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작이지만 한국엔 1996년에 개봉했었죠. 런닝타임은 3시간 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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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대가족이라면 최소 이 정도는 되어야!! 하녀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요. ㅋㅋ)



 - 원래 티비 시리즈로 방영되었던 것이고 그래서 5시간이 넘는 분량의 작품을 극장 상영용으로 짧게 편집한 게 이거라죠. 그래서 도입부 소개 같은 건 관두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깁니다.

 배경은 1907년의 스웨덴이고. 제목은 '화니와 알렉산더'지만 화니는 비중이 적고 주인공은 대놓고 알렉산더라는 10대 소년이에요. 집은 잘 삽니다. 아니 이 정도 표현으론 많이 부족하군요. 아주아주아주아주 잘 사는 갑부집 장손이에요. 이런 영화들에 나오는 '대저택'들 중에도 단연코 매우 상위권인, 거의 궁전 수준의 집에서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네요.

 대대로 극장을 운영하며 직접 연극을 기획하고 연기하는 창작자 집안 자식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식구들은... 대체로 거의가 어딘가 나사 빠진 데가 있고 좀 모자란 느낌이지만 그래도 싹 다 선량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모두모두 행복 유쾌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대략 한 시간 반이고, 이후에 알렉산더가 화니와 함께 겪는 격렬한 고난이 대략 한 시간 남짓 정도. 그리고 그 모든 게 해결되고 마무리 짓는 데에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분량이 할애되고... 뭐 그런 식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기본적으로는 소년 알렉산더의 성장담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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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시선을 확 끌어주는 장면인데요. 왜 그런지는 안 알랴드립니다. 사실 별 건 아닌데, 그냥 직접 보시죠. 3시간 8분!!! ㅋㅋ)



 - 이 또한 나름 사연이 있는 영화입니다. 제가 대학생 때 영화 비평 동아리... 간판을 달고 매주 보여서 비디오 하나 본 다음에 술 먹으러 가는 동아리 활동을 했거든요. 당시 트렌드에 맞춰 누벨 바그 영화를 맹렬히 달리곤 했었는데, 이 동아리 구성원들의 실상은 그저 술 잘 사주는 착한 선배들의 유혹에 속아 발목 잡힌 젊은이들이었을 뿐이고 그래서 '400번의 구타'를 보고서 '왜 400번을 때리지 않는 걸까'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는 그런 모임이었습니다. ㅋㅋㅋ

 근데 96년에, 영화 개론서와 잡지들이 추앙하는 전설의 레전드,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가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명색이 영화 비평 동아리인데 이런 작품은 당연히 극장에서 봐야 하지 않겠냐!' 며 날을 잡아 다 같이 보러 가기로 했는데, 당일 날 갑자기 동아리 회장에게 삐삐가 쏟아진 거죠. 이런 일이 생겼다, 저래서 못 간다, 아이고 형 정말 죄송한데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좌절한 선배님들은 이미 일찍 나와 있던 후배들에게 '야, 우리 걍 술이나 먹으러 가자' 라고 했고. 결국 제가 이 영화를 본 건 한참 후에 비디오 테이프로였어요.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자세힌 안 떠오르지만, '이 정도면 그냥 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부분은 분명히 기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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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왕족 정도 나오는 이야기 아니면 이렇게 호사스럽게 잘 사는 주인공네 가족은 거의 처음 본 느낌입니다.)



 - 이런 전설의 거장이 남긴 세계 명작... 류의 영화를 요즘 잘 안 보는 이유는 듀게에 뻘글 남기는 습관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제가 식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뭐 대단한 분석을 할 것도 아니구요. 또 이런 영화들에 대한 해석이나 분석 같은 건 조금만 검색 해보면 말 그대로 '프로'들이 세세하게 디벼 놓은 게 숱하게 나오니까요. 차라리 걍 무난한 장르물이나 보고 제 멋대로 떠드는 쪽이 할 말도 많고 훨씬 편하죠. ㅋㅋ 

 근데 뭐, 그냥 봤습니다. 보긴 봤다지만 워낙 기억 저 편으로 말끔하게 사라져 버린 영화여서 한 번 더 봐도 괜찮겠다 싶었고, 마침 왓챠에도 있었고, 마침 바로 전날 '숏컷'으로 세 시간짜리 영화를 봤으니 한 번 더 못 보겠냐!! 하고 봤죠.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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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많은 식구들이 이렇게 손에 손을 잡고 온 집안을 행진하고 다닐만큼 집이 커요. 우리 집에는 일단 그만한 인원 입장이 안 ㄷ....)



