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 자체가 딱히 스포일러랄 게 없는 전개이기도 하고... 대략 어떤 방향으로의 엔딩이 될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만한 힌트는 들어가 있는 글입니다.



 - 심심하고 여유가 되면서 호러를 좋아하시면 이걸 먼저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 단편이 원작이고 이걸 인상깊게 본 길예르모 델 토로가 '내가 다 해줄게 장편으로 만들어봐' 해서 만들어진 게 넷플릭스에 있는 그 영화라고 합니다.



 - 증권 투자 일을 하다가 재산을 다 날리고 멘탈을 내려 놓은 한 아저씨가 홧김에 동료와 아내를 쏴 죽이고 딸 둘을 데리고 달아납니다. 그러다 아주 수상쩍은 산장 안으로 들어가서는... 뭐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 후 무려 5년 후 이 자매가 아까 그 아저씨의 동생에 의해 발견됩니다. 그 사이 '늑대 아이'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 자매는 화가 삼촌과 애 낳기 싫어하는 전직 락커 애인에게 양육되며 의도가 아주 불순한 의사 아저씨의 연구 대상이 되는데 당연히도 그동안 이 자매를 보살펴 준 듯한 수수께끼의 존재가 그들 주변에 어슬렁거리기 시작하고...



 - 원작이 워낙 짧고 무슨 이야기랄만한 게 없는 물건이다 보니 둘을 연결지어 이야기할만한 부분은 없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원작과 이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을 쓴 사람들이 그렇게 훌륭한 이야기꾼은 아니라는 겁니다. 도입부의 애들 아빠 행동에서부터 '도대체 쟤가 왜 저러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나리오는 끝까지 그렇게 좋아지지 않아요. 등장 인물들의 감정은 전개를 위해 빠르게 도약하고 또 의사나 애들 이모 같은 사람의 행동은 설명이 부족해서 쌩뚱맞구요. 페이스가 그렇게 좋지도 않습니다. 막판 클라이막스의 전개 같은 건 분명히 좀 늘어지죠. 게다가 장편이 되기 위해 등장한 '마마'라는 존재의 뒷이야기는 정말로 진부하기 짝이 없거든요. 여기에다가 '결말도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는 소감까지 덧붙이면 정말 악평이 따로 없겠죠.



 - 하지만 이게 꽤 재밌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게 호러 영화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감독에겐 호러 장면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아요. 이미 단편에서 살짝 보여줬던 '마마'를 데리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알차게 써먹는 것은 기본이고 '마마'쑈 하나로는 부족할 것을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아이디어들이 심심할만 할 때마다 하나씩 툭툭 튀어나오는데 이게 상당히 타율이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다 보고 나서 평을 나쁘게 할 수가 없죠. 호러 영화인데 호러를 제대로, 열심히 해서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단편에서도 인상적인 괴물이었던 '마마' 캐릭터를 좀 더 다듬고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보여주는데 그게 또 나름 개성있고 괜찮습니다. 마마 입장의 플래시백 장면들 같은 걸 보면 시각적으로 꽤 재밌게 잘 만들어 놨어요.


 그리고 배우들이 참 잘 합니다. 일단 귀여운 어린애들이 호러의 주인공인 것부터가 일종의 치트키인데, 얘들이 귀엽고 연기도 잘 한단 말이죠. 게다가 이 아가들을 이끌고 나가는 주인공이 우리(?)의 제시카 차스테인 여사님입니다. 여사님께서 까만 단발에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락커로 나와주시니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은혜로운데 거기에 덧붙여 당연히 연기도 잘 해주시니 캐릭터 감정 변화가 어떻고 스토리가 어떻고 신경 쓸 틈이 없습니다. 그냥 압도적인 감사를 드리며 몰입해 주는 수밖에요.


 

 - 결론은 이렇습니다.

 스토리나 캐릭터들의 진부함과 구멍 때문에 그렇게 좋은 평은 못 해주겠어요. 하지만 어쨌거나 개성 있고 성실하게 잘 만든 호러 영화이긴 합니다. 그러니 호러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걍 가벼운 마음과 기대감으로 한 번 봐주시면 돼요. 아마 크게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차스테인 여사님에게 호감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보세요. 여사님 만세(...)



 - 클라이막스의 대결 장면은 좀 '전설의 고향' 생각도 나고 듀나님에게 싸늘하게 까이고 조롱당하던 2000년대 초반 망한 한국 호러 영화들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그만큼 구렸단 얘기는 아니구요, 그냥 정서가 꽤 비슷해서요. 스페인 쪽 정서가 그런 걸까요.



 - 요즘에 보기 드물게 영화 속 이야기가 끝난 후 살아 남은 등장인물의 현실 뒷감당이 걱정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살아갈 방법이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흠...;



 - 아빠 그 자식은 참 답이 없더군요. 아니 자기가 그 짓(?)을 해 놓고 나중에 또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뭔지. 재수 없기 짝이 없었네요.

 어찌보면 이 또한 찌질한 남자들 몇 때문에 죄 없는 여자들이 개고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빠놈 때문에 엄마는 죽었죠, 애들은 그 고생을 하죠. 삼촌 녀석은 그래도 뭐 나쁜 놈까진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자기 여자 친구에게 자기 고생에 동참할 것을 그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건 영 아니죠. 박사 그 인간도 마찬가지구요.



 - 크레딧을 다 보고 나면 원작 단편과 똑같은 글씨체로 'Mama' 라는 글짜가 화면에 새겨집니다만. 결말이 결말이다 보니 그걸 보는 느낌이 전혀 달라지는 게 재밌었습니다.



 - 넷플릭스의 영화 소개글이 참 걸작입니다.

 "실종 5년 만에 야생 동물 같은 상태로 발견된 어린 두 조카.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피지만 자꾸 엄마를 부르는 건 단순한 그리움일까? 엄마의 사랑, 죽어서도 영원하다."


 마지막 문장 정말 끝내주지 않나요. ㅋㅋㅋㅋ 그래도 영화 내용은 제대로 알고 적은 소개글 같긴 해요. 



 - 시나리오 문제만 해결하면 참 좋은 호러 감독이 되겠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검색을 해 보니 이 영화 감독 양반이 '그것' 1과 2를 감독한 사람이었군요. 허허허. 사람들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가 봅니다. 본인 시나리오 미뤄두고 스티븐 킹 각색을 받아드니 버프가 장난이 아니었군요. 그리고... 속편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을 캐스팅 한 것도 이 영화를 함께 한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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