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무려 7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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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의 언어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고해상도 이미지를 찾다 보니... 그러고보니 이건 또 컬러네요. 흑백 영화인데요.)



 - 어떤 집의 벨이 울리고,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님께서 우아... 하진 않게 문을 열고요. 뭔가 울화통이 터진다는 표정으로 권총을 들어 벨 누른 사람을 겨냥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역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그러니까 주인공 쟈넷의 집이에요. 대충 영국의 복지부? 보건복지부? 암튼 장관으로 임명이 발표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오랜 절친들을 불러다 집에서 파티를 여는데요. 남편 빌은 영문을 알 수 없게 뚱한 표정으로 앉아 말 한 마디도 없이 우중충하고. 옆에서 친구 갓프리드는 별로 재미 없는 수다를 죽어라 떨고 있고 갓프리드의 아내 에이프릴은 그런 자기 남편이 쪽팔리구요. 자넷의 진짜 절친 마사는 뭔가 좌파 허세스런 시니컬 드립을 치며 친구를 축하해주고... 그 와중에 마사의 젊은 아내 지니는 이 분위기가 별로지만 맞추려고 애를 쓰네요. 그리고 뭔가 굉장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젊은이 톰이 아주 수상한 표정으로, 품에는 권총을 숨겨 갖고 이 파티에 참석합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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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장관도 되고 기분 째지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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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에서 이런 짓을 하는가... 를 보여주는 식의 이야기 구성인데요.)



 - 어쩌다 보니 어제 영화랑 좀 닮은 구석이 있는 영화를 연달아 봤네요.

 극저예산이구요. 시작부터 끝까지 이 집구석을 떠나지 않구요.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봐야 당연히 이들의 수다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급진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이러한 컨셉의 영화답게 이들은 오피셜로는 절친이라지만 다들 뭔가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그게 폭로되며 이들의 관계과 고급진 이미지는 시궁창을 향해 달리죠. 되게 익숙한 컨셉의 영화에요. 일단 저는 제게 이 장르(?)의 끝판왕급인 '대학살의 신'이 먼저 떠올랐구요. 한참 보면서는 '완벽한 타인'도 생각나고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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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 개인기 및 앙상블을 즐기라고 만든 영화이고 그건 나쁘지 않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좀...)



 - 솔직히 이게 아주 재밌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무슨 컨셉인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 소위 사회 지도층, 영국 엘리트들의 허식을 비웃고자 한 것일까요? 대충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피해자 포지션의 한 명 정도를 제외하곤 다 가식 덩어리들이거든요. 나름 스포일러이니 언급은 안 하겠지만 이들이 하나씩 감추고 있는 비밀들은 다 이들의 대외적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고, 간단히 말해 이들은 거의 다 가식적인 꼴통들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엔 출발 지점에 비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는 엔딩을 맞죠. 뭐 대충 그렇긴 한데...


 그게 주제라고 생각하면 뭔가... 그 조롱과 비판의 밀도가 좀 얕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충분히 어처구니 없지가 않아요. 뭐 세상에 성인 군자가 어딨습니까. 오히려 속으로는 다들 찌질, 꼴통이어도 어쨌든 대외적으로 자기 포지션에서 책임감 보여주고 자기 일 잘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한소희가 sns에다 자꾸 남부끄러운 글을 올려도 어쨌든 연기만 잘 해주면 전 불만 없는데요. 뭐 좀 웃을 순 있겠지만 그걸 작정하고 정색하며 조롱할 생각은 안 들거든요.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이 '엘리트 지식인'인 것 따로, 이들의 찌질함은 따로. 이런 느낌이라 그렇게 흥이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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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최종 빌런은 이 분인데요. 가장 우습고 추잡해야 할 캐릭터인데 뭐 그냥 그래요. 내내 유지하는 저 똥씹은 표정이 웃기는데 딱 그것만 웃깁니다.)



 - 그리고 저런 메시지 측면을 떠나서, 그냥 충분히 웃기지가 않습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요. 게다가 런닝 타임도 짧으니 나름 집중해서 잘 보긴 했는데... 그렇게 인상적인 장면이나 크게 웃은 장면도 없고 그랬네요. 앞서 말 했듯이, 이야기가 특별히 막 나가거나 참신한 구석 없이 그냥 '대략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에 나옴직한 사건이나 상황들을 적당히 보여주다가 대충 급마무리하는 느낌이랄까... 뭐 그랬어요. 야심까진 아니어도 그냥 기왕 만드는 영화이고 장르도 코미디인데 이것보단 좀 더 웃겼으면 좋았을 텐데요. 뭔가 어중간합니다. 풍자도 어중간, 유머도 어중간, 스토리도 어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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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쭉 잘 했지만 이번에 특히 귀하신 몸이 된 킬리언 머피님. 근데 이 분은 뭔가 이렇게 찌질한 느낌이 잘 어울리지 않나요? 잘 생겼지만요. ㅋㅋ)



 - 그래도 남는 건 있습니다. 제목에도 적었듯이 배우들 구경이죠.

