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일로 인피니트 (엑스박스, PC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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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면 인피니트가 얼마 전에 컴백을 했었죠. 네... 아니 그냥 그랬다구요.)



 - 이 쪽에 관심 없는 분들에겐 뭔지 모를 이야기겠지만, 헤일로 얘길 하면 늘 불타오르는 게 원조 제작사 번지가 만들던 헤일로(1,2,3,ODST,리치)와 현재의 제작사 343공업이 만든 헤일로(4,5,인피니트)를 비교하며 쌈박질 하는 떡밥이죠. 뭐 343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343이 번지보다 낫다는 얘긴 잘 안 합니다만. 전 그저 번지가 너무 신격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 중엔 걍 마소를 까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들도 많구요. 마침 또 그 번지가 소니에게 인수되지 않았습니까. ㅋㅋㅋ

 뭐 팬들이라면 한 번 제대로 짚어 볼만한 부분이긴 한데 요즘 게임 커뮤니티는 늘상 팬덤들의 전쟁터라서 제대로 된 논쟁 같은 건 가능할 리가 없고...


 그런 빠와 까의 전쟁(사실 한국 현실에선 플스 팬덤이 한 줌이 될까 말까한 엑박 팬덤을 즈려 밟고 부관참시를 하며 축제를 벌이는 것에 가깝습니다만)이 낳은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 '헤일로: 인피니트'에 대한 평가입니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이 게임 얘기하는 걸 보면 그냥 처참하게 멸망한 망겜이고 343은 당장 해체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싹 다 목을 매달아야할 역적들이거든요. 근데 사실 요 게임의 메타 크리틱은 87점이고 (최근에 나와 극찬과 강력한 쉴드를 받던 파판16과 동점입니다 ㅋㅋ) 유저들 반응도 번지 헤일로들 수준으로 좋았어요.  다만 멀티 플레이어 서비스를 개판으로 운영하는 바람에 런칭 몇 달만에 멀티 유저들이 빠르게 빠져 나갔고, 이 부분 때문에 계속 까이고 있는 거죠. 근데 이건 저처럼 싱글 플레이만 즐기는 사람에겐 상관 없는 일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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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의 주인공은 이렇게 3인방. 혹은 2인방 + 인공지능 하나... 입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스토리는 별 기대할 게 못 되구요.)



 - 암튼 뻘소린 이만하고 그냥 게임 얘기를 하자면요.


 싱글 캠페인 기준으로는 정말 잘 만든 헤일로 게임이 맞습니다. 기존 헤일로 시리즈의 총질 시스템을 잘 계승해서 예전 그 맛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오픈 월드에 어울리는 요소들을 이것저것 잘 추가해 놓았네요. 특히 첫 공개시 그렇게 욕을 먹었던 와이어 액션 시스템이 정말로 좋습니다. 이게 오픈 월드라서 아무 데나 돌아다닐 수 있게 하려고 만들어 넣은 시스템인데, 그걸 평소 전투에도 적극적으로, 알차게 잘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놔서 새로운 맛이 있었구요.


 오픈 월드 도입도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입니다. 텅 비고 공허한 맵이 어쩌고 하면서 까는 평도 본 것 같은데. 아니 마스터 치프가 주인공인 헤일로 게임을 하면서 무슨 마을에 들어가 상인들이랑 대화하고 동네 주민들 심부름 해다 주면서 호감도라도 쌓길 바란 겁니까. ㅋㅋㅋ 그냥 맵 전체가 총질을 즐기기 위한 테마 파크처럼 짜여져 있고 그런 방향으로 잘 만들었어요. 원래 이 시리즈가 '전장'을 크고 넓고 복잡하게 만들어 놔서 거점 공략에 전략적 자유도를 주는 부분이 있다는 게 1편부터 내려온 장점이었는데. 이번엔 아예 오픈 월드로 만들어 놓으니 그런 다양한 접근법을 실험하고 써 먹어 볼 요소가 많아졌습니다. 말하자면 적들의 캠프를 쳐부수고 그 너머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1) 본인의 컨트롤을 믿고 닥돌 2) 주변에서 구한 강력한 탈것을 타고 와서 쉽게 와장창 3) 조용히 들어가서 개구멍(...)을 찾아 편하게 통과 4) 아예 비행기를 타고 와서 그냥 스킵하고 목적지 도착. 이런 식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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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언제나 난이도가 좀 되는 편입니다. 잠시만 방심하면 우리 마원사님이 이렇게 편안하게 드러누우시구요...)



 - 다만... 잘 만든 '헤일로 게임'이라는 게 또 문젭니다. 전작들에서 내내 지적받던 단점들이 해결된 게 별로 없어요. 대표적으로 스토리 전개 말이죠.


