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작! 딱 20주년!!! 런닝타임은 2시간 2분! 스포일러는 안 적을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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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와서 보면 되게 마블스런 포스터네요. 하지만 실질적 마블 무비의 시작이었던 아이언맨 1편이 이 영화보다 4년 뒤니까 뭐...)



 - 2차 대전이 막판입니다. 궁지에 몰린 히틀러는 오컬트에 의지해서 일발 역전을 해보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하고 저승의 악마 군단 소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다행히도 미리 첩보를 입수한 연합군에게 저지 당하지만 잠시 열렸던 지옥문에서 툭 튀어 나온 아기가 바로 헬보이. 신비주의 전문가로서 작전에 참여했던 브룸 박사가 거두어 열심히 곱게 잘 키우면서 60년이 흐르고, 현재 시점에는 FBI의 비밀 부서(ㅋㅋㅋ)에서 초현실적 존재로 인한 사건 사고들을 수습하는 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있네요.


 하지만 당연히 60년간 열심히 준비한 그 때의 나치 잔당(이라지만 무려 라스푸틴!)이 컴백해 다시 한 번 지옥문을 열려는 시도를 하고. 우리의 연방 공무원 헬보이는 절친 에이브, 뉴비 요원 존과 함께 그 시도를 분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예전에 동료로 지냈던 발화 능력자 리즈와의 연애에 더 관심이 많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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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보이가 진짜 헬'보이'였던 시절. 동시에 이 영화에서 가장 특수 효과가 낡은 티가 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이 짤만 봐도 확 느껴지죠.)



 - 이제 정말 뭐뭐가 예전 같지 않아~ 라는 늘금 토크는 지인들과 편하게 노가리 까다 보면 늘 튀어나오는 참 질리지도 않는 아이템인 것인데요. 이 테마에서 신체 건강을 제외하면 역시 가장 흔한 건 기억력 얘기죠. 그러니까 예전엔 제가 호감 갖는 감독들 필모는 작품, 연도까지 다 외우고 살았고 누가 물어보면 바로 툭툭 튀어나왔단 말이에요. 근데 이젠 그게 전혀 안 됩니다. 새 정보가 입력 안 되는 게 아니라 알던 것도 까먹어요. ㅋㅋ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델 토로의 필모를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크로노스가 1992년, 미믹이 1997년, 악마의 등뼈 2001, 블레이드2 2002... 그리고 다음이 이 영화 '헬보이'였습니다. 이 다음엔 판의 미로를 내놓으니 대략 이 때쯤이 델토로의 전성기였다고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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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론 펄만의 로맨틱 괴인 역사는 무려 1987년의 '미녀와 야수' 드라마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그야말로 일생을 한 길에 정진하신...)



 -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건 마블 히어로물들이었습니다. 되게 비슷하잖아요. 파란만장 개인사와 엄청난 초능력을 겸비한 존재들이 자기 급한 일도 미뤄가며 하찮은 인간들 구하고 돕느라 고생하는 이야기이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일 시키는 일반인들 조직도 존재하고. 기승전인류멸망으로 이어지는 거대 빌런이 마지막에 튀어나오며... 뭐 그렇습니다만. 저는 '인피니티 워'가 나올 때쯤에 이미 마블 영화에 질렸던 사람이니 제가 이 영화 얘길 하면서 마블을 끌어들이는 건 마블 팬분들 입장에선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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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어류 드립으로 조롱당하는 우리 불쌍한 에이브찡... 은 지금 와서 보면 당연히 '셰이프 오브 워터'가 계속 생각나구요. 심지어 같은 배우시더만요. ㅋㅋ)



 - 근데 진짜 전형적인 히어로물 이야깁니다. 1편이니 당연히 기원담이구요. 헬보이가 어떻게 탄생했고 원래 어떤 결함과 한계를 가진 미숙한 놈이었는지. 그러다 어떤 비극을 겪으면서 어떻게 각성하여 진짜 히어로가 되는지. 뭐 이런 이야기를 쭉 진행해요. 그 과정에서 베프 소개도 하고 러브 라인도 제시해주는 것 역시 당연하구요. 마블과 DC 덕분에 정말 지겹도록 반복해서 구경한 패턴의 그런 이야기입니다만. 놀랍게도 그게 별로 식상하거나 지겹단 느낌이 없습니다. 히어로물 대유행 이전에야 당연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잖아요. ㅋㅋ


