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읽.으.려.고 샀는데 잘 읽혀지지 않는 책,들이 있습니다.

제게 있어 그런 책들은 예를 들자면 [모든것의 역사] 라던가 [코스모스]라던가...

그래도 반드시! 올해는 다 읽어보이고야 말겠다! 라고 혼자 다짐합니다.

다짐하고 또 한 해를 넘겨버릴 지도 모르겠지만요(저 책들이 아마 2년전에 산 책..하아.)

그런데, 선물 받은 책들은 읽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지요.

그 책을 선물한 이를 만났을 적에 책에 대한 대화가 오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정성일 씨의 [필사의 탐독]을 선물 받고, 두께에 위축되고 내용에(재밌는 부분도 있지만) 더블 위축되지만서도

꿋꿋하게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독후감 쓸건 아니지만..)

그러고보면 저는 어쩌면 '과시하고픈 욕구' 덕택에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식함과 얄팍함을 간신히 덮을만한 책을 좀 읽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내비쳐가며

'나 완전 무식하지는 않아' 라는 것을 과시하고싶어하는 거죠.

아무래도 지적컴플렉스가 반영되는 게 분명합니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을 보면 다독이 확실히 그 글에 반영되는 것이 눈에 보이거든요.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타인과 대화하거나 타인의 말(혹은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을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읽는 것도 잘해야 하는데

저는 아직 멀은 사람같습니다. -_ -

고로, 올해 저의 목표는 책 읽기와 몸 만들기 그리고 좀 더 세련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되기, 입니다.

 

# 어제 아버님께서 꽤 많은 돈이 든 지갑을 잃어버리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아파트 지하 2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잃어버리셨음을 확신하셨고

관리통제센터에 가셔서 CCTV를 한장면 한장면 주의깊게 보시고 오셨습니다.

어머님께서도 함께 갔다 오셨는데, 저희에게 묘사하시기를

[늬 아버님이 엘리베이터 타고 얼마 안 있다가 네(저)또래의 여자가 목도리를 칭칭감은채로 탔고

그 다음이 우리 아래층 가족들, 그리고 난 후에 늬들 가족들이 탔더구나.

아무래도 그 목도리 칭칭 감은 여자가 주운거 같아] 라고 하셨지요.

그로부터 가족들이 둘러앉아 '어쩐지 그 여자분  본 것 같다'는 둥  '왜 엘리베이터 안에서 칭칭 목도리를 둘렀겠냐

뭔가 주웠으니까 CCTV에 얼굴 안 걸리려고 칭칭 둘른것일것이다' 라는 둥 '어제 날짜 CCTV랑 그 전날 CCTV 봐서 매번

같은 시간에 타는 사람인데 만약 내일부터 안타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 는 둥 추측들을 연발했지요.

어머님께서는 '엘리베이터 탔는데 뭐랄까 분주하고 안절부절한 것처럼 보였다' 라고 하셨구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두 분께 "엘리베이터 앞에 '무조건' 떨어뜨렸다는 '증거'가 없고, 특히나 '누가 집어갔다' 라는 증거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도난'이 아닌 '분실'인 마당에 신고하면 찾을 가능성은 없거니와 동네방네 소문내는 모양새니

그냥 좋은일에 썼다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맘 편하고 좋지 않겠냐" 며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어머님께서 문자를 보내오셨어요 [지갑군 1박외박후귀가] ..

전화했더니 강북의 세무사'님'께서 주워서 고스란히 돌려주셨더군요.

..세무사님께서는 (XX만원) 돈 쯤은 돈도 아니셨..다기 보다는 매우 좋은 분이신거죠.

(아마 저였다면 돈의 노예가 되었을지도 <= 전 좀 때묻어서.하하.. -_- )

 

그제야 비로소 그 '목도리칭칭두른수상쩍은여인'이 우리 동에 사는 어머님께서 '참하게 생겼다'라고 연발한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구요.

역시 사람이 '의심'하기 시작하면 편견의 안경을 자동장착하며 주변 모두를 바라보게 되는가보다,라는

진리를 또! 깨달은 계기가 되었답니다.

 

추신: 어머님께 [회에 소주 쏘시나? 아니다 양주양주. 호텔부페 가야 되는거 아닌가?] 라고 했다가

[막걸리 2병이나 마셔라.싫음말고] 라는 단답형 쿨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콕.찝어 2병이나 마시라고 하시다니

어머님, 저를 사랑하시는군요. -_ -

 

# 주말에 가족들과 63빌딩에 놀러갔습니다. 스카이아트(60층) 에서 '피카소 전'을 하더군요.

몇년 전 지인들과 스페인에 놀러갔을 적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에 가서 피카소 그림을 보고

압도 당했던 경험에 좀 반가웠어요. (사실 피카소 전을 한다는 것을 모르고 갔거든요)

매우 우.아.한.척, 하면서 올라가 남자들이 망원경에 붙어 "우와 저기가 우리집이다!" 를 외치는 동안

저는 둘째 손을 잡고 '엄마랑 너는 그림을 보자꾸나' 해가면서 그림을 보고 (못알아듣겠지만) 아이에게

설명을 했죠.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파블로 피카소' 라는 화가인데 스페인 사람이고 매우 유명하단다' ...

그리고 관람 끄트머리에 사진들이 좌르륵.. 제 취향의 잘생긴 노인이었지요.

그리고 판화와 도자기들도 있었구요.

아이가 물었습니다.

- 엄마. 이것도 피카소가 만든거에요? 이 사람이 피카소에요?

얼른 사진 옆의 이름을 보자 영 모르는 이름인거에요.

생각해보니, 저는 '피카소'의 [그림]은 보고 들어봤으나

[도자기]나 [판화]라니!!!

아! 이것은 피카소,를 표방한 신진 화가의 작품인거다! 라고 제 멋대로..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 응..이 사람은 피카소를 너무 좋아해서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리는 아저씨인가봐.(호호호)

...

큐레이터,로 보이는 분께서 쫒아오셔서

(무슨말씀하시는거에요! 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 분이 피카소,구요 ..이 작품들 모두 피카소 작품입니다.

...

저는 '아니..피카소가 이렇게 젊어?! 아니..피카소는 옛날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까?!' 라고 되물었고

- 돌아가신 지 30여년밖에 되지 않으셨습니다. 92세에 돌아가셨거든요.

...

 

둘째가 저를 '무식하고 잘 알지도 모르면서 잘난척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첫,날 입니다.

(진짜 그런 눈초리로 저를 보았어요)

..

 

앞으로는 '공부하며 살아야겠다' 고........하아.. (피카소의 도자기,는 정말 처음 봤다구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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