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8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좌측이 영어 제목, 우측이 원제입니다.)



 - 한 여성의 투신 자살로 시작합니다. 마침 퇴근 중이던 쌍둥이 딸들이 달려와 오열하는 가운데 간신히 어떤 이름 하나를 남기고 죽어요.

 장면이 바뀌면 그 쌍둥의 자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를 비장하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네요. 대략 보아하니 한 놈은 단호하고 행동력 있는 성격, 다른 한 놈은 온화하지만 좀 우유부단한 성격이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둘의 이름이 좀 웃겨요. '아나'와 '난'인데, 철자가 Ana, Nan 이니 말장난 같지만 쌍둥이니까 대충 이해해 주고요.

 어쨌든 그게 뭔지 모를 결전의 날이 된 도서관의 풍경이 보입니다. 손님들 다 내보내고 나면 철야 근무자 두 명과 처음에 자살한 여성의 자료를 열람하러 온(그 여성이 아주 유명한 문필가였던 것입니다! 도서관 안에 헌정 자료실까지 있는.) 뭐뭐 박사라는 사람. 그리고 주인공 자매만 도서관에 남구요.


 근데 그렇게 손님들을 내보내자마자 이들은 행동을 개시합니다. 철야 근무자 둘에게 각각 수면제를 넣은 커피와 술을 권해서 잠을 재우고. 무려 권총까지 꺼내들고 자료 열람 아저씨에게 향하는 두 사람. 대체 얘들은 뭘 하는 것이고 또 어떻게 될 것인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쓸 데 없는 정보 : 요 배우님은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래요. 근데 영화는 혼자 찍었다네요. ㅋㅋ 연기는 잘 하셨습니다만 눈속임 연출이 자주 눈에 띕니다.)



 - 처음 영화가 시작됐을 땐 내가 지금 어느 나라 영화를 보고 있나 했어요. 분위기는 영국 분위기인데 말은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더라구요. 영화 속 책에 적혀 있는 문장들도 전혀 모르겠고. 그래서 이게 뭔가... 했더니 웨일스어였습니다. 그래서 분위기는 영국스러웠던 것. ㅋㅋ 검색을 좀 해 보니 정작 웨일스에서도 이것만 쓰며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진 않다는데, 어쨌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웨일스 말과 문자만 나옵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님은 닥터 후에도 나오셨다니 아마 웨일스어와 영어를 다 쓰는 경우인 거겠죠? 암튼 그렇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좀... 그렇죠? 하하. 암튼 보기보다 고생해서 찍은 영화겠구나 싶었네요. 둘의 얼굴이 다 나오는 장면마다 두 번씩 찍었을 테니.)



 - 그래서 도입부와 엔딩의 액자를 제외하곤 내내 도서관 안에서만, 그것도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등장 인물도 도입부 소개에 적은 게 전부구요.

 당연히 극저예산의 저렴이 스릴러이지만 딱히 돈 모자라서 부실한 느낌은 없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딱 그 인물들만 존재하면 되도록 짜여져 있고. 그리고 영화 내내 배경 역할을 하는 그 '도서관'이 꽤 멋지고 또 아주 거대하거든요. 검색을 해 보니 웨일스 국립 도서관이던데, 원래부터 크기로나 멋짐으로나 꽤 알아 주는 명소라서 관광객들도 많이 보고 가는 곳인가 봅니다. 뭐 영화가 스펙터클 같은 데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막 되게 폼나게 나오는 건 아닌데,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꽤 멋지고. 또 내부의 이곳 저곳 성실하게 활용해서 심심한 느낌 안 들도록 잘 만들어 놓긴 했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우측의 저 장대한 건물이 바로 '웨일스 국립 도서관'이랍니다. 폼 나죠.)



