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워낙 뻔한 이야기인데 등장 인물은 너무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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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불제의 놀라운 혜택!!!)



 - 평화롭고 살기 좋은 시골 마을 '캐슬록'의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호젓한 이 마을엔 평범하게 선량한 우리의 이웃들이 모여 정겹게 살... 긴 개뿔이죠. 캐슬록이잖아요. 스티븐 킹이구요. ㅋㅋㅋ

 암튼 이 마을에 불현듯 '르랜드' 라는 외국인스런 할배가 나타나 '욕망을 파는 집'이라는 골동품 가게를 오픈해요. 이 곳의 특징이라면 첫째로 고갱님들의 니즈에 맞는 아이템이 영문을 알 수 없이 잘 구비되어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 그걸 격하게 저렴한 값에 판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그러면서 대신 '나머지 금액 대신 이것 하나만 해줄래?'라고 사장이 고객에게 뭘 부탁을 한다는 겁니다.

 처음엔 진심으로 원했던 아이템의 저렴한 획득에 기뻐하는 순진한 고객님들입니다만. 당연히 이 일이 그렇게 행복하게 흘러갈 리가 없겠고. 특히 그 '부탁'이 문제겠죠. 그리고 이랬거나 저랬거나, 결국 스티븐 킹 이야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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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해 보이는 그 시절 질감입니다만. 이게 또 그 시절 추억 있는 입장에선 참 끌린단 말이죠. 허허...)



 - 영화의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었고. 이 영화가 나올 당시 기준으로도 대략 98년쯤 됐네요. 갑자기 뭔소리냐면, 유독 이 시절... 그러니까 80~90년대 영화를 볼 때마다 요즘의 영화 스타일과 참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ㅋㅋ 뭐라고 콕 찝어서 설명할 능력은 안 되지만 암튼 총체적으로 달라요. 편집이든 미장센이든 배우들 차림새나 연기 스타일이든. 물론 아예 고전 영화들이 다르긴 더 다르겠지만 그건 애초에 격하게 다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게 되는데, 대략 이 시기 영화들을 보면 그게 더 튀게 느껴진단 말이죠.


 그리고 제가 영화를 처음 보며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게 바로 이 시기이고. 그래서 이 시절 영화들 특유의 연출이나 질감, 분위기 같은 것에 대해 추억이 있고. 자연스레 이 시절 영화들을 종종 다시 챙겨보는 편이고 또 평가도 많이 후한 편입니다. 그러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못 만든 영화란 게 있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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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폰 시도우 할아버지의 즐기는 악역 연기가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명복을 빌어요 대배우님.)



 - 일단 뭐 기본 설정만 봐도 르랜드의 정체는 뻔하죠. 영화 초반부터 암시도 팍팍 넣어주고 중반쯤부턴 아예 대놓고 나오는 내용이니 스포일러랄 것도 없으니 그냥 밝히자면 악마입니다. 골동품 팔이를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계약을 맺게 만들고. 그 다음에 이 악마가 주문하는 '부탁'은 계약 당사자들은 상상 못할 큰 그림의 일부로서... 결국 그게 완성되면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 서로가 서로를 파멸시키게 되겠죠. 대충 이렇게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지옥도를 만들어 놓고 즐기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당연히 이 마을 사람들은 겉보기에만 평화롭고 친근할 뿐, 이미 진작부터 서로에 대한 미움과 열등감과 증오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었다. 라는 설정이에요. 위와 같은 악마가 재밌어지면서 이야기가 흥미로워 보이려면 이 또한 당연한 선택이죠. 그러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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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악마가 등 안 떠밀어줘도 알아서 자멸할 것 같은 마을 사람들 분위기가 일단 이야기의 맥을 빼놓는 감이 있구요.)



 - 일단 각색이 그리 잘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우선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주민들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어두움' 같은 게 전혀 안 느껴져요. 이미 시작부터 이 사람들 관계가 대놓고 막장이거든요. ㅋㅋㅋ 악마 같은 게 안 나타나도 조만간 서로 죽이고 죽을 것처럼 보이는 양반들이 간신히 참고 살다가 악마를 만나 활개를 친다...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ㅋㅋ 그리고 이렇다 보니 악마가 쳐놓는 덫이나 '큰 그림' 같은 게 별로 안 교묘해 보이고 그래서 악마의 카리스마가 많이 죽습니다.


