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3분. 스포일러랄 게 없는 영화라 대충 막 적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얼핏 보면 1초 성룡처럼 보이는 허관걸씨 그림체가 인상적입니다.)



 - 허관걸의 보석 강도 장면을 길게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극중 이름은 '금강'인 듯 하고요. 뭔가 옛날 헐리웃 영화의 하이스트 장면 비슷한 건데 작전의 기발하지 못함을 아크로바틱 액션과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기발한 아이템들로 커버하는군요.

 그러고나면 이제 경찰들 회의 장면입니다. 범인을 '하얀 장갑'이라는 다른 서양인 괴도로 생각하고 그쪽으로 수사를 하자는데, 이런 분야의 최고 실력자는 핑크 팬더의 피터 셀러스지만 이미 죽었으니(...) 꿩 대신 닭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머리 형사 '광두신탐'을 불러다 잡아 보자네요. 그리고 홍콩 쪽 파트너도 하나 붙여줘야 하니 대충 너무 남자처럼 생기고 남자처럼 행동해서 아무도 안 좋아하는 여형사를 출동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애초에 회의 모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우헤헤우헤헤 우린 아무 생각이란 게 없어! 라는 분위기라 괜찮습니다.


 그리고 대충 둘이 만나고, 으르렁 대고, 그러다 이 둘이 금강이 범인이라 생각해서 붙잡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한 팀이 되고, 그래서 행방이 묘연한 (금강의 파트너가 숨겨뒀는데 장소를 말 안 해주고 죽어 버려서;) 다이아몬드도 찾고. 다이아몬드의 원 주인인 이탈리아 갱 조직과도 싸우고. 그러다 연애들도 하고 그러는 이야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액션물인 척 폼 잡으며 시작하지만 그 실체는...)



 - 어렸을 때 집에 VHS 플레이어가 없었죠. 그래서 그게 있는 친척 집에 놀러가면 늘 그 집 어른을 졸라서 비디오 하나 빌려와 보는 게 그렇게 행복했죠. 그 날도 작은 고모댁에 놀러가서 영화 영화 노래를 불렀더니 빌려다 주겠다면서 뭘 보고 싶냐고 물어보시길래 그 시절에 제 관심사였던 007 영화를 보고 싶다 그랬죠. 아마도 '뷰 투 어 킬'이 개봉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랬을 거에요. 암튼 그래서 사촌 형이 비디오샵에 가서 빌려온 영화를 신나서 보기 시작했는데... 중국 사람들 나와서 중국말만 하고 있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죠. 하지만 잠시 후 펼쳐지는 액션 장면에 이게 007인지 아닌지는 신경도 안 쓰고 매우 즐겁게 보게 되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ㅋㅋㅋ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아마도 최가박당 3편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비디오 샵 아저씨의 비밀 벽장에 있던 불법 복제 테이프였는데. 고갱님이 원하는 영화가 없으니 '이거 비슷한 거다!' 라며 건네주셨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원제도 모를 홍콩 액션 영화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대충 살다가, 제목에 대한 단서를 찾은 건 몇 년 후 티비 방영 영화를 통해서였죠. 지금 제가 적고 있는 1편을 티비에서 방영해줬는데, 주인공들 생김새를 보니 1차적으로 떠오르고. '정보원!!!' 개그를 보고 아 그거 맞나 보다!! 했다가 주제가를 듣고서 확신하게 되었네요. 워낙 심플 & 경쾌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곡이라 가사는 못 알아들어도 뇌리에 제대로 박혀 있었던 거죠. 하하. 그래서 나중에 비디오 샵에 그냥 가서 시리즈 테이프들을 확인해보니 산타가 하늘을 날며 강도질 하는 건 3편이었던 걸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대략 이런 영화입니다. ㅋㅋ 우측의 대머리 아저씨가 '미국에서 배워 온 최신 심문 기술'을 시전 중이에요.)