 그러니까 드라마 세 시즌 정도 되는 분량의 이야기를 정말 거칠게 대충 요약해서 플레이어들에게 마구 내던진다... 라는 느낌입니다. 이것도 정말 1편부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인데요. 1, 2편쯤 나오던 시절이 이미 20년 전이니 그 시절엔 이래도 상관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2023년에도 이러고 있는다는 건 분명한 직무유기, 월도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게다가 그 시절엔 헤일로 인기가 압도적이어서 사람들이 알아서 소설도 찾아 읽고 정보도 찾아보면서 알아서 스토리를 따라가 줬다지만 요즘 젊은이들 중 누가 헤일로 좋아합니까(...)


 그리고 디자인이 말이죠. 음. 솔직히 구립니다. ㅋㅋㅋㅋ 20년 전에 처음 구엑박으로 헤일로 1편을 해봤을 때도 디자인 관련해서 좋단 생각은 안 들었는데. 그게 스무살을 넘게 먹다 보니 이젠 그냥 촌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아요. 대표적으로 외계인들 디자인이 그렇고, 또 건물들 내부 디자인 같은 것도 정말 딱 그 시절 유행 스타일이라 난감하구요. 올드비들이야 '헤일로가 원래 이렇지 뭐' 하고 플레이 하겠지만 이런 비주얼로 젊은 세대 유입 같은 걸 바라면 절대 안 되겠구요. 한 번 완전히 갈아 엎든가, 아님 어떻게든 새로 길을 뚫어 내든가 해야할 것 같은데. 이미 343이 4편과 5편을 통해 그런 시도를 좀 해보다가 욕만 먹고 '원점 회귀'한 게 이 게임이라는 상황을 볼 때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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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언제까지 이 디자인이 멋지다고 생각하며 고수를 할 건지 나름 흥미진진합니다? ㅋㅋㅋ)



 - 결론을 내자면.

 진작부터 '헤일로'의 총질을 경험해 봤고, 그게 나름 맘에 들었던 분들이라면 걱정 없이 즐겨 볼만큼 매끈하게 잘 뽑혀 나온 헤일로 게임입니다.

 다만 시리즈 전통의 단점들이 별로 개선이 안 되었고. 시대에 뒤쳐진 부분들이 리뉴얼이 될 기미가 안 보여서 시리즈의 미래는 많이 어두워 보입니다.

 이러다 아직까지 붙들고 좋아해주는 아재팬들 다 게임 취미 때려 치우고 나면 조용히 사라져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구요.

 그래도 뭐 이미 20년이나 해먹은 프랜차이즈이기도 하고. 또 1인칭 초인 FPS들 중에 이만큼 돈 들이고 공 들여서 뽑혀 나오는 시리즈가 또 없거든요.

 그런 거 좋아하면 하시고, 아님 걍 없는 게임이다... 하시면 됩니다. ㅋㅋ



 + 그러니까 한창 잘 나갈 때, 무려 스필버그나 리들리 스콧 같은 거물들이 '내가 실사화 할래!!' 하고 달려들 때 기획, 조정 잘 해서 뭐라도 좀 뽑아 냈어야 했던 거죠. 우여곡절 끝에 작년에 파라마운트로 티비 시리즈가 나오긴 했으나 완성도 면에서나 재미 면에서나 그 평가는(...)



 ++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인기 좋은 초인 FPS 프랜차이즈들 중에 전 헤일로가 가장 어렵더라구요. 둠이나 울펜슈타인은 걍 적당히 즐기면서 할 수 있는데 헤일로는 뻑하면 죽고 죽고 또 죽어서 참 힘들었습니다. 엔딩 보고 플레이 타임을 보니 거의 20시간 가까이 했네요. 서브퀘도 조금씩 하면서 진행하긴 했지만... ㅠㅜ




2. 전장의 푸가 (아무 기종에서나 다 됩니다. 엑박플스스위치피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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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풍의 귀여운 동물 의인화 캐릭터. 2차대전 당시 영국 & 독일스런 복식과 네이밍 센스. 그리고 그림체까지 한 눈에 '일본 게임이겠다' 싶죠.)



 - 그러니까 일본 게임입니다. 딱 봐도 생긴 것부터 일본 게임이고, 플레이 해 보면 시스템들도 참으로 일본 게임이고 스토리도 일본 게임이구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넘나 일.본.게.임.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소 제작사들의 가난한 일본 게임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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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싸돌아다녀봐야 발견할 것도 없으니 '탐험'따위 때려 치우고 간략하고 편하게 즐겨 보렴. 이라는 컨셉을 느껴 보세요. 지금 이게 맵 이동입니다. ㅋㅋㅋ)



 - 정말로 위의 한 단락만 적고 끝내 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꼈으나, 그래도 좀 더 설명해 보자면요.

