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비슷한 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작한지 곧 1년이 됩니다.

저는 문제아였습니다. 남들 괴롭히고 그렇게 불량한 게 아니라 지각&결석 문제로요. 초중고대 근 20년동안 한번도 개근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학부때도 제일 힘들었던게 규칙적으로 수업 가는 거였습니다. 학기 내내 전출한 수업은 아마 한두과목 밖에 없었을 거에요..
그렇게 불성실한 건 아닌데, 나름 제가 하고자 하는 공부는 열심히 하거든요. 다만 개인적인 유연성이 없고 다같이 빡센 환경이 싫은거였어요.
고교 방학보충수업에 선택권이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했던 저는, 전교에서 유일하게 참여동의서를 내지 않았고, 그러자 저를 따라 이후 많은 아이들도 참여거부를 했고, 저는 선동죄로 찍혀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와야 했습니다.

뭐 이런 저였지만 직장은 우려와 다르게 지각,결근 없이 성실하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좋게 봐주시는 상사도 계시구요.
긴 얘기를 한 건 제 기본적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서에요.

전 출근했을 때는 최선을 다해 일합니다만.
역시 집단 내 규칙을 따른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또 제발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나에게 불필요한, 혹은 비효율적인 것들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는 상사들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자신의 지시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일주일 내내 열시 퇴근을 시킨다던가,
당장 할일이 산더미만큼 쌓여있는데, 관련은 있지만 사실 변죽 울리기에 불과한 충고를 3시간씩 진지하게 듣는 척 하며 끄덕거리고 있어야 한다던가 하는 상황때문에요.

게다가 제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은 다들 일 중독이에요.
7시 출근, 7시 퇴근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정도면 일찍 퇴근하는거고 8~9시까지 남아서 일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다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어요. 저도 멋진 일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녁이 있는 삶이 좋아요. 7시에 출근했으면 5시에 퇴근해서 가족과 저녁을 먹고, 영화 한편을 보거나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다시 다음날 출근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발 평일 저녁이나 금요일에 일거리를 내주지 않았으면 좋겠구요. 내일까지 해 와, 라던가 월요일까지 해오라는 말과 함께요.
제가 욕심이 있어서 하고싶은 일을 자발적으로 주말에 하는 건 좋지만
저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주말을 바쳐 해 가야 하는 상황은 정말 화가 납니다.

저만 이런건 아닐거에요. 대부분이 사회인들도 강제적이고 부당한 상황을 겪어가며 살고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그 상황에 대해 선택의 여지도 없을 거구요
회식 다들 가고싶어서 가는 거 아닐거고, 부장님이랑 등산 가느니 다들 애인과 데이트하고 싶겠죠.

그런데 웃긴 건 다들 이런 상황이라도, 제 동료들은 궁시렁거리기는 하는데 거부를 하지 않는다는거에요. ㅠㅠ
저는 이미지 점수가 좀 깎이더라도, 죄송하지만 저는 선약이 있어 회식 못가겠습니다.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동료들이 그렇게 한다고 하면 저를 말립니다. 분위기 나빠지니까 그러면 안된다고. 그런 상황에서 저 하고싶은대로 하는만큼 눈치없진 않으니 또 꾸역꾸역 따라가구요.

저는 제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은 대충 하려고 합니다. (대충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손해보는 건 없는 일이에요.) 그런데 다들 그런 일도 열심히 해요. 그리고 대충 하려는 저를 뭐라고 합니다. 쟤 열심히 안한다고....
사실 전, 따로 연구도 하면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는 나름 노력하며 살고 있는데.. 

그렇다고 제가 자기 좋은 것만 챙기는 그런 전형적으로 이기주의 캐릭터는 아니에요.
저는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간섭받지도 말자는 주의거든요. 오히려 좀 손해를 봐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고, 동료들과의 단체 업무에서는 제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더 힘든 일을 맡으려고 합니다.

다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주어졌을때 마음속에 드는 반항심이 남보다 훨씬 강한 것 같고, 그 때 일의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집니다.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훨씬 힘들어하고요.
기본적으로 빡빡한 걸 싫어하는 성격도 있구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런 빡센 집단이 싫어요. 동료들이 보기엔 좀 별로로 보이더라도, 자유로운 회사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중이구요.

한번도 이런 얘길 동료들에게 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어떻게 적응은 하고 살고있지만, 윗사람 눈치보느라 할말 못하고 사는게 너무 답답해서, 나 여기 뜰거야. 는 좀 뻔하고 사람이 가늘어 보이잖아요.
제가 이 회사에 남아있기를 선택한다면 제 분야에서 무난한 타이틀은 달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직을 선택한다면 상대적으로 지금의 동료보단 낮은 스펙을 달게되겠지만, 개인적인 시간과 자율성은 보장될거라도 기대하구요..

참 주저리 주저리 길게도 썼네요.
주어진 시간 내에 열심히 살되 그렇게 모든 일에 열심히는 살고싶지 않고, 사회적 규칙에 순응하며 살고싶지 않아요. 저, 비정상인가요?
아직 학생 티를 못 벗어 철이 덜 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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