 - 역시나 가장 재밌는 부분은 도입부입니다. 뭔가 추리 소설 느낌 들도록 잘 짜여져 있어요. 그 여인은 왜 죽은 걸까. 딸래미 둘은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이들이 복수하려는 저 대상은 정말 범인일까 아닐까. 그 와중에 변수로 끼어드는 저 캐릭터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 쌍둥이의 팀워크는 과연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등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고, 또 그걸 뻔하지 않은 느낌으로 잘 풀어냅니다. 뭐 대단한 게 나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럴싸하게 썰 잘 푸네!! 라는 정도는 돼요.


 그리고 중반부는 대체로 무난하게 전개되는데... 그게 후반까지 가면 사실 좀, 아니 많이 덜컹거립니다. 그게 그렇지 않습니까. 유명한 히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아닌 바에야 이런 식의 추리극 비슷한 스릴러물들 각본은 그렇게 좋은 경우가 드물고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에요. 무리수가 꽃을 피우고 '쟤들은 왜 쉬운 방법을 냅두고 저러고 있담' 이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구요. 거기에 덧붙여서 '아하. 마지막에 반전으로 이러저러한 게 들어가겠구나' 라는 게 아주 쉽게 보여요.


 하지만 역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소재가 조금이라도 튀는 구석이 있으면 한 없이 관대해지는 제 성향 덕이 가장 크겠지만, 그래도 이게 쌍둥이 자매의 드라마가 나름 짠하고 좋거든요. 죽은 엄마 얘기는 그냥 그런데 이 둘의 관계 묘사가 보고 있으면 응원하는 맘이 생기도록 잘 되어 있어요. 그런데 중반 이후로 계속해서 자폭에 가까운 바보짓들을 해대니 '아이고 저놈들 이걸 어쩌나'는 식으로 안타깝게 보게 되더라구요.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도입부의 엄마 투신 장면은 플래시백으로 몇 번 되풀이 되며 떡밥도 풀고 반전도 만들어내고 그럽니다.)



 - 대충 예상한대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마지막에 쐐기를 박는 식으로 반전이 뙇! 하고 제시된 후 끝이 나는데요.

 그 반전도 역시 예상했던 것이긴 합니다만. 음. 초반에 그걸 예상할 땐 그냥 그럴 수 있겠지... 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그런 반전을 보고 영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아 이거 패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스포일러니까 자세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일단 깜짝쇼 아이템으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긴 한데, 제가 이 영화의 부들부들 덜컹거리는 후반부를 다 좋게 좋게 넘기게 해 준 그 '드라마'가 심각하게 망가지더라구요. 아니 이렇게 끝을 낼 거면 뭐하러 런닝 타임 내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구렸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좌측의 저 헐렝해 보이는 경비 캐릭터가 맘에 들었습니다. 되게 뻔한 캐릭터로 시작해서 의외의 디테일이 드러나며 나중엔 꽤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이 돼요.)



 - 대략 마무리하겠습니다.

 소설가, 사서, 도서관을 소재로 만들어낸 살인 스릴러이니 독서 사랑하는 분들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만, 많지도 않아요. ㅋㅋ 솔직히 다 보고 나서 '경치 좋고 유명한데 아마도 저렴하게 쓸 수 있었을 웨일스 국립 도서관에서 스릴러 찍기로 결심해 놓고 그 배경에 어울리게 끼워 맞춘 각본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었구요.

 추리물로서나 스릴러로서나 시작은 좋은데 마무리는 많이 부실합니다. 그 과정에서 편의대로 흘러가는 무리수 전개도 눈에 걸리고. 웰메이드 스릴러라 해주긴 힘들어요.