 시스템 쪽으로 보면 일단 '일본 RPG'입니다. 근데 흔히들 생각하는 일본 RPG에서 시간 걸리고 제작비 드는 요소들을 싹 다 쳐내 버리고 장르 팬들이 즐기는 부분들만 토막토막 만들어서 거칠게 이어 붙여 놓은 물건이에요. 말하자면 미니멀리즘 J-rpg라고나 할까요. ㅋㅋ


 그러니까 게임에 이동과 탐험 요소가 아예 없습니다. 무슨 말판 보드 게임하듯 이미 준비된 레일 위를 한 칸씩 이동하면서 칸마다 표시된대로 적을 만나거나 아이템을 줍줍하거나 그래요. 여기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거라면 중간에 있는 분기들에서 '안전한 길', '보통 길', '위험한 길' 표지판을 보고 자기 취향따라 선택하는 게 전부고요. 어느 길로 가든 결국 잠시 후 한 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이 선택은 정말로 게임의 난이도에만 영향을 미칠 뿐 그 외의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맵 중간마다 있는 '인터미션' 칸에 들어가면 주인공 캐릭터들을 조작해 전차 안에서만 돌아다니며 특정 동료와 대화 해 호감 수치를 올리거나, 이것저것 업글해서 전투력을 높이거나... 할 수 있고요. 

 이렇게 [노선 선택 -> 전투 -> 파워 업]을 두어 번 정도 하면 챕터 보스전이 나와요. 물리치면 그걸로 끝. 그리고 이런 구성의 챕터를 열 두 개 클리어하면 엔딩.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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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게임 내내 전투나 빡세게 하다가)



 - 스토리나 캐릭터면으로 봐도 참으로 일본 서브컬쳐들 특성이 그대로 정직하게 드러나서 웃음이 나옵니다. 요즘들어 다들 '퍼리'라고 부르는 그 의인화된 짐승들이 나와서 귀염을 떨구요. 그런데 스토리는 또 '전쟁의 참상' 류여서 사람들 자꾸 죽어 나가니 '오옷 이런 귀여운 그림체로 이런 심각하고 비극적 내용이라니 ㅠㅜ'라며 감탄해달라는 제작진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떨어지질 않구요. 거기서 또 게임 중 위기에 빠지면 동료들 중 하나를 직접 골라 죽여서(...) 역전을 할 수 있다는 중2병 테이스트의 '센 설정'도 참으로 그 동네 게임답다 싶고요.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게임 진행하다 보면 갑자기 동료 하나가 사망하고, 그대로 엔딩 보면 '이거 진짜 엔딩 아니니까 함 더 해보시죠?'라며 사람 약 올리고, 그래서 공략 찾아보면 죽은 갸를 살릴 방법이 숨겨져 있다 해서 진짜 엔딩 보려면 2회차를 해야 하고... 이런 것도 참 그 동네 게임답구요.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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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아끔 이렇게 제작자가 정해준 쉬는 타임에 탱크 업글, 캐릭터 친목도 높이기 놀이나 하다 보면 엔딩입니다. 정말 이 글에 올린 짤이 게임 플레이의 전부에요.)



 - 더 길게 말할 건 생각이 안 나구요.

 애시당초 일본 중소 제작사에서 '우리 팬들이면 이런 게임 좋아하시죠~' 라는 느낌으로 저렴하게 뚝딱 만들어낸 게임입니다.

 정말로 그 취향에 맞는 분들이라면 2회차도 하고 진짜 엔딩도 보고 그러고나서도 남은 숨겨진 요소들 해제를 위해 다회차 해 가면서 놀다가 이미 나온 2편으로 갈아타고도 여전히 즐거우실 수 있겠습니다만. 취향이 안 맞는다면 '대체 이 거지 같은 게임은 뭐임???' 이라며 화를 낼 수도 있을 그런 작품입니다.

 제 경우엔 그냥 나쁘지 않았어요. 어차피 일본 중소 기업 rpg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녀봐야 탐험의 재미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귀찮게 이리저리 오랜 시간 이동하고 다니며 인생 낭비하느니 이렇게 편하고 신속하게 진행하면서 전투나 신나게 하렴... 이라는 시스템이 참 우스우면서도 또 어찌보면 정직한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이미 게임패스에 올라와 있는 2편에 10월 중으로 한글 패치가 제공된다니 그때가 되면 또 해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고 뭐 그런 정도로. 애매하지만 많이 나쁘지는 않게 잘 했습니다.




 + 요 다음 게임을 '체인드 에코'로 잡고 일단 시작은 했는데... '이걸 30~40시간을 해야 엔딩이라고?'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하기 싫어지네요. ㅋㅋㅋ

 그래서 역시 게임패스에 최근에 올라온 '마퀘트'라는 퍼즐 게임을 시작했는데. 음. 전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해서 알아서 해쳐 나가야 하는 류의 퍼즐 게임에 되게 약합니다. 

 그냥 예전에 하다 만 '토엠'이나 이어서 해봐야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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