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영화 중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가 원더우먼입니다. 평도 가장 후하죠. 그래서 워너는 원더우먼의 감독인 패티 젠킨스에게 전권을 주고 후속작의 제작을 맡깁니다. 극본에서부터 팀 구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위임을 해서 나온 영화가 원더우먼 '1984'입니다.

예고편도 나쁘지 않았고, 시사회 평도 나쁘지 않고 해서 오랜만에 대형 영화의 개봉으로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테넷 이후에는 몇 달만이니까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영 별로다라는 평이 많습니다. 예고편 잘 뽑고, 시사회 평 좋은 것은 DC영화들의 전통이였는데, 원더우먼 1984도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우선 상영 시간이 2시간 반입니다. 영화만 재미있으면 상영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영화가 재미가 없습니다. DC영화가 명색이 히어로 영화인데, 이 영화는 장르가 히어로 영화라고 보기에는 액션과 시각적인 즐거움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요. 그렇다고 스토리가 탄탄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이도저도 재미를 찾기 힘들다보니시간이 정말 안갑니다.

예를 들면 메인 빌런이 힘을 깨닫고 제대로 판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영화 시작하고 거의 한시간 반쯤 지나서이고, 서브 빌런이 악당으로 각성하는 시기도 그 쯤이에요. 그럼 그전까지는 무엇을 하느냐, 배경 설명과 연애를 합니다. 무려 한시간 반을요. 초반에 쇼핑몰에서 액션장면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냥 일반 강도와의 싸움이고 그 이후에는 딱히 이렇다할 볼만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아요.

그러면 영화의 절반이 지나고서는 볼만하느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액션 장면은 전반적으로 평범한데 임팩트 있는 장면이 없어요. 배댓슈의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원더우먼의 등장신과 비교를 해보면 말이죠. 그 짧은 몇 분 동안에도 슈퍼맨과 배트맨보다 돋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정작 자기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장면이 보이지가 않는다는 거죠. 물론 내용 전개상 원더우먼이 힘을 잃어간다는 설정 때문에 액션의 표현이 약해질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임팩트까지 포기해야되는 건 아니거든요. 이건 표현력의 문제라서요.

그리고 예고편에서 나왔던 황금 갑옷은 뭔가 있는가 싶었지만, 별거 없고 그냥 서브 빌런에게 밀리다가 망가지는게 끝이에요. 게다가 막판 제작비가 다 떨어져서 그런지 배경을 어둡게 처리를 했는데, 그럴꺼면 황금갑옷같은 화려한 장비는 뭐하러 넣었는지 모르겠어요. 보통 어두운 화면은 그래픽 처리를 했어도 티가 많이 날 때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많이 쓰는데, 섭 빌런의 분장이 치타의 모습이라서 밝게 처리하면 티가 많이 났던 모양이에요. 게다가 황금 갑옷도 생각보다 싼티가 많이 났을 수 있고요.

근본적으로 무엇보다 각본의 문제가 커요. 원더우먼이 나오니 장르는 히어로 영화인데, 감독은 80년대의 감성을 바탕으로한 온 가족이 함께보는 액션로맨스 물을 만들고 싶어한 것 같거든요. 마지막 엔딩만 봐도 그렇거든요. 판을 벌이고 수습을 해야되는데 도저히 방법이 안 떠오르고 영화는 끝을 내야하니, 원래 우리들은 착한 사람이고 가족은 소중하다는 교훈을 남기면서 끝이 나요. 이게 아동 영화라면 눈물을 흘리면서 행복한 마무리에 기분 좋게 극장 밖을 나가겠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부족하기 그지 없거든요.

물론 다른 히어로 영화들도 엔딩이 그렇게 썩 잘나온 작품들이 몇 없어요. 아이언맨3만 봐도 어디선가 갑자기 아이언맨 슈트 몇십대가 나타나서 상황을 정리해버리잖아요. 그런데 다른 영화는 그만큼 채워주는 시각적인 효과나 액션이 있는데 반해 원더우먼 1984는 그런게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보다보면 차라리 액션장면은 따로 떼서 잭스나이더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원더우먼3도 같은 감독이 맡는다고 합니다. 3부작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어찌어찌 마무리는 지을텐데, 2편보다는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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