 근데 의외로 캐릭터들이 괜찮습니다. 주인공 쌍둥이 자매도 그렇고 얼떨결에 사건에 끼어들게 된 경비 젊은이 캐릭터도 의외로 재밌고 정이 가고 그래서 위에서 말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봤구요. 또 어쨌든 개성 있는 소재, 배경이잖아요. 저처럼 조금이라도 튀는 구석이 있는 영화라면 마구 관대해지는 분들이라면 좀 싱겁지만 재밌네. 정도로는 충분히 보실 수 있을 영화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단점이 워낙 확고해서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ㅋㅋㅋ 저만 재밌게 본 것으로 끝내는 걸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은 스포일러입니다? ㅋㅋㅋ)




 + 진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엄마가 죽기 직전에 남긴 이름. 그 이름의 주인이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날에 도서관을 방문해 엄마가 남긴 자료들을 열람하고 있던 그 양반 '에벤'이었어요. 요 도서관 사서가 직업인 자매는 그 방문자의 이름을 듣고는 '범인이다!'라고 생각해서 이 사람을 죽여 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거구요. 그래서 손님들이 빠진 후에 밤샘 경비 둘을 수면제로 재운 후에 목표를 노립니다만. 경비 둘 중 하나가 수면제를 덜 먹어서 금방 깨어나는 바람에 방해를 받게 되고. 그 와중에 에벤이 도망을 쳐 버렸네요. 그래도 어차피 도서관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밤새 찾아서 죽이면 되긴 합니다만. 그 와중에 쌍둥이 중 온화한 성향의 '안나'가 뜻밖의 초강력 상냥 & 긍정 파워를 뿜어내는 경비 젊은이와 눈이 맞아 버리고, 타겟 사냥에 성공해서 시체(?)를 가지고 온 '난'과 갈등을 빚게 됩니다. 그런데...


 에벤이 사실 안 죽었어요. ㅋㅋㅋ 중상이긴 한데 암튼 안 죽었습니다. 그러자 경비가 나서서 '사람은 살려야지!' 라며 도서관 밖으로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고. 그럼 너도 죽일테다! 라고 덤비는 난을 안나가 가로막고요. '이 정도면 되얐다!'는 안나의 설득에 난도 결국 경비가 원하는대로 하라고 허락을 해요. 대신에 경비가 사람 질질 끌고 나가는 사이에 단 둘이 남게 되자 '그럼 우리 행동이 들통났을 때 하기로 한 일을 하자'며 안나를 총으로 겨누고 안나도 자신을 겨누도록 강요합니다. 일이 꼬이면 감옥 가지 말고 그냥 함께 죽기로 했던 거죠. 


 그런데 그 때 이 둘은 에벤에게서 빼앗은 쪽지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게 뭐냐면, 자기들을 인공 수정으로 낳았다던 엄마의 말이 사실은 뻥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자기들이 총으로 쏜 그 사람이 자기들의 생물학적 아빠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때 경비에게 질질 끌려가던 에벤이 의식을 되찾고는 경비에게 주절주절 고백을 해요. 사실 나는 그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걸 알고 있던 작가님이 자기를 유혹해서 애를 만들었고. 목표를 이룬 작가는 당연히 바로 떠나갔고. 평생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자길 불러서 씐나게 달려갔더니 본인의 치매를 고백하며 '내가 쓴 소설이 출판되어 나와도 그걸 쓴 기억도 나지 않아. 이러다 내 딸들에 대한 기억까지 잊게 되긴 싫으니 난 자살을 할 건데 좀 도와줘.' 같은 이야길 했다는 거죠. 딸들이 숨 끊어지기 직전의 엄마에게서 에벤의 이름을 듣게 된 건 이런 사연에서였는데 그 사연을 모르는 딸들은 범인 이름으로 오해를...;


