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 국어를 하는 것은 로맨틱한가.

2012.09.22 00:29

점례 조회 수:7241

어릴 적에 일본 만화를 보거나 소설을 보다 보면, 아시아인 주인공이 유럽언어를 유창하게 말해서 타인이 그것에 찬사를 하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보통 '와- 불문 책을 읽다니' '와-독어를 좔좔 하네'같은 찬탄의? 멋있게 느껴지는? 지성의 상징인 것 같은 톤에서 묘사가 되어 있었어요.

(위에서 제가 일본이라고 콕 집었지만 특별히 일본인이 이렇고 저렇고 해서가 아니고, 제가 어릴때 본 만화가 거진 다 일본 만화라 그렇습니다.)

 

여튼 뭔가 외국어, 특히 유럽언어를 말한다는 것이 지성이나 간지의 상징인 양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었고, 또 저는 한국인도 여기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영어 잘 하는 사람을 멋잇게 봅니다.

 

아마, 워낙 다른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요. 저는 유럽에 대해서 제한적인 경험밖에 없지만서도,

적어도 제가 만난 유럽인들은 젊은 세대에 속해 있거나 화이트칼라 계층에 속해 있는 경우 3,4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했어요.

그것도 그렇지만, 거기에서 더 놀라웠던 건 그들이 그것을 전혀 특별한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점이었어요.

'나는 독일어 해'를 '나 포토샵 쓸 수 있어'처럼 기능의 하나로써만 생각하고, 한국처럼 그것을 어떤 대단한 지성의 상징이나

뛰어난 성취의 하나로써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어 능력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조정을 하는 것처럼

개인의 취미 생활 중 하나인 것인 양 치부하는...어떤 사람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어떤 사람은 스페인어를 말하는 그런 정도의.

 

그에 더해 어느 나라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준도 대단히 다른 게 신기했어요.

 우리 나라는 영어를 '잘 한다' '못 한다'는 식으로 분류하잖아요? 그런데 그쪽 사람들은 '네가 영어를 말할 수 있다면 네가 영어를 말한다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골때리는게 '하기는 할 수 있는데 잘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하면 잘 이해를 못 하더군요.

유창fluently하게 못 할 수 있잖아.하면 '음... 그 나라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지 않았다면 그리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유창 fluently하지 않은 것이 자연스럽겠지?'하고 대답함.

 

남의 나라 말 하는 걸 뭔가 멋잇고 그럴듯한 것처럼 적은 양인의 책은 딱 한권밖에 못 봤는데 역시나 미국인입니다-.-

아실 만한 분은 아실 랜달 게릿의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라고... 

 

하지만 제가 뭐 유럽 유럽 해도 한가지 말밖에 못한다고 대륙의 비웃음을 사는 자들이 있었으니...이름하여 영쿡인이라고...

잉글리들이 끈질기긴 끈질긴가봐요 뭐 애들 말을 들어보니까 영어 말고는 뭐 그냥.... 스페인어를 조금 한다는 거 같은데

(전 영국인이랑 깊게 상종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슴다) 들은 말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제2외국어 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언어를 배웠는데 왜 말을 못하냐고 대륙인들이 순진하게 물어보면 붕괴된 공교육 핑계를 댄데요. 그럼 그게 먹힌다고.

 (저는 여기에서 '공교육이 붕괴되지 않았으면 학교에서 공부한 걸로 언어를 마스터하는 것이 정상이란 말인가 하고 또 좌절)

 

이런 농담도 있더라구요. 세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트릴링궐. 두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바이링궐.

 한 나라 말만 하는 사람은?  낫 모노링궐. 밧 잉글리시-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0
124547 지금 진행 중인 윤창중 쇼...는 끝났고 기자회견 전문 추가 [38] 로이배티 2013.05.11 7243
124546 광수 사장의 무식 [32] 감자쥬스 2012.08.01 7243
124545 핵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인 것 같군요. 일단 트위터에서도 무지하게 알티됐던 뷰스앤뉴스의 내용이 누군가의 훼이크란 이야기도 도는데요. [11] nishi 2011.03.16 7243
» 3.4개 국어를 하는 것은 로맨틱한가. [79] 점례 2012.09.22 7241
124543 어떤 영화평론가의 "다운로드도 되요. 비밀!" [33] nixon 2013.05.02 7240
124542 나탈리 포트만 디올 [14] magnolia 2012.10.11 7240
124541 박시후 공식입장 나왔네요. [8] maijer 2013.02.19 7239
124540 벚꽃엔딩... 노래가 너무 심하게 촌스럽네요. [20] 오늘은 익명 2013.04.01 7239
124539 입원 권유 [39] 에아렌딜 2014.05.27 7238
124538 박시후 후배와 고소인의 카톡 전문. [7] 자본주의의돼지 2013.03.08 7237
124537 fermata 님은 다시 사과하길 바랍니다. [1] 조국 2011.09.14 7237
124536 강용석, 이제는 박원순 시장의 딸의 전과의혹을 파헤칩답니다. [36] chobo 2011.11.13 7236
124535 오늘자 '냉장고를 부탁해'는 후폭풍 장난 아닐것 같은데요.. [17] 수지니야 2015.06.09 7235
124534 [기사펌]우결 이준 심경고백글 논란 [23] 시민1 2013.01.23 7235
124533 지현우 성공 [36] 달빛처럼 2012.06.18 7234
124532 일본 '센다이 해변'에서 2~3백명의 시신 발견 [26] chobo 2011.03.11 7234
124531 모 어린이집의 행태에 화가 납니다 [35] 키키타카 2013.06.13 7232
124530 그런데 진짜 DJUNA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7] Tara 2010.06.03 7232
124529 만원 이하 센스 있는 선물 경험담. [7] 자본주의의돼지 2010.12.06 7230
124528 전지현, 차태현, 박경림, 정주영, 김대중, 김정일, 스머프, 김춘삼의 공통점은? [1] chobo 2012.06.05 72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