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마지막으로 게임을 돈 주고 산 게 재작년 봄입니다. '세키로'요. 이후로 그냥 게임패스 제공 게임들로만 게임 라이프를 유지하고 있고 그래서 월 구독료를 제외하곤 추가 지출 없이 즐기는지라 대체로 평가가 후한 편이라는 걸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그냥 소감일 뿐 구매 가이드가 아닙니다. 믿으셨다가 크게 뒷통수 맞으세요. ㅋㅋㅋ



1. 콜 오브 더 시 (엑스박스, PC로만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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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타이틀과 챕터 넘어갈 때마다 딱 한 번씩을 제외하곤 볼 일이 없는 모습입니다만... 암튼 주인공이십니다.)



 - 대략 20세기 언저리의 어느 때... 정도가 시간적 배경이며 장소는 폴리네시아 근처의 어느 섬이에요. 주인공은 30대 정도의 백인 여성인데 남편을 찾아 이 섬에 홀로 도착합니다. 대충 보니 이 여성은 정체불명의 피부병(?)을 앓고 있고 남편은 그 병의 해결책을 찾아 헤매다가 이 섬에 해결책이 있을 거란 정보를 얻어 탐험대를 구성해 떠난 후... 연락이 끊어진 거죠. 하지만 장르의 순리대로 그 섬은 텅텅 빈 채로 탐험대의 흔적만 남아 있으며... 퍼즐로 가득 차 있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우리 게이머들은 독백이 취미이자 특기인 이 여성의 입장이 되어 섬을 헤매며 남편의 탐험대가 남긴 흔적들로 그들의 드라마를 감상하고, 퍼즐을 풀며 문을 열고 길을 뚫어서 남편도 찾고 본인의 괴질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만. 그게 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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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디로 남편 찾아 퍼즐 삼만개.)



 - 걷기 시뮬레이터 장르의 게임입니다. 이 장르명을 알고 계신다면 사실 길게 말할 게 없습니다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1인칭 시점으로 사람 없이 텅 빈 공간을 헤매며 쓸 데 없이 많은 잡동사니들을 하나 하나 클릭해서 살펴보며 단서를 찾아서 현실이라고 치면 무의미하게 거창한 퍼즐들을 풀고, 소설이라고 치면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스토리를 즐기며 레벨을 넘어갈 때마다 나오는 연출들을 구경하는 게임... 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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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퍼즐이다!! 또 퍼즐이다!!! ...라고 적었지만 사실 퍼즐이 그렇게까지 많진 않습니다. 그거 말고 다른 할 일이 없어서 그렇죠. ㅋㅋㅋ)



 그러니까 사실 옛날 말로 '어드벤쳐 게임' 인 건데, 언제부턴가 이 장르가 잘 안 팔리는 장르가 되어 메이저 제작사들이 다 손을 놓고 인디의 전유물화 되면서, 인디 특유의 돈 없음을 극복하기 위해 발생하는 특징들을 슬쩍 놀리는 뉘앙스로 붙여진 장르명입니다. 대기업들에 비해 기술력도 부족하고 최적화 비용도 없으니 퍼포먼스 효율을 위해 늘 주인공은 난쟁이처럼 낮은 시점으로 느린 속도로 타박타박 걸어다니고, 캐릭터 움직임을 모델링할 돈이 없으니 게임 내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볼 일 거의 없이 고독한 공간에서 혼자 독백만 읊조리며 돌아다니는 게 대부분이구요. 당연히 음악 사용도 최소화되고 배경 그래픽도 실사풍인 경우는 별로 없이 대부분 카툰풍. 음... 뭐 암튼 그렇구요.



 - 결국 그래서 이 장르의 게임이 승부를 거는 건 다음과 같은 부분들입니다.


 1. 스토리

 2. 퍼즐 구성

 3. 미술 디자인으로 어떻게든 차별화 해보려고 애쓰는 비주얼과 연출


 그래서 딱 이 세 가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1. 스토리는 준수합니다. 시작부터 진상도 결말 직전까지의 이야기 전개도 다 빤히 보이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독백으로 주인공 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설득시켜주기 때문에 나름 결말을 기대하며 열심히 플레이하게 동기 부여를 해 줄 정도는 됐어요.