 그리고 그 시각에 자매는 또 눈물의 작별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반의 난리통에 안나가 오발한 총에 맞아 피를 질질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던 난이 그동안 그걸 비밀로 하고 미션 완수를 위해 길길이 뛰고 있었거든요. 마지막 순간에야 난은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걸 밝히고 안나에게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길 들려줍니다. 내겐 너와 같은 창의력이 없어서 절대로 엄마나 너처럼 될 수 없다는 게 서러웠다. 엄마도 늘 너만 바라보고 나는 그냥 너를 도울 존재로만 취급했다 등등. 그러고 어찌저찌 하다가 난은 안나를  밖으로 밀쳐내고 방문을 걸어잠근 채 불을 질러 자살합니다. 그러고 안나는 밖으로 나와 경비를 다시 만나 포옹하고 어쩌고... 하는데 참 명줄도 긴 에벤 아저씨가 안나를 보고는 '총은 내가 쏜 걸로 해라. 넌 끝까지 비밀을 지켜' 같은 인자한 소리를 함으로써 본인이 아빠 맞다는 것에 쐐기를 박네요. 그렇게 엔딩...


 인가 했는데 아니구요. ㅋㅋㅋ 사건 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안나가 글을 쓰고 있고 그게 나레이션으로 흘러 나옵니다. 근데 어라? 창 밖에서 에벤 아저씨가 팔에 붕대를 감고 인사를 하며 지나가요. 안나도 웃으며 인사하구요. 그리고 안나는 엄마의 유골함을 들고 아까 눈 맞았던 경비를 만나 주절주절하며 유골 가루를 날려 보내구요. 그런데 아무도 자살한 난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마치 그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행동을 하네요. 그러면서 플래시백으로 둘이 함께하던 장면들을 다시 보여주는데... 뭐 짐작 가시죠. 난은 없고 안나 혼자 있습니다. 그러니까 난은 결국 안나 마음 속 존재였을 뿐이다... 라는 반전인 건데요. 근데 이게 도저히 말이 안 되고 앞뒤가 안 맞거든요?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안나의 나레이션이 쐐기를 박습니다. 대충 이런 거에요.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다. 다만 나만의 방식으로. 사실과 다르더라도 나의 진실을 담아서..."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냥 싹 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였던 겁니다. ㅠㅜ 이게 끝이에요. 껄껄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55
124376 AI 활용도 상당히 높네요. [4] theforce 2023.10.01 415
124375 [연휴바낭] 연휴동안 본 영화&시리즈2 [4] 쏘맥 2023.10.01 248
124374 청춘일기 1화, 정윤희 주연 [1] 왜냐하면 2023.10.01 216
124373 프레임드 #569 [4] Lunagazer 2023.10.01 71
124372 "왕좌의 게임" chaos is the ladder 몇 시즌 몇번째 에피소드인가요? [2] 산호초2010 2023.10.01 240
124371 강원도의 힘 (1998) [4] catgotmy 2023.10.01 273
124370 잡담 - 항저우 아시안게임, 진심을 너에게, 명절의 고난 [1] 상수 2023.10.01 198
124369 한국판 사망탑 [5] 돌도끼 2023.10.01 421
124368 쏘우 10편의 평점이 놀랍네요..!!! [10] 폴라포 2023.10.01 663
124367 [넷플릭스바낭] 웨스 앤더슨의 로알드 달 컬렉션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10.01 638
124366 연휴에는 홍콩 영화 그리고 <해피투게더> [2] 스누피커피 2023.09.30 208
124365 4인 식구의 삼시세끼 설거지 [2] Sonny 2023.09.30 380
124364 프레임드 #568 [4] Lunagazer 2023.09.30 110
124363 토드 헤인즈, 나탈리 포트먼, 줄리앤 무어 신작 - 메이 디셈버 예고편 상수 2023.09.30 263
124362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오래된 광고 하나요. [2] theforce 2023.09.30 365
124361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를 30분 보니 daviddain 2023.09.29 312
124360 [연휴 바낭] 연휴에 본 영화&시리즈 1 [6] 쏘맥 2023.09.29 337
124359 소림사십팔동인 [3] 돌도끼 2023.09.29 266
124358 사발면에 대한 두가지 [4] 가끔영화 2023.09.29 331
124357 읽은 책, 연휴 맞이 산 책 [4] thoma 2023.09.29 321
XE Login