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의 바다가 되고 있는 이 흐름에 또다시 물한바가지 부어봐요.


 제목이 제가 하려는 말의 거친 요약이 될텐데... 일단, 전에 이 글(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EC%95%99%EA%B2%94&search_target=nick_name&document_srl=3526287 사실 이 글에서 성적 대상과 성적 대상화를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쓴 감이 있어, 아차~ 싶었긴 한데 가만히 또 생각해보니 그 둘의 명확한 구분이란게 가능한가? 해서 대충 억지로 안심하고 있어요.)을 쓴 이후 불법미인의 고소하면 죽어 드립, 김어준의 사과?, 가슴이 쪼그라든 엠비씨 언니, 삼국카페의 성명 사건등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저도 줏어들은거 많고 배운거도 참 많네요. 배운게 감사해서... 는 아니고 그냥 제가 떠들고 싶어 떠드는데...


 이 건에 대한 제 생각을 쓰는글에 제목을 저따구로 붙인 이유는 개인은 개인이면서 사회의 일부라는 것 때문이에요. 거두절미하고 결론에 바로 가보자면... 비키니녀가 가슴을 깐 것은 본인의 의도를 존중하자면, 자신의 성성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무엇에든 쓸 수 있다"


라는 선언이었다고 봐요. 내가 벗고 수영을 하든, 벗고 샤워를 하든, 벗고 시위를 하든 그것은 나의 자유이며, 나의 육체를 보고 음탕한 생각을 하려는 작자들이 있든 말든 나는 내 몸을 내 멋대로 굴리겠다, 라는 선언이라는 점에서요. 여기서 하나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저는 페미니즘에 문외한이나 다름없고 말 그대로 띄엄띄엄 줏어들은거 밖에 없는 주제이긴 합니다만(사실 그런줄 알면 함부로 떠들면 안되는데 요놈의 주둥아리, 아니 손꾸락이...), 그에 대해 느껴지는 것이 "남성우위 사회에서 절대적 약자로서 위험에 처해있는 여성" 이라는 것을 너무 강하게 전제하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여성의 성적 가능성을 "여성의 이름으로" 묶게 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들고, 위에 쓴 자기 인용한 글은 그에 대한 불만을 어렴풋이 느끼는 시점에서 쓴 글이었네요.


 조금만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믄, 여성들이 어떤 시점에서 "애낳는 도구로서, 남성의 성욕분출기로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은 시점" 은 있다고 가정할 수 있고, 그런 시점에서 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그에 맞서 도전을 시작한 것을 페미니즘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건 역사적 설명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일종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시면 될거 같아요. 그리고, 그로부터 시작된 투쟁은, 분명히 페미니즘의 온건한 그룹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아직 충분치 않은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분명히 "어떠한 성과" 를 이루어 왔을 것이고, 그것은 또한 "어떠한 공간" 을 창출해 냈다는 것이죠. 그에 대해서는 대충 물뚝심송의 이 글(http://www.ddanzi.com/blog/archives/63408)이 말하려 하는 B 를 그것으로 상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저는 저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고 보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저 글에서는 고리짝 논리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 말을 역사적으로 해석해보자면... 페미니즘이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것은 가장 적절한 것이 될 거에요. 이 시대의 성적 엄숙주의, 그러나 그 이면에서의 위선적인 성적 탐닉, 그 과정에서 여성이 현모양처로서 가정의 기둥으로 땅에 못박고 꼼짝못할게 강요되는 한편, 남성들의 육욕의 하수구가 될 것을 요구받았던 것은 분명한 역사의 한 모습이었을 거에요. 페미니즘의 기본전제가 그것이 출발한 시대의 관념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봐요. 마치, 마르크시즘또한 19세기의 사회상에 대한 인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듯이 말이죠. 지금 시대에 윗 단락에서 말 했듯이, 페미니즘 150여년간의 투쟁으로인해 어떤 공간이 열린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여성들이 놓인 상황이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과 이어져 있는 면이 강하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어요.


 사실, 그렇기에 이번 논쟁에서 저는 불법미인의 입장과 그에 대해 비판한 급진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이 어느 쪽도 "정당성을 독점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이 시대가 빅토리아 시대로부터 멀~~리 온 연장선상에 불법미인이 있고, 지금의 이 시대가 빅토리아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바탕에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럼 생각이 다른거니 공존하면 되는거 아냐? 그렇다면 논란이 되지 않고, 그 논란이 되는 지점이 제가 제목에서 말한 저것이 되는게 아닌가 시프요. 여성으로서 여성의 몸을 남성들이 성적으로"만" 대하는 것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육체를 성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제한되어 버려요. 제가 위에 인용한 전에 썼던 글에서 못다했던 이야기가 결국 여성의 육체의 "성적 사용" 은 결국 남성들이 하는거거든요.(동성애 문제가 소규모지만 중대한 예외로 남고, 레스비어니즘이 그런 틈에서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성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직도 여성을 자신의 육욕의 배출구로서 밖에 보지 못하는 남성들"


속에서 위험을 초래하는 행동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죠. 페미니즘이 사실은 남성까지도 해방시켜야 하는 것은, 여성이 자신의 육체에 대해 진정한 의미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육체를 통해 성적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남성들또한 각성 되어야 하기 때문" 이랄 수 있을 것인데, 그럴 가능성이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여성의 육체의 성적표현은 위험해지는 영역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의, 화려한 조연인 나꼼수들은, 바로 그런 점에서 "각성되지 못한 남성성이 여성의 육체를 언제든 물화시킬 수 있음" 이, 더더구나, 김어준이라는, 이 시대의 트렌드의 선두에 서있는 사람중 하나에게서 조차 드러났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그것은 드러났을 뿐이에요. 전에도 말했고, 지금 많이 말해지고 있듯이, 불법미인은, 나의 육체의 "과시" 가 그들과의 동지애를 해치지 않고, 그들이 코피조심이라고 하건 말건 나는 그들을 동지로서 신뢰한다, 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어찌보면 이 쪽이 더 대범한걸수도 있어요. 불법미인의 의도를 억측해보자면 '쟈들이 못나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멋도 있으니 내가 품어줄 것이여~' 랄 수도 있는거니까요. 그러나,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되기까지, 지금까지 말한 저 "두려움에 바탕한 조심스러움" 이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이 사건은 결코


"이렇게까지 커질일이 아니었던 것"


은 아니라고 봐요. 한국이란, 특정시대 특정지역 특정문화의 사회에서 여성을 둘러싼 투쟁이 어디까지 와있는지가 간접적(이지만 무척이나 시끄럽게)으로 증명된 하나의 사건이라고 본다면 말이죠.



 이 글은 철저히 진단이상은 되지 못해요. 그냥 내가 보기에 지금 이런거 같애, 라고 말할 뿐, 지금의 상황이 무엇이다 라고 단언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무엇이 맞다는 것도 아니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 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그저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당연히 없고 간접적인 관련도 별로 없지만,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인 동시대인중 하나로서 지켜본 바로서는 이런 의미와 맥락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찌보면 제가 이 사건의 주체들중 그 누구에게도 큰 접점이 없고 사건 자체에도 관심이 크지는 않았다, 라고 한다면 그러한 입장에서의 접근도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서 써봤어요. 관심없다며 뭘 그리 신경쓰시나? 하면 김어준이 싫어서 딱 그만큼 관심을 가졌다는 점은 솔직히 말해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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