 그러니까 대략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브루노 간츠, 에밀리 모티머, 패트리샤 클락슨에다가 킬리언 머피에요. 제가 잘 몰라서 뒤로 빼놓은 체리 존스와 티모시 스폴도 출연작 리스트를 보니 경력 쩌는 분들이구요. 대체로 이야기는 별 거 없지만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각자의 캐릭터를 아주 과장되게, 즐겁게 연기해주니 그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70여분은 금방 갑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재밌게 봤으니 험한 말 할 생각은 안 드는데, 그냥 뭔가 아쉽단 말이죠. 굳이 이런 사람들 모아 놓고 이런 컨셉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각본을 좀 더 재밌게... 혹은 깊이 있게 만들어줬음 좋았을 텐데요. 지금 상태로는 배우들 팬만 보세요. 라는 느낌입니다. ㅋㅋ


 ...라고 적고 나니 따로 마무리 문단을 안 적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할 얘긴 다 했으니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파티 멤버들이 모두 모여 뭔가 우아하고 폼나 보이지만 동시에 가식적이고 하찮아 보이는 대화를 열심히 나누는 가운데... 먼저 마사의 젊은 연인 지니가 깜짝 발표를 합니다. 임신했대요. 그것도 세 쌍둥이라는군요. 동성 연인인지라 인공 수정을 했는데, 임신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는데도 첨단 의학의 힘으로 기어이 해냈다는군요. 그래서 다들 축하를 하려는데... 그동안 쭉 죽상을 하고 입 다물고 있던 빌이 자기도 발표할 게 있대요. 내용인 즉, 곧 죽는답니다(...)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 봤더니 의사가 그러더라고. 끽해야 몇 달이라고. 뭘 해도 소용 없다고 확인 도장을 쾅쾅 찍어줬다네요.


 당연히 좌중은 충격에 휩싸이고 특히 아내 자넷이 그렇습니다. 사실 이 양반은 다른 누군가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거든요. 자꾸만 남 몰래 핸드폰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그 연인과 대화 중이었는데. 자신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열심히 내조해 준 남편이 이렇게 됐다니 죄책감 때문에 곧바로 연인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고 자기는 장관도 그만두고 남편 곁에 머물겠다고 선언해요. 근데 그 와중에 남편이 공영 병원이 아닌 개인 병원에 갔다는 얘길 듣고 화를 내구요. ㅋㅋ 암튼 그랬는데...


 이때 남편이 또 폭탄 선언을 합니다. 자긴 이제 곧 죽을 거니까 남은 시간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대요. 근데 그게 마누라가 아니라구요. ㅋㅋㅋㅋ 자넷은 당연히 또 대경질색을 하는데... 이때 그동안 쭉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톰이 갑자기 튀어나와 버럭버럭하며 "어서 말해요! 그게 누군지 말 하라고!!!" 라며 화를 냅니다. 그래서 빌이 반강제로 고백한 외도 상대는 바로 톰의 아내이자 오늘 파티에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했던 그 분이네요. 톰이 멘탈 나가서 권총을 들고 파티에 찾아온 건 바로 오늘 아내의 핸드폰을 훔쳐보고 이런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빌을 죽여버리겠다는 의도로 온 거였는데. 와서는 빌이 시한부란 얘길 듣고 권총은 아까 집밖 쓰레기통에다 내다 버렸어요. ㅋㅋ


 그래서 자넷이 마구 화를 내자 빌이 '그래도 이 집에서 바람 피운 적은 없어'라고 하는데, 그러자 톰이 또 으르렁대며 그럼 어디에서 바람 피웠는지도 말 하라고 갈궈요. 결론은 자넷의 레알 베프 마사가 자기 집을 밀회 장소로 빌려줬던 거라고. 알고 보면 마사는 자넷보다 빌과 먼저 알게 되어 오랜 세월 절친으로 지냈다는 겁니다. 마사는 레즈비언이어서 둘이 동거도 한 적이 있고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였다고. 그러니 이젠 이 말을 들으며 얌전히 있던 지니도 싸움에 끼어듭니다. 모든 걸 공유하다니 뭘 공유했다는 거에요? 말 해보라구요? 뭘 공유했죠??? 뭐... 겠습니까. 섹스를 한 적도 있다는 얘기였고, 그냥 어쩌다 한 번이었고 아주 별로였다지만 "니가 그러고도 레즈비언 행세하며 나한테 이럴 수 있니" 라며 화를 내는 지니입니다. 좀 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방금 전에 둘이 따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마사가 "어... 난 솔직히 애 키우기 싫은데..." 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지니는 그렇게 화를 내도 괜찮아요. 먼저 아이 갖자고 얘길 꺼낸 게 마사였다고 하니까요 뭐. ㅋㅋㅋㅋ


 암튼 이쯤에서 사람들은 몇 팀으로 찢어져서 각자 말다툼을 하고, 위로를 하고, 그러면서 계속해서 멍청한 소리들을 하며 소소하게 웃겨주고요. 그러다 어차피 곧 죽을 몸이라 그런지 적반하장으로 톰에게 심한 소리를 해대는 빌을 톰이 펀치 한 방으로 임종 직전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사건도 벌어지고... 하지만 대략 다 수습 됩니다. 마사와 지니는 헤어질 것이고. 빌은 살아났고, 톰은 살인범이 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많이 진정이 됐네요. 그런데 그때 벨이 울립니다. 파티에 늦게 참석한다던 톰의 아내가 도착한 거겠죠. 그러자 파티의 호스트인 자넷이 문을 열러 나가는데... 아까 주운, 톰이 버린 권총을 들고 나가요. 그러고선 오프닝 장면이 거의 똑같이 반복됩니다. 다만 대사가 추가되는데, 문을 연 자넷이 다짜고짜 권총을 들이밀며 "대체 니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라고 화를 내다가 결국 총을 쏴 버려요. 그러니까 자넷의 외도 상대가 톰의 아내였는데 이 사람이 빌과도 바람을 피웠다는 막장 엔딩(...) 암튼 여기에서 바로 암전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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