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언제나 그렇듯 모두 게임패스로 플레이했습니다.



1. 시그널리스 (플스, 엑박, 스위치, PC 모두모두 가능)


 (그래픽부터 분위기, 게임 플레이까지 정말 완벽하게 일본 게임인데 사실은 독일산이라는 반전이 있습니다. ㅋㅋ 역시 덕후들이란...)



 - 간단히 말해 2D 도트'풍' 그래픽 버전의 바이오 하자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뭐 우주 여행에 인조 인간에 완전히 SF풍으로, 그것도 세상 다 망한 후 괴물처럼 변한 로봇들만 어슬렁거리는 폐허를 헤매는 호러 SF풍으로 짜여져 있습니다만. 게임 플레이는 철저히 바이오 하자드에요.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좁아터졌지만 복잡하게 배배 꼬인 맵을 헤매고 다니면서 괴물 피하고 퍼즐 풀어서 문 여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장점과 단점이 모두 거기에서 나옵니다. 일단 옛날 옛적의 액션 적고 퍼즐 풀이 위주였던 바이오 하자드를 좋아하신다면 참으로 반가운 게임일 거라는 거. 옛날 그 게임들 특유의 배배 꼬인 맵, 적당한 난이도의 퍼즐, 모자라는 총알 때문에 더욱 더 부담스러운 괴물들의 압박... 등이 아주 잘 살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바이오 하자드 계승'에 넘나 충실한 나머지 원작의 짜증나는 점들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좁아 터진 인벤토리 덕분에 같은 장소를 서너번씩 왕복하며 보관함을 채워야 하는 고행의 게임 진행인데. 정말 마지막까지 사람 환장하게 만듭니다. ㅋㅋㅋ


 그리고 스토리가 뭐랄까... 이 역시 취향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게임 진행하며 컷씬을 보다가 엔딩 보고 나면 '대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던 것인가' 라는 번뇌에 빠지게 됩니다. 설명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떡밥만 던지는 식이라서요. 결국 게임 속에서 접하는 문서들을 다 꼼꼼하게 읽은 후에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줘야 '이야기' 비슷한 게 대충이라도 만들어지는데요. 이런 스토리 텔링 자체는 그냥 제작자의 선택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이제 이런 스타일도 하도 많이 접한지라 그냥 귀찮더라구요. 


 암튼 바이오 하자드의 액션 말고, 퍼즐과 길찾기 플레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겁게 하실 겁니다. 불행히도 전 아니었지만요.



 + '하우 롱 투 빗' 사이트에 따르면 평균 플레이타임 9시간. 이것저것 다 해도 13시간 이내... 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 사이트는 엄청난 허세쟁이들(혹은 늘 공략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게 분명합니다. ㅋㅋ 전 꾸역꾸역 하다가 지겨워져서 뒤쪽 1/3 정도는 공략 보고 달렸는데도 19시간 걸렸어요. ㅠㅜ



2. 프로데우스 (플랫폼은 위와 같이 '전기종' 입니다)


 (썸네일 보는 순간 '뙇!'하는 그 게임이 있죠. 정말 그냥 그 게임이라고 생각하셔도 되는 물건입니다.)



 참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냥 '둠'이에요. 정말 뭐 더 설명을 붙일 게 없는 것인데요. 정말로... 그냥 둠입니다. ㅋㅋㅋㅋ 그것도 고전 둠 말이죠.


 장점부터 말하자면 역시 고전 둠이라는 겁니다. (쿨럭;) 아무 생각 없이, 빠르고 화끈한 총질로 악마들 쏘고 터뜨리다 보면 그냥 스테이지가 끝나는 식이죠. 그것만으로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맵 속에 숨겨진 요소들을 넣어두고, 또 그런 걸 열심히 찾아서 자원 아이템을 모아야 샵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들 같은 걸 준비해 놨어요. 당연히 귀찮으면 안 건드려도 상관 없구요. 거의 초반에 얻는 무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엔딩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도 일부러 옛날 둠의 그래픽와 연출을 흉내내고 있는데, 그 역시 정겨워서 좋구요. 그래픽 그대로 정직하게 사양도 안 타서 좋구요. 음악도 둠스런 메탈 음악이 자자장~


 근데 이게 또 인디 게임이라서 말이죠. 볼륨이 작아서 너댓시간이면 엔딩 보는 수준인데... 이걸 단점이라 느끼진 않았습니다. 그냥 딱 좋았어요. 화끈한 건 좋지만 워낙 게임 플레이가 심플하다 보니 더 길게 이어졌음 질렸을 것 같아서요. 다만 스토리라고 할만한 게 그냥 전무해서. 진짜 말 그대로 스토리 없는 수십년 전 액션 게임 느낌이라 엔딩까지 보고 나서도 뭘 하다 만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겠네요.