 - 제가 할 수 있는 참으로 심플한 평 아닌 평을 하자면. 거장의 마스터피스!!! 라는 부담스런 수식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봐도 재밌는 영화이고 좋은 성장담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말 아무 배경 지식 없이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얘기구요. 그러니 '내가 그래도 영화 보는 게 취미인데 잉마르 베리만 같은 감독 영화도 한 편은 봐줘야 쓰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라면 가장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베리만 영화이기도 합니다. 당장 왓챠를 봐도 이 영화 외에 이 양반 작품으로 올라와 있는 게 '처녀의 샘', '겨울빛', '페르소나' 이렇게 세 편인데 음... 그냥 이 영화를 보시죠. 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저 중에선 '겨울빛'을 빼곤 다 봤는데, 매우 정직하게 말해서 어디 가서 그 영화 봤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거든요. ㅋㅋ 이렇게 말 해 놓고 나니 조만간 다시 보긴 해야겠는데. 어쨌든 '화니와 알렉산더'만큼 편히 보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일단 저 중에선 없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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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벨만스냐!!! 라는 생각도 문득 들고 그랬습니다. 뭐 결국 거장 감독들의 사실상 회고록 비슷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하긴 한데, 이 영화쪽은 픽션이 좀 강하구요.)



 -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제 기준으로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요.

 앞서 말 한대로 20세기 벽두의 스웨덴 청소년 알렉산더의 성장담입니다. 기본 틀만 보면 되게 원형적인 이야기구요.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살던 그 시절 청소년에게 갑작스런 가정사의 불행이 닥치고, 그래서 갑자기 매우매우 압박스럽고 서러운 환경에 떨어져서 (종교적 압박과 함께!!!) 힘든 세월을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아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겠군요. ㅋㅋㅋ 뭐 그런 이야기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필할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일단 그 시절 배경 이야기들의 세일즈 포인트인 그 시절 사람들 사는 모습 구경이 아주 디테일하고 풍요롭게 펼쳐져요. 특히 전반을 장식하는 갑부 할매집의 모습은 정말 계속해서 '눈 돌아가는' 구경거리의 연속입니다. 가뜩이나 크고 넓고 화려한 집에다가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 파티가 거의 한 시간을 채우니 이보다 더 화려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상황이 최악으로 굴러떨어진 후에는 그와 정확하게 정반대로, 가난하면서 금욕적이고 감옥 같은 분위기의 거주지와 사람들이 우루루 튀어나와서 극과 극의 구경 거리를 주고요. 그 곳을 벗어난 후에 잠시 머무는 장소 역시... 뭐 그렇구요.


 그리고 당연히 등장하는 캐릭터가 꽤 많은데요. 다들 요즘 상식으로 보면 헉! 스러운 구석들이 있지만 어쨌든 다들 입체적이면서 매력적인 인물들로 잘 그려집니다. 인자하면서도 강인한 여장부 캐릭터 할머니, 연약한 구석도 있고 모자란 부분도 있지만 자식들에겐 끝까지 진심인 엄마, 난봉꾼인데 사람은 좋은 아저씨랑 뭐 기타 등등. 그리고 빌런 포지션으로 나오는 캐릭터들 역시 누구 하나 빠짐 없이 강력해서... 아니 이 쪽은 스트레스 요소이긴 합니다만, 어차피 빌런이면 자기 역할은 잘 하는 게 좋은 거죠. ㅋㅋㅋ 어쨌든 이렇게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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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캐릭터가 센터의 저 분인데요. 하는 짓만 보면 찌질 민폐 빌런이어야 하는데 그게... ㅋㅋㅋㅋ)



 - 잘 모르고 봐도 아 이건 감독 자전적 이야기구나. 그러니까 결국 영화나 연극, '픽션'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는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그것들이 중요한 장면마다 참 애틋하고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임팩트 있게 표현됩니다. 서두를 장식하는 아빠의 연설 장면이나 마무리 부분의 아저씨 연설 장면 같은 건 사실 같은 사람이 하는 얘기라고 해도 믿을만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아니 이걸 대사로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다니!' 같은 생각 안 들게 그냥 멋지구요.