 - 암튼 뭐 그렇습니다. (뭐가;;)

 기본적으로 007스러운 다양한 탈 것과 비밀 무기들을 활용하면서 도둑질하고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딱 80년대스런 비현실 액션극이구요. 또 영화 내내 유명 영화 패러디에 각종 몸개그에 아재 드립들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코믹극이에요. 이제사 보니 '총알 탄 사나이' 생각도 많이 났는데 굳이 그 영화랑 비교하자면 이 쪽이 훨씬 먼저죠. 그런 식의 코미디를 다 따지면 헐리웃이 먼저겠지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분이 '영웅본색2'에서 밥 안 먹고 버리다가 주윤발에게 혼나는 그 아저씨라는데... 왜 안 닮았죠. ㅋㅋㅋ)



 - 분명히 코미디가 가장 강조되고 또 그게 가장 중요한 영화입니다만. 이게 그 시절 홍콩 영화이다 보니 비슷한 성격의 헐리웃 영화들에 비해 굉장히 공들여 찍은 액션 씬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것도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입부 강도 장면 하나만 해도 로프 타고 맨손 격투도 하고 건물 안에서 오토바이 액션 하다가 마무리는 모터 패러글라이딩까지 논스톱으로 이어져서 요즘 기준으로 봐도 꽤 괜찮은 볼거리들을 던져줍니다. 이후에도 참 별 거 아닌 장면들까지 열심히 안무된 액션씬들이 계속 나오구요. 같은 시절 성룡의 아크로바틱 액션에 비빌 정도까진 안 되지만 그 시절 홍콩 영화답게 허접하지도 않아서 적당히 볼만해요. 또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허랑방탕한 비밀 무기들... ㅋㅋㅋㅋ 요즘 기준으로 치면 무슨 애들 영화냐 싶은 아이템들이 자꾸 튀어나오는데 애초에 장르가 코미디인 데다가, 아이템은 유치해도 그걸로 뽑아내는 장면들은 허접하지 않으니 역시 즐거운 것.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포인트는 개그인 것인데요.

 그 시절 홍콩 영화답게 싱겁고 유치하고 또 자주 노골적인 성차별 드립들이 난무하지만... 귀엽습니다. 일단 주인공 캐릭터 셋이 다 진지함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개그 캐릭터들인 데다가 주연 배우 셋이 그걸 참 잘 소화해주기도 하구요. 이야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모난 데 없이 '나이브 그 자체'이다 보니 좀 썰렁해도 걍 피식 웃고. 성차별스러워도 '그땐 저랬지 뭐' 하고 피식 웃고. 이런 식으로 그냥 피식피식피식거리며 즐겁게 볼만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포인트로, 이렇게 웃기려는 센스가 그렇게 막 우악스럽지가 않습니다. 정확히는 그런 느낌이 같은 시기 다른 홍콩 코미디 영화들 대비 많이 약하달까요. 많이 웃기지는 않지만 동시에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아서 그냥 슴슴한데 재밌구나... 라 느낌으로 쭉 보게 되더라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요즘 관객들이라면 이 터프 여형사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 둘의 흉계(?)빠져 조신한 여성으로 변하는 게 참 맘에 안 들 것 같긴 합니다만 뭐, 옛날 홍콩이니까!)



 - 뭔가 길게 적을만한 성격의 영화가 아니기도 하고.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성룡 최고작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당히 보기 좋고 볼거리 아이디어가 많은 액션들. 요즘 기준으로 당연히 유치하지만 막 짜증날만한 것 없이 온화하고 둥글둥글 귀여워서 적당히 즐길만한 코미디.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의외로 매끄럽게 잘 섞여서 완성된 수준급 오락물이었습니다.

 물론 21세기 현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흠 잡을 데 투성이겠죠. 하지만 42년된 홍콩 영화를 보면서 그런 기준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ㅋㅋㅋㅋ

 굳이 요즘 관객들에게 권해보고 싶단 생각까진 안 듭니다만. 저처럼 이 시리즈에 대해 좋은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다시 봐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어림 버프로만 재밌게 봤던 게 아닌, 그 시절 기준으론 최상에 가깝게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오락 영화였어요. 잘 봤습니다.