 뭐 문자 그대로의 악마를 주인공으로 했으니까 좀 다르지 않나... 이건 아닌 듯 합니다. 이 영화에서 헬보이가 보이는 악마스러움은 딱히 '데드풀'보다 더 심한 것도 없어요. 오히려 이쪽이 훨 귀엽죠. 그리고 큰 틀에서 이야기를 따져 보면 정말로 신선하거나 남다를 것 없는 참 익숙한 이야기구요. 다만 늘 그렇듯이, 중요한 건 디테일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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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랩 할 것 같은 짤을 골라 버렸는데요; 암튼 이 캐릭터들도 다 정말 뻔한데 셋 다 개성이 있고 나름 간지가 있고 그랬습니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 정말정말 뻔한 클리셰 군단인 캐릭터들이 조금만 봐도 금방 정이 들고 귀엽습니다. 진짜 뻔한 의무 방어전 수준의 전개가 (사람들이 헬보이의 외모를 보고 기겁해서 상처 받는다거나) 괜히 설득력 있게 스며듭니다. 역시나 수백 번은 본 듯한 지구 멸망 빌런들 역시 수백의 선배들과 설정상으론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괜히 있어 보이고 별 것도 없는데 입체적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한 마디로 이 시절 델 토로는 캐릭터 빚기 장인이었던 게죠. 그래서 이 뻔할 뻔자 이야기에 정을 붙이고 구경하게 되구요.


 당연히 시각적인 부분이 큰 몫을 합니다. 코믹북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지만 그걸 실사 영화로 만들어 살려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역시나 델 토로답게 참 잘 만들어 놓았죠. 대표적으로 그 죽여도 계속 살아나서 결국 양산형이 되어 버리는 괴물 있잖아요. 컨셉만 놓고 보면 걍 전형적인 서양식 촉수 몬스터인데 그 생김새를 참 열정적으로 만들어 놔서 하찮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들어요. ㅋㅋ 이보다 더 중요한 다른 캐릭터들이야 말할 것도 없구요. 이런 것들이 층층이 쌓여서 결국 델 토로 영화 말고 다른 데서는 별로 본 기억이 없는 개성이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영화의 존재 가치가 확고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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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이거 꽤 괜찮은 놈입니다. 저렇게 사람 많은 지하철을 첫 칸부터 끝 칸까지 달리면서 사람 하나도 안 다쳤어요. ㅋㅋ)



 - 또 한 가지 재미난 것이 헬보이의 로맨스 파트죠. 이게 딱 하이틴 로맨스인데요. ㅋㅋㅋㅋ 정말 갖출 건 다 갖춘 하이틴 로맨스입니다. 당사자들이 다 성인이고 그 중 하나는 거대한 몸집의 시뻘건 악마이긴 하지만 구성이 그래요. 그리고 연출이 되게 좋습니다? ㅋㅋ 처음에 헬보이가 맥주 한 팩 들고 찾아가서 대화 나누는 것부터 나중에 미행해서 멀리서 구경하며 질투하는 것도 그렇구요. 막판에 등장하는 사랑 고백 씬도 그렇고 참 전형적인 걸 다 모아놨는데 되게 귀엽고 예쁘고 설레고 그래요. 보면서 '이것이 물 오른 이야기꾼의 재능이란 것인가!' 하며 감탄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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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흔한 로맨스인데 넘나 귀엽고 보기 좋은 것!!!)



 - 뭐 20년이나 묵은 영화이고 보실 분들 다 보셨는데 더 길게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전성기 시절 델 토로의 센스로 흔한 클리셰 스토리를 아주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해 놓은 영화였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뭐가 있냐고, 남들 다 하는 이야기를 더 재밌게 하는 게 진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참 모범 답안 같은 작품이랄까요.

 배역마다 더 이상 적절할 수 없겠다 싶게 배우들 잘 골라다 앉혀 놓은 캐스팅 센스가 매력적으로 빚어진 캐릭터들과 어울려서 시너지를 일으키구요.

 뭣보다 남다른 본인의 취향을 아주 고퀄의 비주얼로 잘 뽑아내서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이야기로 잘 만들어 놓았네요.

 아무래도 이야기의 성향상 '판의 미로'의 성취에 비할 만큼까진 아니겠습니다만. 장르물엔 장르물의 길이 있는 것이니까요.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저에겐 윌리엄 존 허트 옹을 못 알아보는 병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 보고 나서야...;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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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비 FBI 요원 역의 루퍼트 에반스를 보면서 아 나 이 사람 분명히 아는데... 라고 내내 생각했는데 결국 못 떠올렸죠. 다 보고 검색해 보니 제가 얼마 전에 보고 글도 적었던 '더 커널'의 주인공님이셨군요. 확실히 이렇게 잘 생겼는데 뭔가 유약하고 살짝 모자란 역할이 잘 어울리네요. ㅋㅋ



 +++ 최종 보스를 정말 하찮게 처리해 버리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할 얘긴 다 했으니 이건 그냥 얼른 해치우자고! 이런 느낌? ㅋㅋㅋ 뭐 그동안 영화에서 본 다른 캐릭터들보다 디자인부터 덜 성의 있는 느낌이라 그게 딱 어울리는 마무리였어요. 진짜로 할 얘긴 다 한 후에 등장하기도 했고.



 ++++ 근데 보면서 이 영화의 인간 캐릭터들, 정확히는 FBI 캐릭터들은 다들 왜 이리도 무능한가... 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다들 어버버하다가 죽어 나가기 바쁘더라구요. 그리고 연달아서 2편을 보고 나니 아 그나마 1편 FBI들은 양반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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