 빌런 아저씨와 관련해서 '픽션'이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는 대목이 둘 정도 나오는데 그 또한 아주 임팩트가 강합니다. 특히 빌런 치하 스토리의 마무리 장면은 거의 호러 무비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만큼 강렬하고 스릴도 넘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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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장만 안 시켜놨지 거의 흡혈귀급 존재감을 자랑하는 빌런님이십니다. 나중에 찾아 보니 감독님 인생이 여러 겹으로 투영된 인물이었구요.)



 - 또 이게 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단 실제 베리만의 성장 과정이 매우 궁금해지구요. ㅋㅋㅋ 

 또 당시 시대상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좀 많습니다. 이 시대 배경 영화를 많이 봤지만 장소가 스웨덴이라 그런 건지 그냥 감독이 이야기를 그렇게 쓴 건지 신기한 게 많았구요.

 이야기 측면에선... 이게 갑자기 초현실적 상황들이 끼어드는 부분이 몇 있거든요. 그걸 매번 아무 설명 없이 넘어가는데 '대충 이런 거겠거니'라고 짐작은 하지만 과연 그게 맞나... 하고 이러쿵 저러쿵 머리를 굴려 보게 되더군요. 원래 영화 보고서 이런 거 따져 보는 걸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러게 되더라구요. 이것도 감독님 내공인가 싶었고.


 얼마 전에 봤던 '3000년의 기다림' 생각도 좀 났어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입니다만, 결국 이야기꾼 할배들이 '이야기'에 대한 본인의 끝없는 매혹과 사랑을 설파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애정 표현 방식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뭐 제가 감히 누가 낫고 이런 걸 논할 입장은 아니고요. ㅋㅋ 하지만 호러를 좋아하는 제 취향상 이야기의 음험하고 위험한 부분까지 다뤄주는 이 영화쪽이 좀 더 재밌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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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가장 다크했던 장면. 당연히 설명은 생략합니다.)



 - 아. 그리고 이런 '옛날 감독'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이렇게 고전 시대부터 활동을 했던 감독들의 미장센은 요즘 감독들의 그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요.

 이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암튼 장면장면마다 참으로 디테일이 많고 꽉 찬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당연히 비워야 할 땐 확 비우는 것도 잘 합니다만. 그렇게 '꽉 찬 느낌'으로 화면을 잡아낼 때 드는 풍요로운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는데 요즘엔 이런 스타일이 별로 인기가 없나 보죠. 

 암튼 무식해서 더 설명은 못 하겠고. 그냥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 호강 세월 장면들이 참 좋았단 얘깁니다. 화면 어디를 쳐다봐도 볼 거리가 있어서 몇몇 장면들은 보다 말고 다시 돌려보기도 했어요. 이런 무엄한 관람객 같으니...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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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초현실을 아무 경계 없이 휙휙 섞어 버리는 스타일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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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타 따라하기는 영화 속에서 참으로 꾸준히 사랑 받는구나 싶었구요.)



 - 어쨌든 뭐. 결론은 처음에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재밌는 성장담이구요. 특히 19세기~20세기 초반을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성장담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거의 재밌게 보실 거에요.

 거기에 거의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미장센에다가, 종종 툭하고 튀어나와서 당황 시키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전개도 좋구요. 

 결정적으로 허구헌날 영화, 드라마만 붙들고 사는 중생인 제게 '이야기'에 대한 레전설 창작자님의 이렇게 자부심 넘치는 애정은 참 보기 흐뭇한 느낌이었단 말이죠.

 감히 이해했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독님. ㅋㅋㅋ



 + 제가 스웨덴 배우를 뭐 얼마나 알겠습니까만. 막판에 애 봐주는 유모 역으로 잠깐 나오는 젊은이 얼굴이 낯이 익어서 누구더라... 하고 찾아 보니 레나 올린 여사님이었네요. 허허. 이 분도 여전히 현역이시죠. 최근엔 아마존 프라임 '헌터스'에서 봤던 기억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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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의 저 분입니다. 앳되기도 하죠...)



 ++ 막판에 '요즘 잘나가는 극작가' 라면서 스트린버그라는 양반 얘길 잠깐 하는데요. 당연히 저는 모르는 분이지만 검색해보니 실존 인물이구요. 근데 이 양반 얘길 하면서 할머니가 '그 여성혐오주의자 말이냐??' 라는 대사를 해요. 아니 1908년에 '여성혐오'라는 말을 쓴다고? 하고 당황해서 찾아보니 이 단어가 쓰인 게 대략 1650년 정도부터라고 하는군요. 그럼 그럴 수 있는 걸로(...)