 그러니 그냥 옛날 둠과 아주 비슷하지만 옛날 둠은 아닌(...) 새로운 게임을 해보고 싶으시다든가. 그 옛날 초인 FPS의 화끈하고 경쾌한 총질을 다시 체험해 보고 싶으시다든가...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어쨌든 그 쪽으로의 재미 하나는 확실한 게임이고, 그 외엔 재미를 찾을 구석이 아예 없는 게임이기도 해요. ㅋㅋ 제 경우엔 '둠 이터널'을 하다가 둠 본연의 그 단순 과격한 재미를 해치는 복잡한 요소들 때문에 짜증이 나서 때려 치운 사람이라, 그 대용품으로 아주 신나게 즐겼습니다.



3. 벤바 (역시 '전기종' 플랫폼입니다)


 (타밀어로 엄마는 '엄마', 아빠는 '아빠'라는 걸 전 처음 알았네요. 아아 역시 환단고기는 사실이었어!!!)



 여기 적은 소감들이 거의 인디 게임들인데, 이 게임은 그 중에서도 더욱 더 격하게 인디 게임입니다. 다른 게 저예산 게임이라면 이건 극저예산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2D풍의 개성 있는 그래픽으로 이어지는 컷씬들 보면서 스토리 구경하는 게임이에요. 근데 그 스토리의 중심에 '음식'이 있어서 중간중간 음식 만들기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라고 부를만한 유일한 부분이구요. '엄마의 요리책'에 그려진 레시피를 보며 따라해야 하는데, 초반엔 그럭저럭 따라할만하게 그려져 있는데 뒤로 갈수록 책의 어디가 지워지고, 페이지가 찢어지고 이런 식이라서 알아서 찍어 넘겨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그래서 결국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감으로 클리어 해야 한다는 좀 괴상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그 요리가 언제나 단순해서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게... 플레이 타임이 2시간이 안 되는 정말 짧은 게임이라서요. ㅋㅋㅋㅋ


 솔직히 '이걸 호평해도 되나' 싶은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플레이랄만한 게 별로 없는 데다가 그나마도 얄팍하고. 분량은 과하게 짧고. 평가를 하기 이전에 평범한 의미로서의 '게임'에 이걸 넣어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부분을 먼저 고민해야할 것 같은 작품인데요. 근데 나름 강력한 장점이 있긴 해요.


 그러니까 스토리가 좋습니다. 새로운 삶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간 젊은 인도인 부부의 사연으로 시작해서 그들의 인생을 간략하게 훑는 식인데요. 그래서 1. 이민자의 힘든 삶 이야기 2. 인도의 문화와 전통 요리. 이렇게 두 가지 소재가 하나로 엮여서 흘러가고... 이걸 아주 진지한 태도로, 애틋하게 잘 그려내요. 어찌보면 흔한 설정들의 연속인데 그림체도 좋고 대사도 괜찮고 해서 보다 보면 꽤 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어설픈 요리 플레이'도 스토리상으로 살짝 익스큐즈가 되구요. 이게 결국 '엄마의 레시피로 어설프게 요리 도전하는 상황'의 연속이라서요. ㅋㅋ 그러니까 본격 요리 게임이 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요리를 통해 전해지는 부모의 자식 사랑과 민족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던 겁니다.


 사실 뭐 엄격하게 말하면 그 스토리도 살짝 이가 빠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시 말하지만 게임 플레이 측면으론 호평해주기 어려운 게임이라 추천하긴 좀 애매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게임 좋아하시고, 쉽고 짧은 게임 좋아하시면 한 번 해보실만 합니다. 뭐 어차피 게임패스 유저라면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기도 하구요. 


 다만... 마지막 단점 하날 빼놓았는데, 한글 미지원 게임입니다. ㅋㅋㅋ 대사가 되게 많지 않고 또 대충 해석하고 넘겨 짚어가며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는 쉬운 영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거죠.