 2. 퍼즐 구성은 꽤 괜찮습니다. 퍼즐 아이디어는 그냥 평범한데 난이도 조절이 잘 되어서 괜찮았네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맵을 들쑤시고 다니면 힌트들은 충분히 주어지고 그걸 또 보고 이해하기 쉽게 저널에 기록해주기 때문에 시행 착오 좀 겪다 보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더라구요. (사실 그래도 한 번은 공략을 봤습니다. 쿨럭;)


 3. 비주얼은... 뭐 걍 요즘 인디 걷기 시뮬레이터에 트렌드에 충실한 스타일의 그래픽(살짝 투박한 카툰풍?)입니다만. 빛과 물의 표현이 꽤 훌륭하고 바다 한복판의 섬이라는 배경을 잘 살린 맵 디자인 덕에 종종 꽤 근사한 구경거리를 선사합니다. 뭐 특별할 건 없는데요, 그래도 꽤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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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죠.)



 - 단점도 있는데... 대부분 이 장르 게임들의 공통적인 한계 같은 부분들이죠.


 일단 퍼포먼스가 안 좋습니다. 시리즈 엑스 최적화 딱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게임 중 하나... 랄까요. ㅋㅋㅋ 분명 네이티브 4K 해상도에 칼고정 60프레임은 찍어줘야할 퀄의 비주얼이건만 해상도가 네이티브가 아님은 물론이고 프레임은 대략 30쯤 되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시야를 빙빙 돌리다 보면 종종 멀미가 느껴져요.


 가아끔씩 티가 안 나는 버그들이 있어요. 스테이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버튼들의 규칙을 알아내서 조작하고 돌파해라... 라는 식의 퍼즐이 많은데 엔딩 보기까지 두 번 정도 잘 작동하던 버튼들이 갑자기 안 먹는 증상을 겪었죠. 근데 이 버그의 문제는, 게임 장르상 그게 버그라는 걸 눈치채지 못 하고 그냥 '이 퍼즐 되게 어렵네!!!' 라면서 계속 플레이하게 만든다는 거... ㅋㅋㅋ 빡쳐서 게임 끄고 잔 후에 다음 날 해보니 너무 쉽게 풀려서 허탈해지고 막. 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게임 플레이'라는 게 걍 걸어다니며 이것저것 누르고 집어들고 텍스트 읽는 것 밖에 없다 보니 주기적으로 자괴감이 찾아옵니다. ㅋㅋ 전 그냥 다른 게임이랑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는 걸로 극복했네요. 그래서 플레이타임은 5~6시간짜리 게임인데 일주일 내내 했어요.



 - 종합하자면 이랬습니다.

 모든 면에서 '준수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수작입니다. 

 하지만 뭐 특별한 참신함이나 탁월하게 빼어남 같은 부분은 찾기 힘들었어요. 그냥 평범하단 말이 어울리는데 전반적으로 은근히 고퀄.

 걷기 시뮬레이터 장르에 익숙하고 즐기시는 분이라면 스킵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죠.

 하지만 이런 정적인 게임과 잘 안 맞는 분, 퍼즐이라면 멀미 나시는 분, 새 그래픽 카드나 게임기를 사셔서 눈뽕을 즐기고픈 분... 등등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해봐야한다! 이런 게임은 절대 아니에요. 저도 그냥 적당히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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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거 없지만 큰 화면으로 보면 나름 멋집니다.)



 + 사실 이 섬에 원래 주인공을 조연으로 치우고 대신 멀더와 스컬리를 투입하면 그냥 바로 그럴싸한 엑스파일 에피소드가 됩니다? 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로 스토리와 소재 면에서 좀 비슷한 게 있어요.



 ++ 될 수 있으면 큰 화면으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연 풍경 구경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의외로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5.1채널 스피커나 헤드셋 있으신 분들은 좀 더 만족스럽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 벌써 이 게시판에선 최소 세 번 이상 했던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이 장르의 최고작은 소마(SOMA)입니다. 스토리도, 연출도, 게임플레이도 모두 이 게임을 넘어서는 걷기 시뮬레이터는 못 경험해본 것 같아요. 덤으로 사람들 대부분 극찬하던 '에디스 핀치'는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연출만 남아 있는 게임이었다는 느낌...



