이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극소수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 장르 '유행'의 원조격인 '사랑의 블랙홀'이 처음부터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만들어진 건 상당히 통찰력 있는 게 아니었나... 싶구요.


 암튼 이 '러시아 인형처럼' 역시 그런 종교적인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시간 여행물입니다. 타임 루프였던 첫 시즌도 그랬지만 그게 시간 여행으로 교체된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나디아(나타샤 리온)의 시간 여행은 '백 투 더 퓨쳐'처럼 본인 맘대로 조정되는 게 아니거든요. 대충 수단이 존재하고 할 지 안 할 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지만 일단 '간다!'라고 결심하면 시간 여행의 목적지는 하늘의 뜻이며, 그건 당연히 나디아의 성장과 연결이 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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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에서 비중 있던 캐릭터들도 당연히 다시 나옵니다. 한국계라서 더욱 반가운 그레타 리씨!)



 - 영문 모르고 타임 루프를 거듭하다 자연스레 성장과 극복으로 이어지던 시즌 1과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나디아는 이미 타임 루프를 겪었고 그 결과 자기가 아주 조금은 정신 차리게 됐다는 걸 충분히 의식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찾아온 시간 여행을 겪고 나선 곧바로 '그래, 이건 내 망한 인생을 바꿔 볼 두 번째 기회야!' 라고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요. 그러고보면 타임 루프에서 시간 여행으로 변화를 준 건 적절한 선택이겠습니다. 타임 루프는 끽해야 본인 혼자 반성하고 정신 차리는 정도가 한계지만 시간 여행은 과거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그 시간 여행은 씐나고 즐겁고 뭐 일이 술술 잘 풀리고...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멉니다.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빙의되는 나디아의 엄마는 중증 정신 질환 환자였고, 가족 상황도 개판이었으며 일생이 그냥 꿈도 희망도 없는 불행과 불운의 연속이었다는 걸 이미 시즌 1에서 간략하게 보여줬잖아요. 거기에다가 그 몸에 들어가 뭘 바꿔보겠다는 나디아 조차도 애시당초 그다지 믿을만한 구석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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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디아의 사실상 대모 루스의 젊은 시절... 인데 간지는 둘째치고 키 차이가 후덜덜하군요.) 



 - 그래서 시즌 2의 이야기는 '삼대' 비슷한 제목을 붙여 주고 싶게 흘러갑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여성 3대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빡세게 지지고 볶는 거죠. 그 과정에서 나디아는 쭉 그냥 일생의 원수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본인 할머니와 엄마에 대해 새로운 걸 알게 되구요. "그 양반들 참 짜증나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엄..." 하고 아주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게 되구요. 뭐 이런 식으로 철이 드는 이야기에요. 그냥 시간 여행만 하는 게 아니라 굳이 엄마의 몸 속에 들어가야 했던 게 이런 이유였던 것. 직접 겪어 보라는 거죠. 참으로 상냥하신 조물주님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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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완전 새로운 캐릭터도 나옵니다만. 이게 뉘신지는 스포일러라서 생략!)



 - 뭐 됐고 그럼 재미 면에선 시즌 1에 비해 어떠냐... 는 게 중요하겠죠.

 그게 좀 애매합니다. ㅋㅋ 일단 시즌 2는 시즌 1에 비해 이야기가 복잡하고 무거워요. 시즌 1도 마냥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시즌 2가 더 진지하고 무거운 편입니다.

 취향의 문제로, 3대에 걸친 여성들의 기구한 삶과 기적적인 이해와 연대... 같은 이야기. 혹은 시궁창 같은 본인 인생을 돌이켜보며 빡센 번뇌 끝에 조금 더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어른스런 이야기... 같은 걸 진중하게 풀어가는 걸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시즌 2가 더 맘에 드실 수 있겠구요. 씩씩 발랄한 톤의 유머가 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즌 1에 비해 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제 취향은 후자라서 이런 묵직한 전개에 많이 당황하고 우려하면서 봤습니다만. 다행히도 우리에겐 나타샤 리온님이 계십니다. 거의 런닝타임 내내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 어떤 상황에도 깜짝 놀라지 않으며 걸걸한 목소리로 썩은 드립들을 날려대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시즌 1에서나 시즌 2에서나 모두 이 시리즈의 핵심이고, 시즌 2에서도 그 면모는 여전해요. 그래서 궁서체로 진지한 전개 속에서도 슬쩍슬쩍 웃을 기회는 줄어들지 않구요. 시즌 1을 주인공의 캐릭터 쇼로 생각하고 즐기신 분들은 걱정 말고 시즌 2를 보셔도 됩니다. 그 씩씩함과 뻔뻔함, 그리고 유머 감각은 어디 보내지 않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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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드라마에남자도나와요나오긴해요나오기만합니다.jpg)



 - 아. 알렌 얘기를 까먹을 뻔 했군요.

 시즌 1에서 중간에 튀어 나와 주인공의 타임 루프 메이트 역할을 해줬던 우리 알렌찡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중간에 튀어나와 여전히 시간 여행을 겪지만 여전히 공동 주연은 아니고 조연 역할에 머물고요. 사실 시즌 1에서보다 오히려 비중은 더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도 비중 있는 남자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는 건 좀 그렇지?' 라는 느낌으로 선정된 '단 한 명'이 아닌가 하는 느낌.

 심지어 이 양반은 시간 여행을 할때... 음... 뭐 그렇거든요. ㅋㅋㅋ 이건 살짝 스포일러 같아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타임 루프에서 시간 여행으로 소재를 바꾸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주인공 본인, 그리고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까지 성찰하는 좀 더 진지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첫 시즌보다도 훨씬 더 '여성'에 강려크하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되었는데. 딱히 남성들을 빌런으로 내세우고 그런 건 아니니 혹시 그런 데 좀 민감한 분들이라도 부담 없으실 거에요. ㅋㅋ

 3년의 세월 후에 찾아온 시즌답게 이야기에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나는 괜찮은 드라마입니다만. 첫 시즌보다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다는 거.

 하지만 어차피 첫 시즌 재밌게 보셨다면 이것도 보실 거잖아요? 에피소드 다 해봐야 시즌 통틀어 세 시간 반 밖에 안 되는 짧은 이야기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얼른 보고 해치우시면 되구요.

 혹시 시즌 1을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시길. 다른 거 다 떠나서 우리 나타샤 리온님의 '나디아' 캐릭터 하나 때문에라도 놓치긴 아까운 시리즈에요. 하하.




 + 위에 올린 짤로 이미 눈치 채신 분도 계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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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스의 젊은 시절은 아마존 시리즈 '케빈 너는 아웃이야!'의 애니 머피가 맡았습니다.

 참 반갑기도 하고 연기도 좋았지만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요.

 그러니까 어서 시즌 2를 내놓아라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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