4. 타이니킨 (오늘은 마지막까지 플랫폼이 다 '전기종' 이네요)


 (이런 게임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누군가의 추천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깔았다가 '안 해봤음 큰일날 뻔'이라는 소감으로 엔딩을 보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오늘 적는 게임들 중에서 이 게임이 좀 튀는 부분이라면, 게임패스에 없다는 겁니다.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전 당연히 아직 있을 때 플레이 했죠.


 트레일러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귀여운 그래픽으로 승부하는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우주인이 어쩌고 하는 배경 스토리가 있긴 한데 1도 신경 안 써도 되구요. 걍 소인(?) 주인공이 나와서 거인들이 사는 것 같은 집구석을 헤매고 다니며 아이템 수집하고 길 찾고 퍼즐 풀고 하는 게임이고 스테이지 클리어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구요. '피크민'이나 '와일드 하트'처럼 귀여운 미니언들을 끌고 다니며 퍼즐을 푼다는 게 포인트... 이긴 한데 이 부분은 그냥 '와일드 하트'랑 거의 같습니다. 딱히 신선할 건 없는데 이쪽이 훨씬 귀엽다는 차이 정도.


 이래저래 뭔가 확실히 새롭고 신선한 포인트 같은 게 없는 무난한 아이디어의 플랫포머 게임인데... 그래서 칭찬을 이런 식으로 밖에 할 수가 없군요.

 그러니까 뭔가 아주 '닌텐도스럽게' 잘 만든 게임이에요. 그래픽이나 디자인이 특별할 건 없는데 직접 플레이 하다 보면 참 귀엽습니다. 다양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스테이지 디자인을 잘 해놔서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울 정도로 조작의 재미가 있어요. 그냥 별 생각 없이 '여기도 가 볼까? 저기는 뭐지?' 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뭐가 계속 새롭게 발견되고, 그래서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클리어 조건을 다 채우게 되는 식으로 레벨 디자인도 아주 잘 되어 있구요. 그런데 또 그렇게 클리어는 쉽지만 마스터는 어렵도록, 그래서 원하는 사람은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유머 감각도 좋아요. 스테이지 디자인이나 퍼즐의 아이디어 같은 게 은근히 다 귀엽고 웃겨서 좋습니다.


 그래서 이 또한 한글 자막이 없다는 거, 그런데 게임 속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는 게 많다 보니 대사 읽을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 이 부분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게임이고 오늘 글 적은 게임들 중 유아독존급의 추천작입니다만. 이미 말씀드렸듯이 게임패스에선 내려갔고. 가격은 윈도우 스토어와 스팀 기준 25$입니다 고갱님. ㅋㅋㅋ


 

5. 

 장안의 화제작 스타필드... 는 아직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원래 베데스다 팬도 아니고 또 우주 매니아도 아니고 해서요.

 하지만 앞으로도 게임패스에 있을 게임이니 베데스다가 최적화 및 버그 잡기 좀 더 해주고, 뭣보다 유저 모드가 아주 풍족해지면 대략 1년쯤 후에 깨작깨작 시도해 보려구요. ㅋㅋ


 근데 이와 별개로 이 게임의 런칭을 둘러싼 소동을 보고 있노라면 참 기가 찹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 어떤 영역을 가도 팬덤끼리 싸우는 걸 피해갈 수가 없게된 것 같아요. 아니 게임 그 까이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렇게 인생을 걸듯이 열정적으로 난리들을 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허허.


 아마 제가 최신작을 하게 된다면 그건 발매가 열흘 정도 남은 국산(!!!) 콘솔 게임 'P의 거짓'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소울 라이크 게임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한국 제작사가 예산 많이 투입해가며 열성적으로 만드는 게임이고 지금까지 평가도 좋아서 호기심이 가네요. 부디 재밌게 잘 만들고, 세계적으로 히트도 쳐서 앞으로 한국산 콘솔 게임들도 종종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6. 영 쌩뚱맞지만.



 보고 싶지 않은데 자꾸 보이는 나라 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싫을 때. 

 자식들도 보고 영화도 보고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들도 다 귀찮을 땐 걍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멍 때리다 자곤 합니다.


 알 자로 아저씨 목소리는 정말 들어도 들어도 뭐라 형용할 길이 없네요. 이 사람 노래를 들으면 사람의 목소리도 악기다. 라는 흔한 이야기가 아주 강력하게 떠올라요. ㅋㅋ

 진짜 이 분 내한 공연 때 못 간 게 일생의 한입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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