 ++++ 아. 장점 한 가지를 깜빡했군요. 게임 진행에 관련된 것이 아니면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할 일이 없게 만들어 놨습니다. 괜히 의미 없이 아무 물건이나 다 집어들 수 있게 만들어 놓아서 게이머들 시간 낭비 시키는 게임들에 비해 진행이 아주 편하고 스트레스가 적어요. 다이어리에 기록되는 내용들도 스토리 정리 겸 진행 힌트로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정리되는 편이구요. 복잡하게 꼬아 놓은 미로 같은 길도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되게 군더더기 없이 다듬어 놓아서 이 장르 초심자들에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엔딩도 (두 가지 엔딩이 있습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다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더라구요. 마지막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갈리는 식인데, 그 선택을 요구받는 순간 세이브를 해 놓으면 한쪽 엔딩을 본 후에 바로 로드 해서 다른 엔딩도 볼 수 있어요.



 +++++ 예고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https://youtu.be/w39ml-My7qM




2. 리버시티 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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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그림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입니다만...)



 - 쿠니오와 리키. 어디서 들어보셨나요 이 이름을. 그러셨다면 당신도 훌륭한 아재... ㅋㅋㅋㅋㅋ 80년대부터 쭉 이어오는 '열혈고교' 게임 시리즈의 양아치 고딩 콤비이자 주인공들이죠. 제 기억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았던 건 '도지볼' 게임이었던 걸로.

 암튼 그들의 여자 친구들, 두 명이 지들 남친들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업 중에 학교를 뛰쳐나가 '리버시티'를 헤매며 눈에 띄는 놈들은 다 쥐어팬다... 는 훌륭한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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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상대가 러시아 국대였던가요? 암튼 참 흉악한 난이도의 게임이었습니다.)



 - 벨트스크롤 액션(그러니까 파이널 파이트 류의) 게임입니다. 장점을 말하자면 상당히 호쾌한 타격감. 퍅퍅퍅!!! 하는 음향도 시원하고 컨트롤러 진동도 적절하게 (많이) 쓰였구요. 도트풍의 그래픽도 꽤 잘 구현해서 보기 좋고 귀엽고 그래요. 특히 색감이 은근히 좋더군요. 또 게임 플레이면에서도 너무 단순하면 금방 질리니까 뭐 적 길들이기 시스템에다가 스킬 구입, 장비 아이템 구매 시스템에 살짝 육성 요소도 만들어 놓아서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놨구요.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보스들도 적당히 욕나오게 어려워서 도전 욕구를 부추겨 주고요. 중간중간 스토리 진행 시 등장하는 카툰 연출도 귀엽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 그리고 물론 코옵으로 즐기면 훨씬 더 재밌어지죠.

 그리고 의외로 개그 센스가 괜찮아요. 딱 봐도 오덕층을 노린 여성 캐릭터 둘을 내세우는 게임인데 매 스테이지 보스들이 다 히키코모리 중2병 오타쿠들이고 주인공들은 매번 '으엑 징그러...' 이러면서 두들겨 패게 만드는 센스가 맘에 들었습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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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그래픽은 이거. ㅋㅋ 근데 실제로 해보면 느낌이 좋습니다. 움직임이 되게 부드럽고 색감도 잘 써서 보기 좋아요.)



 - 사실 길게 적기도 뭐해요 이런 류의 게임들은. 비하는 절대 아니고 애초에 장르가. ㅋㅋㅋㅋ

 도트풍 그래픽의 레트로 갬성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 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단순하고 화끈한, 틈틈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가벼운 게임. 딱 그 정도의 기대치를 아주 흡족하게 채워주는 물건이었네요.

 물론 이걸 3만 2천 9백원을 주고 샀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게임패스로 한 거니까요 뭐.

 플스나 피씨 유저시면 세일할 때 사시면 아마 후회가 없으실 것 같습니다.




 + 다회차 요소가 풍족합니다. 위에서 3만 2천 9백원은 좀 아깝다는 식으로 써놨지만 이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저 값 다 주고 사셔도 괜찮을지도.


 ++ 현지화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번역 센스도 적절하고 중간중간 카툰 연출 때 말풍선 안의 폰트까지 적절하게 신경 잘 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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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화면 캡쳐 짤입니다!)


 +++ 예고편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가보세요.

https://youtu.be/uJnPRFK8L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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