 (추억은 있지만 영화 다시 보기 귀찮은 분들은 주제가라도 오랜 만에 함 듣고 가시죠. 제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중국 노래네요. 아. 홍콩 노래라고 해야 하나요...)




 + 이 시절엔 허관걸을 '성룡보다 안 유명한 웃기는 액션 배우' 라고만 생각했었죠. 가수로 그렇게 대성을 했던 분이라는 건 21세기 들어서야 알게 된 지식이었...



 ++ 시리즈는 5편까지 나와 있고 싹 다 왓챠에 있습니다. 그리고 5편에는 장국영도 나오죠. 나중에 언젠가 다 훑어볼까... 하는 생각이 아주 미약하게 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3편은 꼭 다시 보는 걸로!



 +++ 멀쩡하게 예쁘게 생겨서는 영화 속에서 계속 안 예쁘다고 구박을 받는 여주인공 역의 실비아 창씨는 나중에 '홍콩 최초의 배우 출신 여성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남겼더군요. 이후로 현지에서는 꽤 호평 받으며 꾸준히 창작 활동도 하셨다... 라는 것까지 어디서 읽고서 검색을 해보니 연출작 중에 제가 본 것도 있군요? 허허;



 ++++ 감독이 증지위인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름은 몰라도 '무간도의 그 아저씨'라고 하면 다들 아시는 분이죠.)


 이 분 말이죠. 이 분이 이 영화 감독이었다는 것도 이제사 알고 신기했는데, 이 분 아들도 영화 감독이며 대표작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와 '소년 시절의 너'라는 걸 알고는 더 당황했네요. ㅋㅋㅋ 그리고... 증지위 이 분에게 미투 건이, 그것도 성폭행 의혹이 있다는 것도 방금 알았습니다. 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0
124487 Dariush Mehrjui 1939-2023 R.I.P. [1] 조성용 2023.10.15 132
124486 프레임드 #583 [4] Lunagazer 2023.10.15 92
124485 축구 ㅡ ㅇㅇㅇ은 롤스로이스이다 daviddain 2023.10.15 115
124484 Piper Laurie 1932-2023 R.I.P. [1] 조성용 2023.10.15 144
124483 [넷플릭스바낭] 플래나간의 에드거 앨런 포 컴필레이션, '어셔가의 몰락'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10.15 676
124482 대체로 무해함 - 인간적이란 뭘까 상수 2023.10.15 224
124481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1992) [3] catgotmy 2023.10.14 230
124480 이탈리아 축구 불법도박 ㅡ 코지 판 투테 [3] daviddain 2023.10.14 167
124479 프레임드 #582 [4] Lunagazer 2023.10.14 70
124478 [넷플릭스] 어셔가의 몰락(철저하게 잡담위주!!) [10] 쏘맥 2023.10.14 502
124477 일대종사 (2013) catgotmy 2023.10.14 187
124476 [핵바낭] 그냥 또 이것저것 일상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3.10.14 532
124475 프레임드 #581 [2] Lunagazer 2023.10.13 80
124474 이탈리아 축구 불법도박 난리 중에 다시 보는 근본론ㅡ 비속어 많으니 싫으신 분들은 스킵 바람 daviddain 2023.10.13 180
124473 강시선생 잡담 [4] 돌도끼 2023.10.13 255
124472 이런 저런 잡담 [16] thoma 2023.10.13 424
124471 와호장룡 (2000) [1] catgotmy 2023.10.13 210
124470 비싼 냄새 [3] 상수 2023.10.13 371
124469 RIP Mang Hoi (맹해) madhatter 2023.10.13 188
124468 [아마존프라임바낭] 살짝 부실하지만 재밌습니다. '토탈리 킬러' 잡담 [5] 로이배티 2023.10.12 2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