 +++ 영화판의 평가가 아무리 좋다 해도 오리지널은 티비판이라니 그것도 보고 싶은데. 한국에서 한글 자막 달린 걸로 합법적으로 볼 방법은 없는 모양이군요. 흠.



 ++++ 참고로 찾아본 감독님 인생을 보니, 목사 아버지에게 엄청 시달리고 학대 당하며 자랐나 보더라구요. 다만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선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19살 때 그냥 힘으로 쥐어 패 버렸다고(...) 나아중엔 대략 화해하고 그럭저럭 잘 지냈다던데. 환갑 넘어서 만든 영화에 이런 식으로 출연시켜 이렇게(?) 마무리 하는 걸 보면 그게...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워낙 캐릭터도 많고 이야기도 길고 하니 주인공 위주로 초간단 요약을 하자면요.

 행복한 대저택 시절은 극단을 운영하던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때 아빠는 유언으로 '나는 죽어도 너희를 떠나지 않아. 오히려 더 가까운 곳에서 너희를 지켜볼 거다' 라는 말을 남기는데요. 약속대로 이후 내내 유령으로 홀연히 나타나 가족들을 바라보곤 해요. 그러다 아들에게 혼도 나구요. '이렇게 아무 보탬 안 주고 구경만 할 거면 차라리 사라지라구요!!!' ㅠㅜ


 암튼 뭐 워낙 부자라 아버지 돌아가셔도 생활에 별 문제는 없었는데. 문제는 엄마가 아빠를 잃은 공허함을 동네 주교 아저씨에게 빠지는 걸로 극복하다가... 급기야는 결혼 선언까지 해버리면서 벌어집니다. 딱 봐도 수퍼 꼰대에다가 극단적인 광신자에 성격은 삐뚤어져 있는 인간이지만 엄마 눈엔 그게 안 보였던 거죠. 그래서 화니와 알렉산더 모두 주교네 집으로 옮겨가는데... 이 집은 낡기도 낡은 데다가 생긴 것부터 거의 감옥급이고. 거기 살고 있는 주교의 가족들도 하나 같이 다 인성 파탄자들이고, 덧붙여서 주인들이 이 모양이네 하녀들도 마찬가지로 보탬이 안 되구요. 


그래서 자비심 없이 엄격한, 게다가 원인을 알 수 없이 삐뚤어져 있고 특히 알렉산더를 대놓고 미워하는 새아빠의 최선을 다한 갈굼으로 화니와 알렉산더는 수시로 감금되고, 혼나고, 위협 받는 등 눈물의 세월을 보내구요. 엄마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이혼을 하려 하지만 '니가 법을 잘 모르나 본데,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난 너를 감옥에 보내고 니 자식들은 빼앗아 내 집에 영원히 가둘 수 있다'는 협박을 듣고는 그저 눈물만... 입니다.


하지만 급기야 알렉산더가 주교에게 아주 찰진 태형을 받고 다락방에 감금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엄마는 너 죽고 나 죽자는 맘으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속임수를 써 자식들을 그쪽 집으로 대피 시키는 데 성공을 하는데... 여기서 이 영화에서 가장 괴상하고 신비로우며 의미심장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 집에서 잠이 안 와 집안을 서성이던 알렉산더가 무척이나 신비롭고 음험한 그 집 식구를 만나 '니 소망을 들어주마~' 라며 그 식구의 괴상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한참 강제로 듣게 되는데요. 정말로 그 시각에 딱 그런 일이 주교네 집에서 발생하면서 주교가 죽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엄마도 자유의 몸으로!


 사실 이후에도 한참이 남았지만 이야기상 자세히 설명할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사랑 넘치는 우주 갑부 할머니 저택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게 되구요. 집안 잔치가 벌어지고, 몇몇 인물들의 감동적인 연설이 나오고. 엄마는 아빠의 뒤를 이어 극단을 운영하게 되고. 알렉산더는 한밤중에 몰래 과자 상자를 들고 우적거리며 복도를 걷다가... 주교의 유령에게 등 떠밀려 넘어집니다. (아빠는 접촉 한 번을 못 하더니 왜 주교는 짱 세요... ㅠㅜ) 그리고 그에게서 '난 너를 떠나지 않아. 영원히 니 곁에서 지켜보겠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고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위로를 청하고. 할머니는 엄마가 건네 준 작품을 알렉산더에게 읽어줍니다. "모든 것엔 개연성이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대략 이렇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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