 캐릭터들이 아주 많은 편인데 갸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보여주지를 못합니다. 그러니까 보여줄 건 다 보여주긴 하는데 그냥 간신히 보여주는 데만 성공했달까... 각자의 사연이나 감정 같은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걍 호로록 악마에게 넘어가 진상질 부리는 것만 보여주니 아무리 비극적이고 끔찍한 상황이 연달아 벌어져도 감흥이 크게 안 살죠. 감흥은 둘째치고 전개가 좀 산만하단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완급도 잘 조절되지 않았습니다. '일은 되게 많이 벌어지는데 느린 느낌이네' 라고나 할까요. 대놓고 주인공 위치인 에드 해리스의 경찰 아저씨가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라고 느낄만큼 캐릭터가 잘 소개되는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많은 인물들 이야기를 주루룩 늘어 놓다 보니 더욱 더 주인공의 존재감은 옅어지고. 그러니 이야기의 중심이 사라지고. 그러니 뭐가 막 벌어져도 뭐가 중허고 중허지 않고 구분이 안 돼서 임팩트도 없고...


 결론적으로 좀 지루했어요. 게다가 런닝타임도 두 시간 남짓이니 흠... 좀 취사 선택을 잘 해서 덜어낼 건 덜어내며 중요한 부분엔 하이라이트도 주고 그랬음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애초에 각본부터 망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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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내십시오 해리스씨! 이제 '더 록'까지 2년 남았습니다!!!!)



 - 장점을 꼽자면 뭐,


 일단 막스 폰 시도우 아저씨가 즐겁게 연기하는 악마가 있습니다. 대단한 연기가 필요할만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냥 배우 본인의 아우라가 있으니 적당히만 멋부리며 연기해도 꽤 근사하게 살아나는 느낌이었네요. 배우도 잘 했지만 캐스팅의 승리라는 느낌.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이 흐릿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캐릭터였어요.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그리고 원작 스토리에서 그럭저럭 살아남은 재미 거리들이 있죠. 어쨌거나 평범한 사람들이 뭔가에 홀려서 자기들 맘속 욕망대로 폭주하며 집단으로 파멸해간다... 라는 식의 자극적인 설정이 재미가 아예 없기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ㅋㅋ 그러다 클라이막스 즈음에 말 그대로 '집단 광기'를 뿜어내며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전개도 거칠거칠하지만 구경할만 했구요. 


 뭣보다 스티븐 킹 팬이고 원작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냥 다른 기대는 접어두고 '이번엔 어떻게 영상화했나 보자~' 라며 즐기게 되는 부분도 있겠죠. 저는 그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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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스 맥클레인을 뵐 수 있었다는 것도 제 소소한 플러스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이 배우님 다른 작품에서 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역시나 지금도 활동 중인 현역이셨군요. ㅋㅋㅋ)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엄청나게 못 만든 망작이냐!! 고 하면 그 정돈 아니에요. 다만 배우 연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모자라면서 별다른 개성 없이 만들어진 영화랄까요. 원작을 효율적으로 압축하지 못해서 긴 런닝타임 대비 별 실속이 없는 느낌이기도 하구요.

 쉴드를 좀 쳐 주자면... 아무래도 원작이 이렇게 한 편짜리 영화로 만들기엔 좀 애매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차라리 에피소드식으로 해서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훨씬 여유 있게 이야기를 풀며 재밌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결론은 에드 해리스, 막스 폰 시도우, 혹은 스티븐 킹. 이 셋 중 하나의 열성 팬이시라면 보겠다고 해도 안 말리겠지만, 그 외엔 굳이 2023년에 찾아서 챙겨볼만한 이유는 없을 영화 같았습니다. 그러합니다.




 + 감독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십계'가 나옵니다. 네, 그 유명한 '십계'요. 근데 그 영화 감독이 이걸 만들었을 리도 없고. 감독님 나이도 택도 없고...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본인이 두 살 때 아기 모세 역할로 출연하셨군요. ㅋㅋㅋ 그리고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감독님 성이 뒤늦게 눈에 들어옵니다. 프레이저 클락 '헤스턴'. 허허. 찰턴 헤스턴 아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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