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지트 계획

2020.07.04 11:38

안유미 조회 수:401


 1.오늘은 불금이네요. 어딘가 놀러가볼까 망설이고...하다가 그냥 들어왔어요. 뭐 작업좀 하고 조용히 있을려고요. 


 어제는 대학교 동생을 만났어요. 이 사람도 8년 정도인가 안 보다가 다시 연락을 넣어서 만나고 있는 중이죠.



 2.'야 넌 결혼 안하냐?'라고 물어보는 것보다는 '넌 부모님이 결혼 좀 하라고 압박하지 않으셔?'라고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물었어요. 그는 그런 질문공세를 받을 때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는 걸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봐서 결혼하기 싫다...고 대답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두 분이 더이상 별 말씀을 하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그렇게 대답을 하면 부모님 마음이 아프실 텐데.'라고 말하자 그는 '뭐 부모님도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까.'라고 대답했어요.



 3.어쨌든 요즘은 마음이 아픈 일이 많아요. 상수역 거리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러 갔는데 하필 그곳이 예전에 빈디체와 갔었던 카페였어요. 요즘 여러 사람들에게 다시 연락을 하다가 마침 그날 딱 빈디체에게도 카톡을 보내 봤거든요. 한 1년 반만에 카톡을 보내본 건데 그날 딱 다시 그 카페에 가게 된 거죠.


 뭐 어쨌든 동생에게 이런저런 근황이나 대학교 친구들 얘길 들었어요. 안 좋은 소식들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아팠어요. 



 4.휴.



 5.헤어지기 전에 그에게 말했어요. '이봐 내가 아지트를 한번 만들어 볼께. 당장은 아니지만...어쨌든 만들어서 결혼 안한 친구들 모아 볼께.'라고요. 뭐 소파도 놓고...당구대도 놓고...작은 바도 하나 만들어 놓고...뭐 그런 곳 말이죠. 그는 '게임기도 있을까?'라고 물어서 '게임기도 가능하지.'라고 대답했어요. 침대 같은 것도 놔서 자고 가고 싶으면 자고 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했어요.



 6.사실 이 얘기는...오래 전에 듀게에 썼듯이 대학교 때 하던 소리예요. 여기 있는 친구들이 흩어져서 안 만나게 되면 누군가가 아지트를 만들어서 다시 모아 보자는 얘기 말이죠. 


 그리고 그 때는 그게 멋진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글쎄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그런 걸 만들 때 뭘 고려해야 하는지 알게 됐으니까요. 임대료를 내는 곳을 택할지...이미 있는 곳을 개조할지를 선택해야 하고 인테리어는 얼마나 들일지도 정해야 하죠.


 무엇보다도 신경써야 할 건, 거기서 기분이 꼬운 일이 일어나도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한단 점이예요. 미국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아저씨들의 아지트처럼 다같이 금액을 염출해서 만드는 거면 싸우고 나서 다시 모이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 한사람이 비용을 들여서 그런 곳을 만든다면, 오히려 싸워선 안 되는 거예요. 아무리 기분이 상하는 일이 일어나도 절대로 문제삼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서야만 그런 아지트를 만들 수가 있는 거죠. 아지트를 만들기로 하고 진행한다면 그 후로는 절대로 기회비용의 기자도 꺼내지 말아야 하고요.


 

 7.요즘은 조금 덜한 것 같지만 나는 매우 쪼잔하거든요. 지금 저런 걸 만들면 '내가 이걸 할 돈으로 대신 ~~을 했으면...'같은 소리를 할 게 뻔해요. 휴...뭐 그래요. 만약 그런 공간을 만든다면...왠지 누군가 꼴보기 싫어도, 누군가가 한밤중에 술을 마시고 와서 술냄새를 풍기면서 드러누워도, 누군가가 아지트를 어질러 놓아도, 누군가가 나가서 피기 싫다고 몰래 담배를 피워도, 누군가가 게임기나 기물을 고장내 놔도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죠.


 그 정도로 사람이 무던해지면 만들어도 되는 거겠죠 아지트라는 건.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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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다가...자다 하니까 금요일 밤부터 끄적이던 게 토요일 아침까지 왔네요. 오늘은 작업 좀 하다가...나가서 운동을 할 수 있으면 하고 시간이 안 되면 제껴야겠어요.


 사는 게...열심히 살아야죠. 시간이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사실 나는 괜찮아요. 나보다는 여자가 문제죠. '여자인 사람'이 아니라 완전히 여자의 속성만을 지닌 상대요. 요즘 연락을 시도해 보려는 상대들 중 그런 나이든 여자들에게 연락하는 게 겁이 나요. 자신의 얼굴이나...매력을 최고의 금과옥조로 삼으며 살아가던 여자들 말이죠. 2~3년 정도 지났으면 그래도 연락해 볼 수 있는데 5년이나 7년씩 지난 상대면 그녀 쪽에서 싫어할 것 같거든요. 그런 여자들은 연락을 받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자신의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를 싫어할 것 같아서요. 그녀 자신은 자신을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괜히 예쁘다고 말하면 오히려 화낼 것 같기도 하고...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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